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폴뉴스 탐사추적보도3
- - 김00 전 서부발전 직원, 국민권익위에 28쪽 공익신고서 제출
- - “태안 주민의 건강과 환경을 희생해 얻은 경제적 이익이 있었는지 밝혀야”
푸른 바다와 갯벌, 해안사구와 수많은 어촌마을이 이어지는 충남 태안. 그러나 이 아름다운 지역의 한편에서는 수십 년 동안 대형 석탄 화력발전소가 가동돼 왔다. 이제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
“태안의 주민들은 발전소가 만들어낸 전기를 위해 무엇을 감당해야 했는가.”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를 둘러싼 과거 저 품질·저 열량 석탄 구매와 대기오염, 환경방지시설 운전, 주민 건강피해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00 전 한국서부발전 직원은 지난 9월 30일 부패방지국민운동총연합, 환경감시국민운동본부, 국민재난안전총연합회 및 태안지역 주민들과 함께 국민권익위원회에 28쪽 분량의 ‘공익신고 및 강력처벌 촉구 요청서’를 제출했다.
신고서에는 감사원 감사자료, 국정감사 자료, 발전소 자체자료, 석탄 혼소자료, 대기오염 배출자료, 주민 건강영향조사 자료, 공익신고 및 보상금 관련 자료 등이 제시됐다. 핵심은 하나다.
과거 태안화력의 석탄 구매와 발전소 운영 과정에서 환경과 주민 건강보다 비용과 경영성과가 우선됐던 것은 아닌지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저 열량·고 유황 석탄…“싼 연료가 주민에게는 비싼 대가였나.”
신고서가 제기하는 첫 번째 의혹은 저 열량·고 유황 석탄 구매 및 혼소 문제다. 신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태안발전본부의 석탄 혼소 과정에서 황 함량 증가와 SOx 배출 문제가 반복적으로 나타났으며, 일부 연도에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부과금이 수억 원에서 10억 원 이상 발생한 것으로 제시돼 있다. 특히 신고서에는 2015년 저 열량 탄 황 함량이 0.60%였으며, 같은 해 6호기 SOx 관련 배출부과금이 약 2억5,100만 원에 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렇다면 따져봐야 한다.
석탄을 싸게 구매해 얻은 경제적 이익과 그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환경비용 가운데 누가 이익을 얻었고 누가 피해를 부담했는가.
발전원가 절감이 실제로 주민 건강과 환경에 부담을 전가한 결과였다면 단순한 ‘연료 구매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부담해야 할 환경비용을 지역주민에게 떠넘긴 구조였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2019년 국정감사까지 등장한 저 열량 탄 문제
저 열량 탄 문제는 2019년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된 것으로 신고서는 주장한다. 신고서에는 당시 국정감사에서 저 열량 탄 가격과 연소 과정에서의 오염물질 증가 가능성이 지적됐으며, 당시 한국서부발전 사장이 저 열량 탄 사용 및 품질관리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신고인은 당시 국회 제출자료의 작성·제출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과거 저질탄 구매와 관련된 원자료와 국회 제출자료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면 누가 어떤 이유로 자료를 작성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국회에 제출된 자료가 사실과 달랐다면 그것은 단순한 행정착오인지, 아니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적인 자료 작성이었는지 밝혀야 한다.
더 충격적인 의혹…“탈황설비 운전을 제한했나.”
이번 공익신고에서 가장 강하게 들여다봐야 할 부분 가운데 하나는 탈황설비 운전이다. 신고인은 2015년과 2016년 태안화력 일부 발전호기에서 ARP 운전 대수를 제한함으로써 비 계획정지를 피하려 했고, 그 결과 SOx 배출이 증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신고서에는 2015년 상반기 6호기의 SOx 농도가 52.5ppm, 2016년 상반기에는 50.8ppm으로 기록됐으며 당시 법적 기준을 초과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만약 환경방지시설의 정상적인 운영보다 발전소의 가동률이나 경영평가상 지표가 우선됐다면 문제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환경방지시설을 제대로 가동하지 않아 발생한 오염이라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그 과정에서 얻은 경제적 이익은 얼마였으며, 그 비용을 태안 주민들이 떠안은 것은 아닌가.
이 부분은 발전소 운전기록과 TMS 자료, 설비운전 기록, 당시 경영평가 자료 등을 대조하면 상당 부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신고인의 주장이다.
연간 290억 원 환경·건강 피해 주장…누가 책임질 것인가?
신고서가 제시한 충남연구원 자료에는 태안화력으로 인한 지역 주민의 환경·건강 피해 비용이 연간 약 290억 원 규모로 산정됐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신고서에 따르면 SO₂ 관련 피해액은 약 150억9,000만 원, PM2.5 관련 피해액은 약 80억8,000만 원으로 제시돼 있다. 두 항목만 합쳐도 신고서가 제시한 전체 피해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여기서 반드시 따져야 할 문제가 있다.
발전소가 생산한 전력의 경제적 가치는 계산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환경·건강 비용은 누가 부담했는가.
주민이 병원에 가고, 어업과 농업이 영향을 받고, 지역 환경이 훼손됐다면 그 비용까지 포함해 발전사업의 진짜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 공익신고 측의 주장이다.
