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미래,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세계적인 항만을 ‘지나가는 물류’에서 ‘머무는 산업’으로 바꿔야 한다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는 일자리 숫자보다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을 만든다

부산의 경쟁력은 더 많이 갖는 데 있지 않고, 이미 가진 자산을 연결하는 데 있다

부산의 항만·해양관광·콘텐츠·첨단 물류 산업이 하나로 연결돼 미래 성장도시로 도약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다.

부산의 미래,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도시는 자신이 가진 것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가보다, 그것들을 어떻게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가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부산은 대한민국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독특한 자산을 가진 도시다.

 

세계적인 규모의 항만과 물류 기반이 있고, 바다와 산이 한 도시 안에서 만난다. 해운대와 광안리, 송도를 비롯한 해양관광 자원이 있으며, 영화와 영상 콘텐츠 분야에서는 오랜 시간 도시 브랜드를 구축해왔다. 금융과 관광, 국제교류 역시 부산이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영역이다.

 

겉으로 보면 부산에는 성장에 필요한 재료가 이미 상당 부분 갖춰져 있다.

 

그런데도 많은 시민은 묻는다.

 

“왜 부산의 강점이 더 많은 좋은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는가.”

 

“왜 세계적인 항만이 있는 도시에서 청년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가.”

 

“왜 부산의 유명한 관광지와 문화행사가 지역 기업의 성장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는가.”

 

이 질문 앞에서 부산은 한 번쯤 성장 전략의 출발점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산의 문제는 자원이 없다는 데 있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이미 가진 자산을 서로 연결해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만드는 구조가 부족하다는 데 더 가까울 수 있다.

 

새로운 것을 하나 더 세우는 전략보다 기존의 강점을 서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1. 항만을 ‘지나가는 공간’에서 ‘산업이 머무는 공간’으로

 

부산을 상징하는 가장 강력한 자산 가운데 하나는 항만이다.

 

항만에는 수많은 선박과 화물이 오간다. 세계와 부산을 잇는 거대한 물류 흐름이 매일 만들어진다. 그러나 물동량 자체가 자동으로 도시의 높은 부가가치와 좋은 일자리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컨테이너가 부산을 통과하는 것과, 그 과정에서 부산에 기업·기술·자본·인재가 축적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부산이 항만도시를 넘어 해양산업도시로 성장하려면 항만과 연결되는 산업을 더욱 촘촘하게 키워야 한다.

 

물류 플랫폼과 스마트항만 기술, 해양 데이터, 친환경 선박, 선박 관리, 해양금융, 보험, 국제거래, 디지털 물류 서비스 등이 서로 맞물려야 한다.

 

예를 들어 항만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물류 데이터를 지역의 기술기업이 분석하고, 지역 금융기관이 해운·물류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며, 대학과 연구기관이 스마트항만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스타트업이 부산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구조를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될 때 항만은 단순히 화물이 지나가는 시설이 아니다.

 

기업이 들어오고, 기술이 축적되고, 청년이 새로운 직업을 찾는 산업 플랫폼이 된다.

 

부산항의 진정한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화물을 처리하느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물류 흐름을 활용해 얼마나 많은 산업과 기업을 부산에 머물게 하느냐에서 다음 경쟁력이 만들어질 수 있다.

 

2. 바다는 관광지가 아니라 산업 플랫폼이 될 수 있다

 

부산의 바다는 많은 사람에게 휴식과 여행의 이미지로 기억된다.

 

해운대의 해변, 광안대교의 야경, 송도의 바다 풍경은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 자산이다. 하지만 바다의 역할을 관광객이 보고 즐기는 경관에만 머물게 한다면 부산이 가진 해양도시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

 

바다는 산업이 될 수 있다.

 

해양레저와 크루즈, 마이스(MICE), 미식, 공연, 콘텐츠, 숙박, 지역 상권을 연결하면 관광산업의 가치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해양레저를 즐기기 위해 부산을 찾은 관광객이 지역의 음식과 문화를 경험하고, 공연과 축제를 즐기며, 부산의 콘텐츠와 상품을 소비하도록 만드는 구조가 필요하다.

 

여기에 지역 창업기업이 참여한다면 관광객의 소비는 대형 시설이나 유명 관광지에만 머물지 않고 골목과 지역 상권, 새로운 기업으로 확산될 수 있다.

 

부산의 바다는 ‘보는 바다’에서 ‘체험하는 바다’로, 다시 ‘산업이 만들어지는 바다’로 확장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해양관광 기획자, 콘텐츠 제작자, 레저 전문가, 관광 데이터 분석가, 국제행사 기획자 등 부산의 환경과 특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직업도 생겨날 수 있다.

 

도시의 자연환경이 산업과 연결될 때 풍경은 경쟁력이 된다.

