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양산시 체육회 쇄신은 없었다

시의회 부결 뒤에 숨은 체육회의 도덕적 해이 심각

수의계약 독식과 술안주 기부금이 적법한 행정인가

표적 감사 . 정치적 흠집 등 궤변 멈추고 사과하라

지난 29일 양산시의회 본회의장을 지켜보며 참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김석규 양산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양산시체육회 보조금 집행 관련 행정사무조사의 건'이 부결됐기 때문입니다. 재석 의원 20명 중 찬성 9명, 반대 10명, 기권 1명으로 과반수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시의회 차원의 철저한 조사를 기대했던 시민들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씁쓸한 마음을 안고 사무실로 돌아와 보니 양산시체육회가 보내온 이메일 한 통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체육회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확산하자 이를 바로잡겠다며 반박 입장문을 보내온 것입니다.

소 한 영 발행인

내용을 살펴보니 한마디로 요약됩니다. "사업 지침을 오해한 결과이며, 절차상 적법했고, 체육회장 선거를 앞둔 표적 감사이자 흠집 내기"라는 주장입니다.

 

언뜻 들으면 법과 규정을 잘 지킨 억울한 피해자의 하소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내놓은 해명의 껍질을 한 겹만 벗겨볼까요? 공공 보조금을 받고 운영하는 공직유관단체로서의 최소한의 윤리의식조차 없이, 남 탓만 일삼는 민낯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무료체육교실 회비 징수 문제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체육회는 “지침상 의무적 무료 사업이 아니며, 시의 지도에 따라 전액 환불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시의 지시를 받고 나서야 뒤늦게 환불했다는 사실 자체가 무엇을 뜻할까요? 당초 징수가 부당했음을 스스로 자백한 꼴입니다. 정당한 집행이었다면 왜 환불했겠습니까? 불법이 적발되니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 것 아닌가요.

 

더 황당한 사실도 있습니다. '학교체육시설 개방사업'을 추진하면서, 체육회는 공식 계좌가 아닌 담당 매니저 개인 계좌로 회비를 안내했습니다. 심지어 체육회 직원의 부인이 회원별 강습비를 직접 받기도 했습니다. 회원 모집 과정에서 체육회 홈페이지 상담 전화번호에 '직원 부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올려놓았습니다. 만약 직원을 사칭해 상담을 진행한 것 이라면 형법 제347조(사기)와 동법 제349조(부당이득),동법 제352조(미수범)으로 처벌 받아야 합니다.

 

국비와 시비 보조금 사업에서 발생한 수입을 체육회 공식 세입으로 잡지 않고, 개인 계좌로 수납받아 관리한 행위는 명백한 위법입니다. 

 

지방회계법 제25조(수입의 직접 사용 금지)와 보조금 관리 규정을 어긴 세입 누락이자 공금 관리 소홀입니다. 특히 세입 조작 및 누락 행위는 변상책임(지방회계법 제49조) 및 회계 관계 직원의 경우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징계·형사고발 대상이 됩니다. 지침 문구를 핑계 대며 공금 관리의 기본을 저버린 행위를 단순 '착오'로 뭉개기엔 사안이 너무나 엄중합니다.

 

지난 29일 김석규의원이 본회의 때 체육회 보조금 집행 관련 행정사무조사를 요청한 것도 이러한 불법행위 때문입니다. 이 건은 결국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되고 말았습니다. 세금 도둑 잡으라고 뽑아줬더니 도둑 도망가라고 뒷문을 열어준 것입니다.

 

양산시체육회는 지난 2019년에도 보조금 부정 사용 논란을 빚은 바 있습니다. 올 9월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보조금 정산·관리 부실 우려 지자체 12곳에 양산시가 포함됐습니다. 양산시의회와 양산시가 체육회를 이렇게 감싸고 돌면 중앙정부차원의 제재가 떨어질 것은 불 본 듯 명확합니다.

 

수의계약 몰아주기 해명도 눈가리고 아웅 하기입니다. 최근 2년 6개월간 현수막·인쇄 물량 4억 9천만 원 중 49%(2억 4천만 원)를 정상열 회장의 연관 업체에 몰아주었지요. 체육회는 "지출 항목 중 인쇄 관련 자료만 선별해 특정 업체를 부각했다"며 위법이 없다고 강변합니다.

 

이 또한 본질을 왜곡하는 물타기 해명입니다. 수십 가지 사업 전체를 통틀어 비율을 낮춰보려는 논리는 눈가리고 아웅일 뿐입니다. 

