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약 투약 초범, 조건부 기소유예와 체류까지 따져본다
필로폰·엑스터시·케타민 같은 마약 투약은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이다. 초범 단순 투약이라면 치료나 교육을 조건으로 재판에 넘기지 않는 기소유예가 검토될 수 있다.
◇ 파티가 끝나고 3주 뒤의 전화
주말 파티에서 누군가 작은 알약을 건넨다. 기분만 좋아진다는 말이 따라온다. 한 번이었고, 그 뒤로는 잊고 지냈다. 3주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경찰이 소변과 머리카락으로 마약 투약 검사를 하자고 한다.
무엇이 한국에서 마약이 되는지는 이 연재 15화에서 다뤘다. 이번에는 그다음 이야기다. 적발된 뒤 무엇이 처벌과 치료의 길을 가르는가. 추방이 먼저 떠올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침묵보다 순서가 먼저다.
◇ 한 알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다

한국은 마약을 무겁게 처벌한다. 대마를 피우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 벌금이다. 필로폰과 엑스터시, 케타민은 향정신성의약품이다. 뇌에 작용해 의존을 부르는 약물이라는 뜻이다. 이를 투약하면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이다.
투약하지 않고 갖고만 있어도 처벌된다. 헤로인은 더 무겁다. 1년 이상의 징역이라 벌금형이 없다. 반복하면 상습범으로 더 무겁게 처벌될 수 있다.
외국인 사범은 늘고 있다. 2026년 7월 '2025년 마약류 범죄백서'가 나왔다. 2025년 마약사범은 2만3403명이었다. 이 가운데 외국인은 3298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유형별로는 투약사범이 37.6%로 가장 많았다.
국경의 문제도 짚어야 한다. 형법은 한국 안에서 한 행위라면 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 반대로 한국인은 외국에서 한 행위도 처벌될 수 있다. 합법 국가를 여행하며 대마를 피운 한국인이 입건되는 이유다. 귀화한 뒤 외국에서 한 행위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이 본국에서 한 흡연은 원칙적으로 한국 법 대상이 아니다. 다만 한국에서 소지하거나 투약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언제 어디서 했는지가 쟁점이 된다.
◇ 처벌 대신 치료를 조건으로 끝날 수 있나
그런 길이 있다. 다만 누구에게나 열리는 문은 아니다.
기소유예는 혐의는 있지만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마약 단순 투약 사건에서는 여기에 조건이 붙기도 한다.
법무부 설명에 따르면 조건은 선도, 치료, 교육 세 가지였다. 교육조건부는 정해진 재활교육을 마치는 조건이다. 초범이나 단순 투약자처럼 가벼운 사건을 위한 제도로 설명된다.
2024년 4월 15일부터 조건이 하나 더 생겼다. 사법-치료-재활 연계모델 참여 조건이다. 전문가위원회가 먼저 중독 정도를 평가한다. 그 뒤 6개월 동안 보호관찰을 받으며 치료와 재활을 이어간다. 약물검사도 함께 받는다.
조건을 어기거나 다시 투약하면 기소유예가 취소될 수 있다. 그러면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갈 수 있다. 시범사업 참여자 22명은 모두 보호관찰 동안 약을 끊고 지냈다. 핵심은 한 번뿐이었다는 해명이 아니라 다시 하지 않을 증거다.
실제로 이 문은 좁다. 치료조건부 기소유예는 오히려 해마다 줄어왔다는 보도도 있다. 그래서 스스로 먼저 치료를 시작한 기록이 더 중요해진다.
수사와 별개로 치료를 돕는 제도도 있다.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다. 판별검사는 1개월 이내, 치료보호는 12개월 이내다. 판별검사와 치료보호 비용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 재판으로 가면 무엇이 달라지나
투약으로 유죄가 되면 교육명령이 원칙적으로 붙는다. 수강명령이나 이수명령이다. 이수명령은 재활교육 과정을 정해진 시간만큼 마치는 명령이다. 대법원은 2025년 5월 이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
수강명령은 집행유예(형의 집행을 미뤄주는 것)와 함께 붙는다. 이수명령은 벌금 이상의 형이나 약식명령과 함께 붙는다. 약식명령은 법정 심리 없이 서류로 벌금을 정하는 절차다. 교육 시간은 200시간 범위에서 정해진다. 선고유예(형의 선고를 미뤄주는 것)라면 이 명령은 붙지 않는다.
