
명재승 작가
(KCS NEWS=문일기 기자)여론조사가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40대 국정 긍정평가가 66%에서 52%로, 50대가 59%에서 45%로, 불과 두 주 사이에 14%p 안팎씩 내려앉았다. 2030은 원래 낮았고 노년층은 원래 상대의 땅이었다. 지금 무너지는 곳은 가장 늦게까지 버티던 허리다. 이십 년 동안 광장에서, 투표장에서, 단 한 번도 민주당 곁을 떠난 적 없던 세대다. 허리는 몸에서 제일 마지막에 무너지는 곳이고, 무너지면 몸 전체가 주저앉는다.
나는 이 하락의 원인을 여론조사 해설에서 찾지 않았다. 내 전화기에서 찾았다. 사업하던 친구들이 이백, 삼백을 빌려 달라고 전화한다. 은행 문이 닫혔다는 뜻이다. 이자도 감당이 안 되는데 일감마저 없어, 낮에는 사장이고 밤에는 배달 기사, 새벽에는 대리기사로 산다. 엄살이 아니다. 자영업자 대출은 1,095조 원을 넘어 연체액 22조 원으로 역대 최대이고, 취약차주 연체율은 12%를 넘었다. 본업 외에 부업을 뛰는 사람이 68만 명으로 역대 최다다.
이 세대의 장부를 펴 보면 기이한 그림이 나온다. 돈이 나가는 문은 전부 이 세대를 통과한다. 소득이 가장 많다는 이유로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가장 많이 내고, 올해부터 국민연금 보험료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빚도 가장 많다. 40대 가구 평균 부채 1억 4천만 원, 전 연령 1위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 고지서가 제일 먼저 도착하는 세대라는 뜻이다. 아이 학원비는 참여 학생 1인당 월 60만 원을 넘어 역대 최고이고, 위로는 부모 간병비까지 동시에 감당한다. 반면 돈이 들어오는 문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다. 청년 지원은 대개 39세에서 끊기고, 중장년 지원의 현장 우선순위는 늘 50대 이상이다. 법에 적힌 정년은 60세지만 현실의 퇴장은 46.6세다. 평생 다닌 직장에서 마흔여섯에 밀려나, 경력을 살린 재취업이 아니라 임시직과 배달 앱으로 옮겨 가는 것이 이 세대의 실제 이력서다.
그런데 이 세대가 이십 년째 듣는 말은 하나다. "미래세대를 위해 조금만 참아 달라. 청년을 살리면 너희도 편해진다." IMF 때 고통분담으로 참았다. 그때 입사 문이 닫힌 것이 지금의 40대다. 2008년에 참았고, 코로나 때 자영업으로 또 참았다. 집값 폭등기에는 뒤늦게 올라탄 죄를 혼자 감당했고, 규제기에는 실수요까지 투기와 한 묶음으로 묶였다. 참을 때마다 이 세대의 몫은 뒤로 밀렸다. 연금 수급은 65세로 밀렸는데 퇴장은 46.6세로 당겨졌다. 약속은 한 번도 정산되지 않았다.
아프지만 정직하게 말해야겠다. 그 희생을 이용한 것은 국가만이 아니라 민주당이기도 했다. 광장에 촛불이 필요할 때 이 세대를 불렀고, 선거에 표가 필요할 때 이 세대를 불렀고, 개혁에 인내가 필요할 때 이 세대에게 참으라 했다. 부를 때는 동지라 했고, 정책을 나눌 때는 다음 순서라 했다. '어차피 우리 편'이라는 계산 위에서 이 세대의 충성은 가장 값싸게 쓰였다. 그러니 지금의 이탈은 배신이 아니다. 정산되지 않은 약속에 대한 채권 회수다.
오해는 말자.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절반은 왔다. 새도약기금이 7년 이상 장기연체채권을 11조 원 넘게 사들여 백만 명 가까운 이들의 빚 독촉을 멈췄고, 폐업 소상공인의 보증부 대출을 15년 분할상환으로 바꿔 주는 특례도 시행 중이다. 방향은 옳다. 문제는 문이 절반만 열렸다는 것이다. 특례는 지역신보 대출에 한정돼 법인 대출과 연대보증은 밖에 있고, 새도약기금은 연체 7년을 기다려야 문 앞에 설 수 있다. 이제 막 무너지기 시작한 사람이 서 있을 중간지대가 없다. 열린 문과 닫힌 문 사이, 그곳에 지금 4050이 서 있다.
그렇다면 정치가 할 일도 분명하다.
첫째, 희생의 언어를 정산의 언어로 바꾸는 것이다. 세대별로 무엇을 내고 무엇을 받는지 장부를 펴고, "참아 달라" 대신 "이제 갚을 차례"라고 말하는 정치. 이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라 영수증이다.
둘째, 나이 자물쇠를 푸는 것이다. 지원 기준을 나이에서 생애사건으로 실직, 재도전, 첫 집 갈아타기, 간병의 시작으로 바꾸면 청년 몫을 건드리지 않고도 4050이 제도 안으로 들어온다.
셋째, 46.6세의 국가책임과 출구의 권리다. 정년을 60에서 65로 늘리는 논의 못지않게 46.6세에 밀려나는 구조를 막아야 하고, 열린 절반의 문 분할상환 특례와 신속 채무조정을 전 금융권과 법인까지 마저 열어야 한다.
넷째, 이중부양의 정산이다. 부모 간병과 자식 교육을 동시에 짊어진 노동에 세액공제와 연금 크레딧으로 값을 매겨야 한다. 가족을 부양하는 노동을 나라가 언제까지 공짜로 쓸 수는 없다.
혹자는 묻는다. 소득도 자산도 가장 많은 세대를 왜 돕느냐고. 거꾸로 물어야 한다. 가장 많이 내는 세대가 왜 어느 지원의 첫 번째 대상도 아닌가. 세대 갈라치기라는 반론에는 이렇게 답하겠다. 한 가족의 대차대조표는 하나다. 부모가 무너지면 그 집 청년의 독립이 제일 먼저 무너진다. 허리를 건너뛰고 미래로 가는 길은 없다. 허리세대 정책이 곧 청년 정책이다.
4050은 시위하지 않는다. 새벽에 출근하고 밤에 간병하는 세대에게는 광장에 설 시간이 없다. 그들의 아우성은 부채 통계와 연체율과 여론조사 숫자로만 존재한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빚진 것을 아는 정당만이 다시 사랑받을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 세대의 통역자다.
명재승 작가
명재승 작가는 스타 사피엔스: 별처럼 살아가는 사람들과
땅에서 만난 별들(스타사피엔스 Starsapiens) 의 작가로
정치경제 사회문화에 전문가인 기업대표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