 

핵심은 수의계약 몰아주기가 지역 상인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빼앗았다는 점입니다. 경쟁과 이해충돌 방지라는 공공 계약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했습니다. 

 

체육회가 발주한 인쇄·현수막 물량의 절반이 회장이 과거 대표로 있던 업체에 집중된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1건당 금액이 수의계약 한도 내에 있어 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해명은, 전형적인 '법률 만능주의'적 착각입니다. 

 

오죽하면 동종 인쇄업계 사람들이 "정 회장은 2020년 이후 7년 동안 해당 업체로부터 단 한 번도 리베이트를 받은 적이 없느냐"고 묻겠습니까.

 

정치적 중립성 훼손에 대한 해명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지방선거 때 정 회장과 사무국장은 10여 개 종목단체 관계자들을 이끌고 특정 시장 후보 캠프를 9차례 방문했습니다. 체육회는 "공직선거법에 위반되지 않게 방문해 응원했을 뿐"이라고 항변합니다.

 

2019년 민선 체육회장 제도가 도입된 본래 취지가 무엇입니까? 체육을 정치로부터 독립시키고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시 보조금 47억 원을 지원받는 공공유관단체의 수장이 하부 종목 단체장들을 동원해 특정 후보 캠프를 연달아 찾아갔습니다. 민선 체육회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파괴한 행위입니다. 

 

정회장는 구양산시생활체육회 시절 현 나동연시장이 체육회 회장을 하던 때 사무국장을 지냈습니다. 이후로도 나시장과 정치적 연을 맺으며 지낸온 것을 알고 있기에 누가 봐도 명백한 '권력 줄대기'를 단순히 "응원했을 뿐"이라 해명하는 대목에서는, 무감각한 윤리의식의 민낯이 들어납니다.

 

수영연맹의 기부금 유용 논란도 짚어봐야 합니다. 수영연맹 회장은 현직 양산시 정책특별보좌관(4급) 한정우씨 겸직하고 있습니다.

지정기부금의 64%(731만 원)를 임원 워크숍 식사비와 안주 구입비로 썼습니다. 이에 대해 체육회는 "연맹의 운영과 발전을 위한 목적에 부합한다"고 주장합니다. 

 

양산시 공사 수주 업체가 낸 기부금을 선수 육성이 아닌 임원진 술안주 값으로 탕진해 놓고, 이를 '연맹 발전'이라 말하는 것은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입니다. 공공 성격의 기부금을 사적 유흥 경비로 소비하고도 적반하장 태도를 보이는 모습에 시민과 동호인들은 분통이 터집니다.

 

정 회장의 개인 SNS 해명도 궁색합니다. 최근까지 해당 인쇄업체 대표 직함과 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던 점에 대해 "프로필 갱신 과정에서 정리된 것"이라 해명했습니다. 2020년에 대표자가 변경되었다면서 7년 동안 회장 직함과 업체 대표 명함을 방치했습니다. 

시의회 지적과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급하게 삭제해놓고 "프로필 갱신"이라 말하는 것은 헛웃음만 나오게 만듭니다.

 

양산시체육회의 반박문은 "법적으로 처벌받지만 않으면 아무 문제 없다"는 법률 만능주의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지적당해서 환불하고 수정했으니 됐다"는 식의 책임 회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오늘의 이 사태를 만들고 체육회를 이렇게 방만하게 만든 장본인은 다름 아닌 양산시 당국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엄연한 감사권을 시장과 정치권 눈치나 보느라 행사하지 않는 공무원들. 이런 공무원들에게 시민들이 도대체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양산시 공무원들의 철저한 자기반성을 촉구합니다.

 

 그리고 양산시의원들께도 한 말씀 드립니다. 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는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정당한 의정 활동입니다.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시민들의 이익을 스스로 침해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양산시체육회는 뼈를 깎는 반성과 쇄신안을 제시해도 모자랄 판입니다. 오히려 "표적 감사"라느니 "정치적 흠집 내기"라며 궤변을 늘어놓는 양산시체육회. 법의 테두리 뒤에 숨어 진실을 가리려는 시도를 당장 멈추어야 합니다.

 

 체육회는 양산시민 앞에 엄중히 사과하고 대대적인 혁신에 나서는 것만이 공공유관기관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일 것입니다.

 

작성 2026.10.30 11:30 수정 2026.10.3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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