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 관계를 논의하는 민간 대화에서 한반도 안보와 경제협력, 인공지능의 악용을 막는 문제가 함께 다뤄졌다. NEAR재단과 홍콩대학교 당대중국·세계연구센터(香港大学当代中国与世界研究中心·CCCW)는 10월 2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중 전략대화 2026을 공동 개최했다. 교역과 인적 교류의 확대를 이야기하면서 전략적 불확실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논의한 자리다.
연합뉴스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양측 참석자들은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평화·안정, 한중 간 긴밀한 전략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제협력을 확대하고 사람의 왕래를 넓히는 일이 양국 관계 발전의 기반이라는 데에도 의견을 모았다. 미중 전략 안정의 가능성과 인공지능 악용을 방지하는 충돌 예방 장치, 강대국 경쟁 속 제3국의 주권과 안보도 의제로 올랐다.
한국 측의 요구가 함께 제기됐다는 점도 살펴야 한다. 매일경제의 현장 보도는 정덕구 NEAR재단 이사장이 북한 비핵화와 국제 분쟁 해결에서 중국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고 전했다. 협력의 필요성을 확인하는 것과 민감한 사안에서 상대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묻는 일이 같은 대화 안에 들어간 것이다. 다만 이는 참석자의 발언이며 양국 정부가 새 정책에 합의했다는 뜻은 아니다.
민간 전략대화의 기능은 공식 협상의 결과를 대신하는 데 있지 않다. 정부가 당장 결론을 내기 어려운 사안에서도 서로의 우려와 조건을 설명할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상대가 어떤 문제를 가장 급하게 보는지, 같은 표현을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는 일이 대화의 기초가 된다. 학계와 연구기관의 논의가 정책으로 이어지려면 이후 공식 검토와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다.
이번 의제에서 경제와 안보가 나란히 놓인 것은 기업의 활동 환경을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하다. 기업은 수요와 생산비만 보고 장기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규정의 변화와 국제적 긴장, 인력의 이동 조건이 사업의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두 나라가 모든 사안에서 같은 입장을 갖지 않더라도 서로 설명하고 확인할 창구가 있으면 불확실성의 일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전략대화의 의제로 들어온 점은 특히 눈에 띈다. 기술 협력에서는 연구와 산업의 기회를 이야기할 수 있지만 잘못된 정보나 부정확한 판단이 어떤 상황에서 갈등을 키울 수 있는지도 물어야 한다. 이번 보도는 악용 방지와 충돌 예방의 필요성이 논의됐다고 전했을 뿐 구체적인 공동 규칙이 체결됐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기술의 성장과 위험 관리가 함께 논의 대상이 됐다는 범위에서 읽어야 한다.
충돌 예방을 구체화할 때에는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어떤 상황에서 사람이 판단하고 소통할지를 먼저 정할 필요가 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발견했을 때 전달 경로가 있는지, 상대의 행동을 해석할 자료가 충분한지, 자동화된 분석의 한계를 누가 검토하는지가 질문이 된다. 이는 회의에서 채택된 세부 방안을 소개한 것이 아니라 해당 의제의 정책적 의미를 풀어 본 것이다.
사람의 왕래 역시 협력의 한 분야이면서 다른 분야를 연결하는 기반이다. 학생과 연구자, 기업 관계자가 상대 사회를 직접 경험하면 인터넷의 단편적인 정보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차이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교류 횟수가 늘어났다는 사실만으로 상호 이해가 깊어졌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어떤 경험을 나눴고 이후에도 관계가 이어졌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경제협력의 논의는 실제로 처리할 수 있는 과제로 내려올 때 의미가 커진다. 기업이 반복해서 겪는 절차상의 어려움, 연구자가 확인하기 어려운 제도 정보, 학생과 가족에게 필요한 생활 안내처럼 대상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민간 대화에서 이런 문제를 모아 관련 기관에 전달하고 처리 경과를 확인하는 경로를 마련할 수 있다. 협력의 성과는 선언의 크기보다 해결한 문제의 내용에서 드러난다.
참석자들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다자 협력의 역할도 강조했다. 다자 틀은 양자 관계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도 공통 과제를 함께 논의할 접점을 제공할 수 있다. 다만 같은 회의체에 참여한다고 개별 분쟁이 자동으로 해소되지는 않는다. 어떤 사안을 어느 수준에서 다룰 수 있는지 정하고, 가능한 협력과 추가 조율이 필요한 문제를 나누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국 독자에게는 이 대화가 낙관론과 경계론 중 어느 쪽을 확인해 줬는지만 따지는 접근보다 의제의 구성을 읽는 것이 유용하다. 경제협력과 인적 교류의 필요성을 말하면서도 핵 문제와 전략 경쟁에 관한 요구가 함께 제기됐다. 양국 관계는 하나의 긍정적 소식이나 갈등 장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협력할 분야를 구체화하는 일과 이견을 관리하는 일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
보도를 읽을 때에는 발언의 주체도 확인해야 한다. 재단이나 대학 연구자의 제안, 참석자들이 공유한 인식, 정부가 공식 발표한 입장은 서로 다른 층위다. 민간 대화에서 나온 의견을 국가의 새 방침으로 바꾸어 전달하면 실제보다 큰 변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반대로 의견 차이가 드러났다는 이유만으로 대화가 실패했다고 단정하는 것도 논의의 기능을 좁게 보는 해석이다.
23일 서울의 전략대화는 한중 협력의 의제가 교역을 넘어 안보와 신기술의 위험 관리까지 이어져 있음을 보여 줬다. 앞으로 살펴볼 것은 회의에서 어떤 표현이 나왔는지에 그치지 않는다. 상대의 우려를 확인한 뒤 실제로 소통할 창구와 협력 과제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이어 가는지가 중요하다. 가까운 이웃이면서 복잡한 이해관계를 가진 두 나라에 필요한 대화는 공통점을 확인하는 시간과 차이를 설명하는 시간을 함께 포함한다.
[참고자료]
연합뉴스 서울 한중 싱크탱크 전략대화 보도
https://cn.yna.co.kr/view/ACK20261023004200881?section=politics%2Findex
매일경제 제2차 한중 전략대화 현장 보도
https://www.mk.co.kr/en/world/121843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