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 = 강유담기자] 배터리로 비행하는 전기 항공기의 보급을 앞당기려면 배터리 성능 개선과 정책 지원이 함께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공대의 마르턴 스테인뷔흐 기계공학 교수는 유로뉴스 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소형 전기 항공기가 2032년께 등장할 가능성을 제시하면서도, 80~90인승 규모는 2040년 무렵이나 그 이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네덜란드 스타트업 엘리시안 에어크래프트는 배터리 기반 여객기를 개발하고 있다. 공동창업자 대니얼 제이컵슨은 엔진 6개를 탑재하고, 큰 날개가 기존 공항 탑승구 시설에 맞도록 날개 끝을 접는 구조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목표는 승객 90명을 태우고 초기에는 800㎞, 이후에는 1,000㎞를 비행하는 것이다.
제이컵슨은 이 정도 수송 능력과 항속거리가 확보되면 세계 항공편의 절반에 해당하는 운항에서 배출을 없애고, 항공우주 분야 전체 배출량을 20%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개발 중인 항공기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회사 측 설명으로, 실제 운항을 통해 달성한 감축 실적은 아니다.
스테인뷔흐 교수가 꼽은 핵심 기술은 배터리다. 전기 항공기의 비행 가능 거리가 배터리 성능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는 용량이 두 배 수준인 ㎏당 최대 500Wh의 전고체 배터리가 시장에 나오면 전기 비행에 대한 관심이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적으로 이동수단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배터리 개발에 수십억 유로와 달러가 투입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그가 제시한 보급 전망은 기체 규모에 따라 다르다. 2032년께에는 화물·여객용으로 항속거리 500㎞의 5인승 전기 항공기가 특수 목적에 쓰이기 시작할 수 있다고 봤다. 2035년에는 같은 항속거리의 9인승, 나아가 20인승이 등장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일정은 확정된 취항 계획이 아니라 기술 발전을 전제로 한 전망이다.
정책 측면에서는 전기차 전환 경험을 참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전기차 판매는 2020~2025년 해마다 늘었고, 2025년 세계 신차 판매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세계 자동차 보유 대수의 약 5%가 전동화됐으며, 이에 따른 석유 대체량은 2025년 하루 120만 배럴이었다.
스테인뷔흐 교수는 자동차 제조사에 일정 시점까지 충분한 전기차 모델을 갖추도록 요구한 정책이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항공기 제조사에도 특정 연도까지 항공기 일부를 전동화하도록 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기존 항공기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데서 나아가 전기 항공기로의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항공기 설계의 인증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다만 안전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는 조건을 분명히 했다. 인증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 신생 기업의 기체 제조와 전기 비행 기반시설 구축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제안의 배경에는 항공 부문의 기후 대응 문제가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는 ‘2020년부터 탄소중립 성장’을 목표로 채택했지만, 국제 항공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이후 증가했다. 해당 목표는 실질적인 배출 감축보다 상쇄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기후행동추적은 이를 ‘매우 불충분’하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