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교육청이 중장기 대입 제도의 근본적 전환을 공식 제안했다. 과도한 점수 경쟁과 사교육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절대평가 체제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는 수능 자체를 폐지하자는 구상이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래형 대입 제도 제안’을 발표했다. 정 교육감은 현재의 입시 체제가 학생을 줄 세우는 방식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학습의 본질과 학생 개별 성장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 중심의 평가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제시한 개편안은 세 단계로 구성됐다. 우선 2028학년도 대입을 대상으로 한 즉각적 개선안이 제시됐다. 이어 2033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될 내신과 수능의 전면적 절대평가 전환 방안, 마지막으로 2040학년도에 도입할 미래형 대입 제도 구상이 포함됐다.
첫 단계인 2028학년도 대입과 관련해서는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조정이 핵심이다. 현재 상대평가를 병기하고 있는 진로·융합 선택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해 학생들의 과목 선택 왜곡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서울교육청은 현행 평가 방식이 학생의 성장을 중심에 둔 수업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중장기 개편의 핵심은 내신 절대평가의 전면 도입이다.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30학년도부터 모든 내신 평가를 절대평가로 시행하고, 이를 2033학년도 대입에 본격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학생의 학습 결과는 점수 경쟁이 아닌 성취 기준 충족 여부 중심으로 평가된다.
절대평가 도입에 따른 변별력 저하 우려에 대해서도 대응책을 제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과정과 평가를 전담하는 지원 조직을 신설하고, 약 500명 규모의 교원 지원단을 구성해 학교별 평가 운영을 상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내신 시험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내신 절대평가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고교 서열화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자율형 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의 학급당 모집 인원을 일반고 수준으로 조정하고, 2030년 이후에는 특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중점 과정 일반고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과정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수능 개편 방향 역시 대대적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033학년도 대입부터 수능에 절대평가를 적용하고, 기존 9등급 상대평가 체계를 5단계 절대평가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선택형 문항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서술형과 논술형 평가를 확대해 사고력과 이해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개편할 것을 제시했다.

이 같은 개편을 통해 수능의 영향력을 단계적으로 축소한 뒤, 2040학년도에는 수능 시험 자체를 폐지하자는 구상도 포함됐다. 대신 학생부를 중심으로 한 학교생활 전반의 성장 이력을 대학 입시에 반영하고, 대학은 융합형 면접이나 서·논술 평가를 보조 자료로 활용하는 방식이 제안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의 수능 중심 선발 구조가 고등학교와 대학 단계에서 학업 중단율을 높이고, 재수생 증가로 사교육 수요를 확대해 왔다고 분석했다. 특히 2040년경에는 고등학교 학령인구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선발을 위한 과도한 변별력 자체가 의미를 잃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제안은 교육청 차원의 정책 연구와 함께 현장 교원, 대학 교수, 입학사정관 등이 참여한 전담 기구 운영을 통해 마련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향후 학교와 대학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공론화 과정과 논의를 거쳐 제도의 현실성과 수용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