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만 조심하면 된다?”…국가 실태조사서 성희롱 최다 장소는 ‘사무실’

사무실 46.8%·회식 장소 28.6%…성희롱은 ‘특별한 술자리’보다 일상 업무공간에서 더 많이 나타나

행위자 절반은 상급자 50.4%…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평가 피해 3.2%로 가장 높아

예방교육 실시 응답 98.1%…이제는 ‘이수했나’보다 ‘현장에서 작동하나’ 물어야

직장 내 성희롱은 어디에서 가장 많이 발생할까. 술이 있는 회식자리를 떠올렸다면 국가 실태조사가 보여준 결과는 달랐다. 피해자가 가장 많이 지목한 장소는 회식장이 아니라 매일 출근해 일하는 ‘사무실’​이었다.

 

그렇다면 사무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고, 누가 행위자로 지목됐을까. 숫자를 따라가면 직장 성희롱 예방교육에서 무엇을 더 살펴야 하는지도 선명해진다.

 

회식장이 아니었다…성희롱 발생 장소 1위 ‘사무실 46.8%’

 

2025년 6월 9일 당시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4년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희롱 발생 장소는 ‘사무실 내’가 46.8%로 가장 많았고 ‘회식 장소’가 28.6%로 뒤를 이었다. 두 장소를 합하면 75.4%다.

 

이번 조사는 「양성평등기본법」 제32조에 따라 3년마다 실시하는 법정 실태조사다. 상시근로자 30인 이상인 전국 공공기관 857곳과 민간사업체 1,828곳, 종사자 1만9,02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최근 3년간 재직 중 한 번이라도 성희롱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4.3%였다. 2018년 8.1%, 2021년 4.8%에서 계속 낮아졌다. 피해 경험 감소는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발생 장소를 보면 성희롱을 ‘회식 때 조심해야 할 문제’로만 이해해서는 놓치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사무실에서 무슨 일이?…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평가’ 가장 많았다

 

피해 유형을 보면 사무실이 가장 많이 지목된 이유를 이해할 단서가 나온다.

 

15개 피해 유형 가운데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경험률이 3.2%로 가장 높았다.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이 1.5%, ‘회식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하는 행위’가 0.8%였다.

 

성희롱을 노골적인 신체접촉이나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행동만으로 생각하면 평소 업무공간에서 오가는 성적 언동을 놓칠 수 있다.

 

다만 외모에 관한 언급이 모두 법적 의미의 성희롱이 된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실제 성희롱 여부는 구체적인 언동의 내용과 업무 관련성, 당사자의 관계와 당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해야 한다. ‘불쾌한 말’과 법적으로 판단되는 ‘성희롱’을 무조건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누가 했나 봤더니…행위자 절반은 ‘상급자 50.4%’

 

더 주목할 숫자는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다. 성희롱 행위자로 가장 많이 지목된 사람은 기관장·사업주 등을 제외한 상급자로 50.4%였다. 행위자의 성별은 남성이 80.4%였다.

 

직장에는 업무지시와 평가 등에서 직급에 따른 힘의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피해자가 현장에서 즉시 항의하지 못했거나 웃으며 상황을 넘겼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언행을 받아들였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 지점에서 예방교육의 초점도 달라진다. 직원에게 금지되는 말과 행동을 알려주는 것뿐 아니라 권한을 가진 관리자에게 자신의 언행과 직급이 결합될 때 상대방이 느낄 수 있는 압박과 조직 내 영향력을 이해시키는 교육이 중요해진다.

 

예방교육 실시 응답 98.1%…‘했는가’보다 ‘작동하는가’

 

조사에서 성희롱 방지 업무담당자의 98.1%는 예방교육을 실시했다고 답했다. 교육 방식은 복수응답 기준 개인별 온라인 교육이 62.7%로 가장 많았다.

 

그렇다고 ‘예방교육을 해도 효과가 없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교육 실시율과 피해 경험률은 조사 대상과 측정 기준이 다르고 두 수치만으로 교육 효과와 피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할 수도 없다.

 

오히려 현장에서 던져야 할 질문은 다른 곳에 있다.

 

“교육을 실시했는가”에서 “교육 내용이 실제 사무실에서 작동하고 있는가”로 질문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직원이 부적절한 언행을 문제라고 인식할 수 있는지, 관리자가 이를 발견했을 때 멈출 수 있는지, 피해를 말한 사람이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지가 교육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피해 말한 뒤에도 끝나지 않았다…12.3%는 ‘2차피해’ 경험

 

성희롱은 최초 사건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조사에서 피해자의 12.3%가 2차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2021년 20.7%보다는 낮아졌다.

 

가장 많이 나타난 2차피해 유형은 피해 사실을 주변에 말했을 때 공감이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의심받거나 ‘참으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은 경우로 8.9%였다.

 

2차피해 행위자는 복수응답 기준 상급자 53.9%, 동료 34.5% 순이었다. 최초 성희롱에서도 상급자가 50.4%로 가장 많이 지목됐는데, 피해 이후 2차피해에서도 상급자가 가장 많이 지목된 것이다.

 

결국 관리자의 역할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건을 알게 된 뒤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하고 조직 내 추가 피해를 막을 것인지까지 연결된다.

 

피플소사이어티 해설 | 성희롱 예방의 성적표는 ‘다음 날 사무실’에서 나온다

 

이 조사 결과는 2025년 6월 발표됐다. 발표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매년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공공기관과 기업이라면 46.8%, 50.4%, 12.3%라는 숫자가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우리 조직은 회식 때만 성희롱을 조심하라고 가르치고 있지는 않은가. 관리자에게 직급과 권한이 상대방의 대응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교육하고 있는가. 누군가 피해를 말했을 때 “왜 그때 싫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 정도는 그냥 넘어가라”는 반응이 나오지는 않는가.

 

성희롱 예방의 진짜 현장은 교육장이 아니라 다음 날 다시 출근하는 사무실이다.

 

교육을 몇 시간 들었는지가 아니라 직원들의 말과 행동이 달라졌는지, 관리자가 문제를 발견했을 때 멈출 수 있는지, 피해를 말한 사람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교육을 했는가’보다 ‘조직에서 실제로 작동하는가’를 묻는 것. 성희롱 예방교육의 다음 질문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자료: 당시 여성가족부, 2025년 6월 9일 발표 ‘2024년 성희롱 실태조사’. 「양성평등기본법」 제32조에 따른 3년 주기 법정 실태조사.
 

작성 2026.08.16 01:36 수정 2026.08.16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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