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육비는 전 배우자에게 주는 돈일까.”
부모가 헤어지고 양육비가 끊기면 당장 영향을 받는 사람은 따로 있다. 밥을 먹고, 학교에 가고, 병원에 가야 하는 아이다. 그래서 양육비 문제를 ‘헤어진 두 사람의 돈 싸움’으로만 보면 가장 중요한 당사자가 사라진다.
정부의 양육비 정책도 이 지점을 향하고 있다. 지급을 계속 거부하는 채무자에게는 제재를 가하고, 일정 요건을 갖춘 가정에는 국가가 양육비를 먼저 지급한 뒤 채무자에게 받아낸다. 부모 사이의 갈등보다 아이에게 생활비가 실제 도착하도록 만드는 데 국가가 직접 개입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38.3%에서 49.9%로…그래도 아직 ‘절반’이라는 숫자
성평등가족부가 2026년 7월 1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양육비 이행률은 2021년 38.3%에서 2023년 42.8%, 2025년 47.9%, 올해 6월 49.9%로 높아졌다. 2015년 양육비 이행지원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누적 이행금액은 올해 6월 말 3,002억 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선지급제 시행과 전문 법률지원 확대, 제재조치 강화 등이 이행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49.9%를 ‘양육비 문제의 절반이 해결됐다’고 단순하게 읽어서는 안 된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이행지원 실적을 나타내는 지표인 만큼 전체 이혼·별거 가정의 양육비 지급률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이행률이 개선되고 있지만 양육비를 제때 받도록 만드는 일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기다릴 수 없는 아이의 생활비…국가가 먼저 월 최대 20만 원
가장 큰 변화는 2025년 7월 1일 시행된 ‘양육비 선지급제’다.
양육비에 관한 판결문·양육비부담조서 등 집행권원이 있는데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국가가 만 18세 이하 자녀 1인당 월 최대 20만 원을 먼저 지급하고 이후 양육비 채무자에게 회수한다.
누구나 자동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기준으로 신청 가구의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여야 하고, 최근 3개월간 받은 양육비의 월평균액이 선지급금보다 적어야 한다. 법률지원이나 채권추심, 소송 등 양육비를 받기 위한 노력도 확인돼야 한다.
여기서 제도의 핵심이 보인다. “채무자에게 돈을 받아낸 뒤 아이를 지원하겠다”가 아니라 “조건을 갖춘 아이에게 필요한 돈을 먼저 지급하고, 회수는 국가가 뒤에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아이의 식비와 교육비, 의료비는 부모의 분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가 대신 내주고 끝?…예금·자동차까지 압류 가능
선지급은 국가가 비양육부모의 책임을 대신 떠안는 제도가 아니다.
성평등가족부와 양육비이행관리원은 2026년 1월부터 선지급금 회수 절차를 본격 가동했다. 회수통지와 독촉에도 납부하지 않으면 소득·재산을 조사하고 국세 강제징수의 예에 따라 징수할 수 있다.
정부는 채무자의 동의 없이 예금 잔액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전산 연계를 갖췄고, 예금과 자동차 압류도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회수체계를 정비했다.
양육비를 계속 이행하지 않는 채무자에 대한 제재도 있다. 법정 요건을 충족하면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명단공개가 가능하다. 2024년 제재조치 의결은 947건에서 2025년 1,389건으로 늘었고, 2026년 상반기에는 720건이 의결됐다.
다만 양육비를 한 번 미지급했다고 곧바로 명단이 공개되거나 출국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이행명령과 미지급 기간·금액 등 법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를 거쳐야 한다.
피플소사이어티 해설 | 이 돈의 주인을 ‘전 배우자’라고 생각하면 답이 꼬인다
양육비 문제에서 가장 먼저 바꿔야 할 질문은 “누가 누구에게 돈을 주느냐”일지 모른다.
양육비가 전 배우자에게 전달된다는 이유로 이를 상대방에게 주는 돈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목적지를 따라가면 답은 달라진다. 아이가 먹고, 입고, 배우고, 치료받고, 안정적으로 생활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다.
그래서 국가 선지급제의 의미도 단순한 복지지원에 머물지 않는다. 부모 사이의 갈등이나 채무자의 불이행 때문에 아이의 현재 생활까지 함께 멈추게 두지 않겠다는 장치라는 데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미지급 부모를 악의적인 채무자로 낙인찍어서는 안 된다. 실직이나 소득 감소 등 개별 사정은 다를 수 있고, 제재와 강제징수 역시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제도의 목적은 부모를 공개적으로 응징하는 것이 아니라 양육 책임이 실제로 이행되도록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양육비 정책의 성적표도 명단공개가 몇 건 늘었느냐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결국 확인해야 할 숫자는 아이에게 필요한 돈이 실제로, 제때 전달됐는가다.
부부의 관계는 끝날 수 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아이는 계속 자란다. 헤어졌다고 부모의 책임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자료: 성평등가족부·양육비이행관리원, 2026년 7월 13일 ‘양육비 누적 이행금액 6월 말 기준 3천 억원 넘어’, 양육비 선지급제 및 채무 불이행자 제재조치 공식 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