“주민 85.3%가 비소 고농도 노출”…철저한 검증 필요
신고서에는 더욱 심각한 주민 건강 관련 자료도 제시돼 있다. 신고서는 2025년 태안화력 반경 2㎞ 이내 주민 402명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에서 343명, 85.3%가 비소 고농도 노출자로 확인됐다고 주장한다. 또 2023년별도 조사에서는 97명 가운데 67명, 69%가 비소 고농도 노출자로 확인됐다는 내용도 제시한다. 물론 이러한 수치만으로 태안화력의 특정 배출행위가 특정 주민의 질병을 직접 발생시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만약 실제로 높은 수준의 유해물질 노출이 반복적으로 확인됐다면,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가?”라는 질문은 반드시 던져야 한다. 발전소 주변 대기·토양·수질·농수산물·주민 혈액 및 소변 등의 자료를 장기간 비교하고, 발전소 배출자료와 주민 건강자료를 함께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안 주민은 실험실의 피 실험자가 아니다”
발전소에서 나오는 연기와 미세먼지가 단순한 숫자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농민이 농사를 짓고, 어민이 바다에 나가고, 노인들이 평생을 살아온 마을이 있다. 따라서 환경오염 논란을 단순히 “법적 기준을 넘었느냐, 넘지 않았느냐”라는 숫자 하나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안 주민들이 실제로 어떤 환경에 노출됐고, 건강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장기간 추적해야 한다.
30억 원 보상금 논란까지…공익신고자는 왜 싸우고 있나?
이번 사건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공익신고자 보상금 문제다. 신고서에 따르면 한국서부발전은 2022년 말 김00 신고인의 과거 신고가 부패행위 신고에 해당하며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공식 문서를 보냈다. 이후 신고인은 30억 원의 보상금을 청구했지만 지급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신고인은 이 과정에서 과거 자신이 제출했던 감사원 신고, 사장에게 보낸 이메일, 국회의원실 제보 등이 부패행위 신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보상금 산정 과정 자체를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 역시 결국 문서와 규정, 신고 시점, 신고 내용, 실제 절감액 등을 하나씩 대조하면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제는 ‘책임자 찾기’가 아니라 ‘자료부터 공개하라’
이번 사건에서 관계기관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복잡하지 않다.
자료를 공개하고 대조하는 것이다.
① 당시 석탄 구매계약 원본
② 석탄 성분 및 COA 분석자료
③ 석탄 혼소기록
④ 발전소별 TMS 원 자료
⑤ ARP 운전기록
⑥ 탈황설비 운전·정비기록
⑦ 배출부과금 산정자료
⑧ 국정감사 제출 원 자료
⑨ 주민 건강영향조사 원 자료
⑩ 경영평가 관련 자료
이 자료들을 서로 대조하면 된다.
누가 무엇을 샀는지, 어떤 석탄을 사용했는지, 어떤 오염물질이 얼마나 배출됐는지, 방지시설은 어떻게 운전됐는지, 그리고 그 결과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아름다운 태안을 더 이상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태안은 발전소만 있는 곳이 아니다. 꽃지의 아름다운 낙조와 안면도의 해안, 신두리 해안사구, 갯벌과 바다, 수많은 어촌마을이 있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연지역이다. 최근에는 석탄 화력발전 단계적 폐지와 함께 태안을 해상풍력과 태양광 등 새로운 에너지 산업의 거점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더욱 분명해진다. 과거의 환경문제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미래의 친환경 에너지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태안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특별한 특혜가 아니다. 깨끗한 공기, 안전한 환경, 건강하게 살 권리, 그리고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권리다.
인터폴뉴스 탐사보도팀의 질문
누가 저질탄을 구매했는가. 왜 구매했는가. 얼마나 절감했는가. 그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비용은 얼마였는가. 탈황설비는 왜 그렇게 운전됐는가. 국회에는 어떤 자료가 제출됐는가. 주민들의 건강피해와 발전소 배출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그리고 공익신고자가 주장하는 30억 원 보상금 문제는 왜 발생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책임은 이제 관계기관에 있다. 10년 전의 일이라면 더욱 자료를 통해 밝혀야 한다.
환경오염은 시간이 지난다고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태안의 아름다운 바다와 숲, 갯벌과 마을은 누구의 것도 아닌 미래 세대의 자산이다. 과거에 환경이 훼손됐다면 책임을 물어야 하고, 사실이 아니라면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침묵이 아니라 공개와 검증이 필요하다. 태안 주민들의 건강과 태안의 미래를 위해, 이제는 진실을 밝혀야 할 때다.
인터폴뉴스 탐사추적보도팀
※ 본 기사는 공익신고자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한 ‘공익신고 및 강력처벌 촉구 요청서’와 그 첨부자료에 제시된 내용을 중심으로 작성하였다. 기사에 포함된 저질탄 구매, 탈황설비 운전, 국정감사 자료, 주민 건강피해, 보상금 등에 관한 내용은 신고인이 제기한 의혹 및 자료에 근거한 것으로, 개별 의혹의 사실 여부와 법적 책임은 관계기관의 조사·수사 및 법원의 판단을 통해 최종적으로 확인돼야 한다. 한국서부발전 및 관계기관의 공식 반론·해명이 확인될 경우 이를 함께 보도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