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을 차량에 태우려 한 이른바 ‘서대문 초등생 유괴미수 사건’의 피의자들이 범행 발생 약 1년 만에 법정에 서게 됐다. 해당 사건은 경찰의 초동 대응과 늑장 수사 논란을 불러온 데 이어 정부가 등하굣길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6일 20대 남성 2명을 미성년자 유인미수와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사건은 지난해 8월 28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한 초등학교 주변에서 벌어졌다.
당시 20대 남성 3명은 차량을 이용해 학교 인근을 돌아다니며 귀가하던 초등학생들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귀엽다”,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건네며 모두 세 차례에 걸쳐 학생들을 차량으로 유인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들이 이들을 피해 달아나면서 실제 유인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이 가운데 범행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한 2명을 지난 3월 미성년자 유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나머지 1명에 대해서는 가담 정도가 크지 않다고 보고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수사기관 사이에서는 아동학대 혐의 적용을 놓고 판단이 엇갈렸다.
사건을 수사한 서대문경찰서는 유인 행위를 아동에 대한 학대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서울경찰청에 법률 검토를 요청했다. 그러나 해당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아 미성년자 유인미수 혐의만 적용해 사건을 송치했다.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피의자들을 추가로 조사하고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다시 살펴본 뒤 아동학대 혐의까지 적용했다.
검찰은 학생들을 유인하려 한 행위가 미성년자 유인미수에 그치지 않고 피해 아동에게 정신적 충격과 공포를 줄 수 있는 정서적 학대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의 행위가 복수의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 관계가 성립한다고 본 것이다.
이 사건은 경찰의 초기 대응 과정에서도 거센 논란을 낳았다.
경찰은 최초 신고가 접수됐을 당시 이를 ‘오인 신고’로 판단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이후 비슷한 내용의 신고가 추가로 들어오자 수사에 착수해 피의자들을 붙잡았고, 뒤늦은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건이 알려진 뒤 전국 곳곳에서 아동을 상대로 한 유인 의심 신고가 잇따르면서 학부모들의 불안도 커졌다. 이에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교육부, 보건복지부는 학교 주변 순찰과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범정부 차원의 등하굣길 안전 확보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경찰이 사건 발생 이후 반년이 넘도록 피의자들의 신병 처리를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수사가 지나치게 지연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결국 초동 대응부터 수사 장기화까지 잇따른 논란을 낳았던 사건은 발생 약 1년 만에 검찰 기소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