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조선공사를 다시 세우자…부산 영도에서 한미 조선동맹의 거점을 만들다

세계적 항만 부산, 정작 ‘수리·정비·방산’ 산업 거점은 비어 있다

MASGA를 부산 재도약의 종잣돈으로…영도조선소 공공성 강화해야

1937년 시작된 대한조선공사, 한미 해양동맹의 전초기지로 부활시키자

부산 영도조선소의 역사적 뿌리에서 출발해 첨단 함정 MRO와 한미 조선협력의 미래 거점으로 도약하는 부산 조선산업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담은 이미지다.

대한조선공사를 다시 세우자…부산 영도에서 한미 조선동맹의 거점을 만들다

 

 

 

부산의 미래를 말할 때마다 ‘해양수도’라는 표현이 따라붙는다.

 

부산은 세계적인 항만을 갖고 있고, 오랜 조선산업의 역사도 지니고 있다. 해양금융과 물류, 관광, 방산산업의 기반도 갖춰져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돌아보면 부산이 자신이 가진 해양자산을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세계적인 항만이 있지만 항만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지역경제 전반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조선산업의 역사와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이를 미래형 해양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 역시 아직 미흡하다.

 

이제는 부산의 해양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그 출발점으로 HJ중공업 영도조선소를 부산의 전략적 산업자산으로 재정립하고, 나아가 ‘대한조선공사’의 부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 국유화나 특정 기업 지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미 해군 함정 MRO를 비롯한 한미 조선협력을 부산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고, 항만·조선·방산·물류·공항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자는 산업정책적 제안이다.

 

 미 해군 함정이 영도에 들어왔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HJ중공업은 지난해 12월 미 해군 해상수송사령부 소속 4만t급 군수지원함 ‘USNS 아멜리아 에어하트’의 MRO 사업을 수주했고, 올해 1월 해당 함정이 부산 영도조선소에 입항하면서 부산에서 미 해군 함정 MRO가 본격화됐다.

 

더 중요한 변화도 있었다.

 

HJ중공업은 올해 초 미 해군과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하면서 미 해군 주요 함정 MRO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MSRA는 미 해군이 인증하는 함정 정비 협약으로, 이를 확보한 조선소는 군수지원함뿐 아니라 주요 전투함 등의 MRO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는 부산에 상당히 중요한 신호다.

 

그동안 부산의 조선산업은 ‘배를 건조하는 산업’이라는 틀에서 주로 논의돼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건조뿐 아니라 수리·정비·개조를 아우르는 해양서비스 산업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과의 조선협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MRO는 부산이 현실적으로 선점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부산은 왜 MRO인가

 

부산의 경쟁력은 단순히 조선소 하나에 있지 않다.

 

부산항이라는 세계적인 항만이 있고, 영도에는 오랜 조선산업의 기술과 인력이 축적돼 있다. 부산·경남에는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밀집해 있으며, 해양 관련 대학과 연구기관도 있다.

 

여기에 가덕도신공항이라는 새로운 교통 인프라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들을 각각의 사업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산업체계로 연결해야 한다.

 

영도조선소는 MRO 거점으로, 부산항은 물류 거점으로, 지역 조선기자재 업체는 공급망 거점으로, 가덕도신공항은 인력·부품·물류의 국제 이동 거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부산은 단순히 배를 만드는 도시가 아니라 선박이 들어와 정비를 받고, 부품이 공급되며, 금융·보험·물류 서비스까지 결합하는 종합 해양산업 도시로 변모할 수 있다.

 

이것이 부산이 그동안 말해 온 ‘해양수도’의 실질적인 모습이어야 한다.

 

 MASGA, 부산이 놓쳐서는 안 될 기회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MASGA는 이러한 구상을 현실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 한미 조선협력은 미국 조선산업 재건과 한국 조선산업의 기술·생산 역량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7월에는 한미 조선협력센터가 출범했고, 양국 기업과 기관 간 공동연구와 기술협력도 추진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MASGA를 단순히 ‘미국에 투자하는 프로젝트’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미국에 조선소를 건설하거나 투자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인력·수주·MRO·기자재·금융 등의 산업적 파급효과를 한국과 지역에 어떻게 남길 것인가 하는 문제다.

 

부산은 그 파급효과를 받아낼 충분한 기반을 갖고 있다.

 

특히 HJ중공업은 이미 미 해군 MRO 시장에 진입했고, 올해에는 기존 MRO 과정에서 추가 정비 사항을 발견해 추가 계약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가능성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업 경험이 축적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개별 기업의 사업 확대만이 아니다. 부산시와 정부가 MRO를 부산의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관련 기업과 인프라를 하나로 묶는 장기적인 산업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HJ중공업 공기업화’보다 ‘대한조선공사 부활’로

 

이 지점에서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HJ중공업을 공기업으로 만들자는 주장은 자칫 특정 민간기업에 대한 특혜나 기업 구제책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논점을 ‘기업’에서 ‘산업자산’으로 옮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HJ중공업의 전신인 조선중공업은 1937년 부산 영도에 설립됐고, 광복 이후 대한조선공사로 출범해 공기업으로 운영됐다.

