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불법촬영물을 발견할 때마다 삭제하는 대응에서 벗어나 불법촬영물을 반복 유통하는 사이트 자체를 무력화하는 대응에 나선다. 경찰은 사이트 운영자를 추적·검거하고, 관계부처는 광고수익과 계좌를 차단하며 해외 호스팅·CDN 사업자에게 서비스 중지를 요구한다. 주소를 바꿔 다시 등장하는 사이트는 AI 기술을 활용해 추적한다.
성평등가족부·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경찰청 등 관계부처는 20일 이 같은 내용의 ‘불법촬영물 등 유통사이트 통합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삭제했는데 왜 계속 나오나…6,683개 사이트 여전히 접속
정부가 대응 방식을 바꾸는 이유는 기존의 삭제·접속차단만으로 불법 유통을 끊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2018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삭제지원 과정에서 확보한 불법사이트 3만4,628개를 분석한 결과 6,683개(19.3%)가 여전히 접속 가능한 상태였다. 이 가운데 3,832개는 VPN 등을 사용하지 않아도 국내 일반망에서 접속할 수 있었다.
한국어로 운영되거나 한국 관련 카테고리를 둔 사이트는 1,316개였고, 이곳에 게시된 한국인 관련 영상은 약 215만 개로 추정됐다. 이는 피해자 215만 명이 확인됐다는 뜻이 아니라 사이트에 게시된 영상 규모를 추정한 수치다.
정부 분석에서는 서로 다른 사이트처럼 보이지만 동일 운영자가 여러 사이트를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385개 그룹도 확인됐다. 사이트 한 곳을 차단해도 주소를 바꾸거나 다른 사이트를 이용해 콘텐츠를 다시 유통할 수 있는 구조가 드러난 것이다.
경찰은 운영자 잡고, 정부는 광고·계좌·서버 막는다
경찰은 불법사이트 특별수사팀을 신설해 운영자 검거와 불법촬영물 원본 삭제를 추진한다. 정부가 올해 하반기 출범시키기로 한 전담수사팀은 4개 팀, 약 20명 규모다.
범죄수익도 직접 겨냥한다. 정부 조사에서 국내망으로 접속되는 사이트 1,674곳에 도박·성매매 등 불법 배너광고 4만686개가 확인됐다. 정부는 불법촬영물 유통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하는 행위를 금지·제재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사이트 운영에 이용된 계좌의 거래정지도 추진한다.
서버가 해외에 있으면 관계부처가 해외 호스팅·CDN 사업자에게 서비스 중지를 공동 요청한다. 주소를 계속 변경하는 이른바 ‘도메인 셔틀링’에는 주소 변경 패턴과 사이트 유사성을 분석하는 AI 자동탐지 기술을 개발해 대응할 계획이다.
즉 경찰은 운영자를 쫓고, 관계부처는 돈과 광고를 막고, 해외 사업자에게는 서버 서비스를 끊도록 요구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개별 영상의 삭제 건수보다 불법사이트가 계속 운영될 수 있는 구조 자체를 겨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합법적 해킹’은 지금 하는 게 아니다
다만 발표된 대책을 모두 현재 시행되는 제도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불법촬영물 유통사이트 개설·운영 자체를 별도의 범죄로 처벌하는 방안은 법 개정을 검토하는 단계다. 현재의 유포 방조 처벌에서 더 나아가 사이트 개설·운영 자체에 형사책임을 묻겠다는 방향이다.
수사기관이 범죄사이트에 직접 접근해 수사 단서를 확보하거나 원본 데이터를 삭제하는 이른바 ‘합법적 해킹’에 해당하는 능동적 방어제도도 도입이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단계다.
따라서 이번 대책의 실효성은 앞으로 숫자로 확인해야 한다. 경찰이 실제 몇 명의 운영자를 검거했는지, 몇 개 사이트의 광고·계좌·서버를 차단했는지, 현재 국내에서 접속 가능한 3,832개 사이트가 얼마나 줄었는지가 첫 번째 평가 기준이다. 정부가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삭제를 요구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불법촬영물을 계속 올리고 돈을 버는 사람과 유통망을 실제로 끊어낼 수 있는지가 이번 대책의 성패를 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