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번진 ‘페리틴 얼굴’…의료진 “외모만으로 철 결핍 진단 못 해”

창백한 피부·탈모·약한 손톱, 다른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어

빈혈 없어도 저장 철 부족 가능…혈액검사로 원인 살펴야

진단 없는 철분제 복용은 해로울 수 있고 기저 문제 발견 늦춰

[화담일보 = 정서하기자]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얼굴빛과 다크서클 등으로 철분 부족을 가늠한다는 ‘페리틴 얼굴’이 확산하고 있다. BBC는 관련 영상이 수백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의료진은 외모만으로 철 결핍을 진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페리틴은 체내에 철을 저장하는 단백질이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창백하거나 잿빛으로 보이는 피부, 눈 밑 다크서클, 건조하거나 갈라진 입술, 탈모와 약한 손톱 등을 낮은 페리틴 수치의 징후로 소개한다. 철분 상태가 달라지기 전후의 사진을 나란히 보여주며 외모 변화를 강조하는 게시물도 있다.

 

영국 웨스트미들랜즈의 일반의 아지자 세세이는 ‘페리틴 얼굴’이 의학적 진단명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창백한 피부나 탈모, 잘 부러지는 손톱은 철 부족에 동반될 수 있지만 다른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피부색이 짙은 사람은 피부빛 변화가 덜 뚜렷할 수 있어 온라인에서 제시한 외형적 특징만 찾다가는 철 결핍을 놓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철 결핍과 빈혈도 구분해야 한다. 페리틴 수치는 몸에 저장된 철의 상태를 보여주는 반면,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운반하는 단백질이다. 헤모글로빈이 낮아져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이 떨어진 상태가 빈혈이다. 그러나 저장 철은 그보다 먼저 고갈될 수 있어 빈혈이 없는 사람에게도 철 결핍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혈액내과 전문의 드루 프로번은 얼굴을 보고 페리틴 수치를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빈혈이 심하면 창백해 보이고 피로가 다크서클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이런 시각적 징후는 주관적이고 신뢰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같은 분야 전문의 수 파보드는 철 결핍이 흔하며 여성에게서 충분히 진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영국소화기학회 지침은 페리틴이 리터당 15마이크로그램 미만이면 저장 철이 없는 상태를, 30마이크로그램 미만이면 대체로 저장 철이 부족한 상태를 나타낸다고 설명한다. 의료진은 외모보다 증상과 몸이 어떻게 느껴지는지가 더 유용하며, 혈액검사는 철 결핍 확인뿐 아니라 원인 파악과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인으로는 과도한 월경 출혈, 식사를 통한 철 섭취 부족, 위장관 출혈, 장에서 철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문제 등이 있다. 프로번과 세세이는 치료가 이러한 원인도 함께 다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진단 없이 철분 보충제를 복용하면 해로울 수 있고, 스스로 치료하다가 기저 문제를 조사할 시기를 늦출 수 있다.

 

철 결핍에는 흔히 먹는 철분제가 사용된다. 파보드는 철분제를 공복에, 가능하면 아침에 일어나서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하면서 복용 전후의 차나 커피는 철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음식으로는 고기, 콩, 렌틸콩, 잎채소, 철분 강화 시리얼 등에서 철을 얻을 수 있다.

 

세세이는 소셜미디어가 도움을 구하도록 이끄는 한편 짧은 영상만으로 잘못된 자가진단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상을 느껴 진료를 찾는 계기와 외모를 근거로 질환을 단정하는 행동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작성 2026.10.26 15:10 수정 2026.10.2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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