 

이후 민영화 등의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HJ중공업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과거의 대한조선공사를 그대로 되살리자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산업환경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대한조선공사를 설계하자는 논의는 충분히 가능하다.

 

핵심은 영도조선소의 공공적 성격을 강화하는 것이다.

 

정부와 부산시, 정책금융기관, 민간자본 등이 참여하는 새로운 지배구조를 통해 MRO·함정·특수선 등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민간의 경영 효율성과 기술력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지분 인수, 별도 법인 설립, 공공·민간 합작회사 구성 등 구체적인 방식은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니라 부산의 핵심 조선산업 역량을 장기적으로 보호하고 키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중국 리스크보다 중요한 것은 공급망 전략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한미 조선협력이 확대될수록 중국과의 경제·통상 관계에 부담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다.

 

특히 부산이 미 해군 MRO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을 경우 중국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다만 중국의 경제적 대응 여부를 특정 산업의 수출 구조만으로 단정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부산이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떤 산업을 선택하고, 공급망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함정 MRO와 특수선, 해양방산은 일반 상선 건조와는 산업적·안보적 성격이 다르다.

 

미 해군 함정 MRO 역시 단순한 선박 정비가 아니라 한미동맹의 산업적 기반과 연결되는 사업이다.

 

따라서 부산이 MRO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면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논리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공급망 안정성, 기술 경쟁력, 한미동맹이라는 전략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감만동 부두와 가덕도신공항까지 다시 봐야 한다

 

이제 부산항의 공간 활용도 다시 고민할 시점이다.

 

특히 감만동 일대 항만시설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덕도신공항이 완공되면 부산의 항만과 공항을 연결하는 물류체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렇다면 감만동 일대 역시 단순한 컨테이너 물류 기능을 넘어 조선·MRO·기자재·해양방산과 연결되는 배후산업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영도에서 함정을 정비하고, 감만동에서 부품과 물류가 움직이며, 부산·경남의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공급망을 구성하고, 가덕도신공항을 통해 인력과 긴급 부품이 오가는 구조다.

 

이러한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부산은 단순한 ‘항만도시’에서 동북아 해양 MRO 허브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부산이 미국에 줄 수 있는 것은 ‘조선 인프라’다

 

한미동맹은 이제 군사와 안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조선산업 기반을 필요로 하고 있고, 한국은 세계적인 조선 기술과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 가운데 부산에는 항만과 조선소, 조선기자재 산업, 해양인력과 연구 기반이 있다.

 

부산이 미국에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투자금이 아니다.

 

사람과 기술, 항만과 조선소, 그리고 실제 함정을 정비할 수 있는 산업 인프라다.

 

이것이 부산이 한미 조선협력에서 차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영도조선소에서 미 해군 함정을 정비하고, 지역 기자재 업체가 부품을 공급하며, 부산항이 물류를 담당하고, 공항이 인력과 긴급 물류를 뒷받침하는 구조다.

 

여기에 금융·보험·법률·연구개발·교육이 결합한다면 부산은 한미 해양산업 협력의 거점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 살리기’가 아닌 ‘도시의 미래’를 위한 선택

 

결국 논점은 HJ중공업을 공기업으로 만들 것이냐는 단순한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질문은 오히려 이것이어야 한다.

 

“부산이 가진 전략적 조선산업 자산을 앞으로 누가, 어떤 방식으로 책임지고 키울 것인가.”

 

부산은 세계적인 항만을 갖고 있다.

 

한국은 세계적인 조선 기술을 갖고 있다.

 

미국은 조선산업 재건과 해군력 유지를 위해 동맹국의 조선 역량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리고 영도에는 80년이 넘는 조선산업의 역사가 남아 있다.

 

이 네 가지 조건이 동시에 존재하는 지금이 부산의 조선산업을 다시 설계할 적기다.

 

따라서 ‘대한조선공사 부활’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부산의 항만·조선·MRO·방산·공항을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묶어내기 위한 새로운 산업정책의 출발점이다.

 

과거 대한조선공사가 한국 조선산업의 태동을 상징했다면, 새로운 대한조선공사는 한미 조선동맹과 부산 해양산업의 미래를 상징하는 거점이 될 수 있다.

 

부산은 더 이상 가진 자산을 나열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항만은 MRO로, 조선소는 방산으로, 방산은 한미동맹으로, 항만과 조선은 물류와 금융으로 연결해야 한다.

 

부산의 미래는 새로운 것을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 연결의 중심에 영도조선소가 있고, 그 미래의 이름으로 ‘대한조선공사’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작성 2026.08.14 09:49 수정 2026.08.14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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