중독이나 습벽이 있으면 유예와 함께 치료명령도 가능하다. 치료명령에는 보호관찰이 함께 붙는다. 중독이 깊다면 치료감호도 있다. 치료감호는 시설에 머물며 치료받게 하는 처분이다. 마약 중독자의 치료감호 기간은 최대 2년이다.
검사 결과를 두고 다툴 여지도 있다. 대법원은 모발 검사로 투약 시기를 추정하는 데 한계를 인정했다. 머리카락이 자라는 속도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 등이 이유다. 다만 투약을 부인하고 다른 증거가 부족한 사건들이었다. 모발에서 나왔다고 모두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수사기관을 찾아 자수하면 형을 줄이거나 면제할 수 있다. 법원이 판단할 일이라 반드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경찰 연락을 받고 조사에서 인정하는 것은 자수가 아니다. 그것은 자백이다.
흔한 착각은 "기소유예면 기록이 없다"는 생각이다. 기소유예도 수사경력자료(수사받은 기록)로 남는다. 법무부는 체류 허가를 심사할 때 이런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벌금이나 기소유예로 끝나도 체류에 불리할 수 있다.
마약류 중독자는 입국금지 사유에 해당한다. 한 번 투약했다고 곧바로 중독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공의 안전을 해칠 염려도 입국금지 사유다. 입국 뒤 이런 사유가 생기면 강제퇴거 대상이 될 수 있다.
징역이나 금고형을 받고 풀려나면 강제퇴거 대상이 될 수 있다. 영주자격자는 원칙적으로 강제퇴거되지 않지만 예외가 있다. 사건 유형과 체류자격에 따라 대응 순서가 달라진다.
수사는 더 촘촘해질 전망이다. 2027년 5월 개정법 시행이 예정돼 있다. 시행되면 신분을 숨긴 수사도 가능해진다. 온라인으로 약을 구하는 길은 더 위험해진다.
◇ 전화를 받은 날부터 할 일
1. 오늘 안에 할 일은 멈추고 적어두는 것이다. 더 이상 투약하지 않는다. 언제 누구에게 받았는지 적고, 메신저 기록은 지우지 않는다. 본국 처방약을 먹고 있다면 처방전과 약 봉투를 챙긴다. 외국인등록증과 여권을 준비하고, 조사 때 통역을 요청한다.
2. 며칠 안에 할 일은 회복의 기록을 만드는 것이다. 중독 상담이나 치료를 스스로 시작했다면 그 기록을 남긴다. 연계모델이라면 6개월 보호관찰을 이어갈 계획까지 세운다. 재학증명서나 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로 안정된 생활을 보여준다. 계좌 내역은 단순 투약인지 거래인지를 가르는 자료가 된다.
3. 절대 하지 말 일은 말을 맞추는 것이다. 약을 건넨 사람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책임을 대신 떠안지 않는다. 통역 없이 "여러 번 했다"는 식으로 추측해 답하지 않는다.
◇ 기억나지 않는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첫 조서의 투약 횟수는 기억보다 추측으로 채워지기 쉽다. 한 번의 투약과 반복된 투약은 처분이 크게 다르다. 그래서 기억하는 사실과 추측을 먼저 갈라 적는다.
증거 정리가 첫 순서다. 검사 결과지와 메신저, 계좌, 처방전을 시간순으로 묶는다. 다음은 절차 선택이다. 조건부 기소유예를 구할지, 투약 사실을 다툴지 정한다. 누군가에게 건넨 일이 있다면 사건의 무게가 달라진다.
타이밍은 첫 조사 전이 가장 중요하다. 치료를 시작한 시점이 조사보다 앞서면 진정성을 보여주기 쉽다. 마지막은 실수 방지다. 공범과 연락하거나 추측성 진술을 남기면 되돌리기 어렵다.
이런 사건은 처벌과 치료가 나란히 움직인다. 부산에서 마약 사건은 치료 연계에 밝은 변호사에게 맡긴다. 단계마다 맞춘 서류를 준비하는지도 본다. 대한변협 형사전문변호사 인증 여부도 기준에 들어간다.
마약 사건에서 법은 과거를 묻고, 처분은 앞날을 본다. 지나간 한 번은 지울 수 없어도 다음 6개월은 증명할 수 있다. 처벌과 치료 사이, 내 몫은 스스로 시작한 치료의 기록이다.
한병철 /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 변호사
(대한변협 인증 형사전문변호사 · 부동산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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