 

3.  영화도시의 이름을 콘텐츠 산업의 생태계로 연결해야 한다

 

부산은 영화와 영상 분야에서도 분명한 도시 브랜드를 갖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부산이 오랜 시간 쌓아온 영화도시의 이미지는 쉽게 만들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하지만 도시의 문화적 명성과 도시 안에서 실제로 성장하는 콘텐츠 산업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영화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는 것과 제작사·투자사·후반작업 기업·영상기술 기업·창작자들이 부산에 장기간 머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부산의 영화 자산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제작과 투자, 기술, 유통, 교육, 창업이 연결돼야 한다.

 

영상 제작자에게는 제작 환경이 필요하고, 콘텐츠 기업에는 투자와 시장이 필요하다. 청년 창작자에게는 경험을 쌓고 성장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필요하며, 기술기업에는 영화·영상 산업과 협업할 기회가 필요하다.

 

여기에 인공지능, 가상제작, 확장현실, 디지털 콘텐츠 기술이 결합된다면 부산의 영화산업은 기존의 문화산업을 넘어 새로운 기술산업과도 연결될 수 있다.

 

영화제가 열리는 도시에서 멈추지 않고, 콘텐츠가 실제로 만들어지고 기업이 성장하며 창작자가 정착하는 도시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부산이라는 도시 브랜드를 경제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길이다.

 

4.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일자리 한 자리’보다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다

 

부산의 산업 전략을 이야기할 때 청년 문제를 떼어놓을 수 없다.

 

청년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를 단순히 취업 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청년에게 중요한 것은 첫 직장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경력을 키울 수 있는가, 더 좋은 기업으로 이동할 수 있는가,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는가,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가, 같은 분야의 사람들과 경쟁하고 협력할 수 있는가가 모두 중요하다.

 

결국 청년이 머무는 도시는 ‘직장 하나가 있는 도시’가 아니라 ‘성장 경로가 보이는 도시’다.

 

부산이 해양·물류·금융·관광·콘텐츠를 서로 연결한다면 부산에서만 가능한 산업과 직업을 만들 수 있다.

 

스마트항만 엔지니어, 해양 데이터 분석가, 국제물류 플랫폼 개발자, 해양관광 콘텐츠 기획자, 영상기술 전문가, 크루즈 산업 종사자, 해운·물류 금융 전문가처럼 부산의 지역적 특성과 산업 기반이 결합된 직업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일자리는 다른 도시의 산업을 그대로 옮겨오는 방식만으로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부산만의 자산이 서로 연결될 때 가능해진다.

 

청년 정책도 같은 관점에서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청년에게 지역에 남아달라고 말하기 전에, 남아서 성장할 수 있는 산업과 시장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사람이 산업을 따라 움직이기도 하지만, 산업 역시 사람과 기회가 모이는 곳에서 성장한다.

 

부산이 해야 할 일은 이 두 흐름이 선순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부산은 서울을 따라갈 필요가 없다

 

부산은 서울과 같은 도시가 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서울을 따라가는 방식으로는 수도권과의 경쟁에서 부산만의 차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부산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서울에는 없는 것들이다.

 

바다와 항만이 있고, 국제교류의 역사가 있다. 영화와 문화의 도시 브랜드가 있으며 관광과 금융, 물류가 서로 만날 수 있는 기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자산을 따로 활용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 것이다.

 

항만은 물류와 금융, 기술로 이어져야 한다.

 

바다는 관광과 레저, 콘텐츠, 마이스로 연결돼야 한다.

 

영화는 제작과 기술, 투자와 교육으로 확장돼야 한다.

 

관광은 지역 상권과 창업으로 이어져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이러한 산업에 필요한 인재와 기술을 공급해야 하고, 행정은 서로 분리된 정책과 사업을 하나의 방향으로 묶어야 한다.

 

그 연결이 반복될수록 부산에는 새로운 기업이 생기고, 그 기업이 새로운 직업을 만들며, 그 직업이 다시 사람을 불러들이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부산은 자산이 부족한 도시가 아니다.

 

다만 아직 그 자산의 가치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뿐이다.

 

세계적인 항만을 가진 도시가 물류의 경유지가 아니라 혁신의 출발지가 될 수 있는가.

 

아름다운 바다를 가진 관광도시가 해양산업의 중심지가 될 수 있는가.

 

영화제가 열리는 도시를 넘어 콘텐츠 기업과 창작자가 모여드는 도시가 될 수 있는가.

 

그 답은 새로운 랜드마크 하나를 더 짓는 데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도시 곳곳에 이미 존재하는 경쟁력을 발견하고, 서로 다른 산업과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는 정교한 설계에 있다.

 

부산의 다음 성장은 ‘더 많이 갖는 도시’가 아니라 ‘더 잘 연결하는 도시’가 될 때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그 연결의 끝에는 기업과 일자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부산에서 자신의 미래를 그릴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지역에서 도전해도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청년들, 그리고 부산이라는 도시의 가능성을 다시 발견하는 시민들이 있다.

 

도시의 미래는 결국 건물보다 사람에게 남는다.

 

부산이 가진 자산을 사람의 기회로 연결하는 것.

 

그것이 지금 부산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성장 전략이다.

 

작성 2026.08.14 09:25 수정 2026.08.18 11:09

RSS피드 기사제공처 :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 등록기자: 유경석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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