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의 폭발적 진화 속, 인간 중심의 길을 묻다
초거대 언어모델(LLM)을 필두로 한 생성형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한 이후, 기술의 발전 속도는 인류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제는 가상의 공간을 벗어나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인공지능(Physical AI)’ 시대로 진입하는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이러한 디지털 대전환의 한복판에서, 과연 최첨단 기술이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나침반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의 장이 마련되었다.
지난 20일, 경기도서관과 경기연구원은 급변하는 정보기술(IT) 생태계 속에서 인류가 지켜내야 할 가치를 조명하기 위해 ‘경기도서관 AI 포럼AI 너머 우리는’을 공동 개최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한 AI’라는 대주제 아래 열린 이번 행사는 단순한 기술적 성취를 찬양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기술의 이면에 숨겨진 사회적 불평등과 소외 현상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데 집중했다. 현장에는 관련 분야 석학 및 정책 연구자들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기술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수많은 도민이 참석해 뜨거운 공론의 장을 형성했다.
편향된 기술 자본주의에 던지는 묵직한 화두
이날 포럼의 하이라이트는 인공지능 데이터 구축 전문 기업인 ‘에이아이웍스(AIWORKX)’ 윤석원 대표의 기조 강연이었다. 윤 대표의 이력은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전자 등 글로벌 최고 수준의 빅테크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맹활약했던 그는, 탄탄대로의 커리어를 뒤로하고 기술의 사회적 역할에 주목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한 인물이다.
그가 창업 전선에 뛰어든 결정적인 계기는 다름 아닌 ‘기술 소외계층’의 현실을 목도하면서부터다. 뛰어난 잠재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단절된 경력 탓에 재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여성들, 그리고 사회적 편견에 갇혀 역량을 발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발달장애인들의 고충을 외면하지 않았다. 윤 대표는 이들이 지닌 특유의 꼼꼼함과 집중력이라는 강점을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 작업과 절묘하게 결합시켰다. 이는 단순한 시혜성 일자리 창출을 넘어, 상호 보완적인 포용형 비즈니스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혁신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단상에 오른 윤 대표는 “현재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 기술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강연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혁신적인 혜택이 소수의 거대 자본과 특정 빅테크 기업에만 독점될 경우, 우리 사회의 기술 격차와 경제적 불평등은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특히 피지컬 인공지능이 산업 현장과 일상에 전면 도입되는 근미래에는 이러한 양극화 현상이 더욱 치명적인 사회 문제로 대두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상생을 위한 4대 핵심 원칙과 공공 도서관의 새로운 사명
위기 진단에 이어 윤 대표는 기술이 인간을 배척하거나 대체하는 경쟁자가 아닌, 조화롭게 협업하는 조력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가 역설한 ‘포용적이며 지속 가능한 AI 핵심 원칙’은 크게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사회 전체의 공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투명한 데이터 공유 플랫폼 구축이다. 둘째,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방지하고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한 엄격한 검증 체계 확립을 강조했다. 셋째,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경량화 모델’의 보급이다. 마지막으로 넷째,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 문제를 제어하여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생태적 지속가능성 확보를 촉구했다.
주제 강연의 열기는 이어진 지정 토론과 질의응답 시간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 좌장을 맡은 윤명희 경기도서관장은 이번 포럼이 지니는 시대적 의미를 명확히 짚어냈다. 윤 관장은 “그동안 숱하게 진행되어 온 산업적, 경제적 성과 중심의 편향된 담론에서 벗어나, 도서관이라는 공공의 공간을 거점으로 인간 중심의 기술 철학을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시민과 학계, 그리고 산업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디지털 대전환기가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을 사전에 진단하고 상생 방안을 논의한 훌륭한 모델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서관과 경기연구원은 이번 첫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발판 삼아, 앞으로도 정기적인 공동 포럼을 기획하여 기술과 인문학이 교차하는 공론의 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기술의 발전이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질주하는 현재, 속도보다 방향을 고민하는 이러한 시도들이 모여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한 미래로 안내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그 자체로 선하거나 악하지 않다. 그것을 설계하고 활용하는 인간의 철학이 기술의 성격을 규정짓는다. 이번 ‘AI 너머 우리는’ 포럼은 기술의 혜택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것을 경계하고, 공존을 위한 시스템 마련이 시급함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앞으로 이어질 지속적인 공론화를 통해 맹목적인 기술 추종을 경계하고, 인류의 더 나은 삶을 지원하는 진정한 의미의 '따뜻한 기술 생태계'가 구축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