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漢儒學] 권세의 영화는 일시적이나, 도덕의 신념은 만고에 남는다

[三漢儒學] 권세의 영화는 일시적이나, 도덕의 신념은 만고에 남는다

 

명대(明代) 후기 문인 홍응명(洪應明)이 지은 채근담(菜根譚)은 첫 장부터 두 구절의 강렬한 대비로 독자를 맞이한다.

 

棲守道德者, 寂寞一時.(서수도덕자, 적막일시)
依阿權勢者, 淒涼萬古.(의아권세자, 처량만고)

도덕과 원칙을 지키며 사는 사람은 한때 적막하고 고독할 수 있으나, 

권세에 아첨하는 사람은 만고토록 처량하게 된다는 뜻이다.

 

물욕이 횡행하고 권력에 아부하는 풍조가 만연했던 시대적 현실 속에서 홍응명(洪應明)은 눈앞의 이익과 삶의 장기적인 가치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이 두 구절은 단순한 도덕적 당위를 넘어, 인간사에 되풀이되는 권력과 처세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다.

 

옳은 도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길은 외롭다. 남들이 눈앞의 이익을 좇아 줄을 설 때 홀로 원칙을 고수하거나, 권력자의 잘못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소외당하기도 한다. 반면 권력에 기대어 아첨하는 사람들은 빠르게 출세하고 당장의 영화를 누린다. 그러나 신념 없는 영화가 오래갈 리 없다. 자신이 기대던 권력이 무너지는 순간, 그들이 누리던 영달도 함께 무너진다. 권세에 기대어 쌓아 올린 영화는 권세가 사라지는 순간 허망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이러한 교훈을 거듭 확인해 왔다. 멀리는 이승만 정권에서 가까이는 윤석열 정권에 이르기까지, 권력의 그늘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영화를 누리던 이들의 말로가 어떠했는가. 영원할 것 같던 권력에 빌붙어 이익을 챙기던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결국 법의 심판을 받거나 감옥에 갇히는 처지가 되었다. 권력의 불빛을 영원한 태양으로 착각하고 달려든 불나방의 비참한 결말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권력 해바라기 행태가 정권이 바뀌어도 되풀이된다는 점이다. 오늘날에도 자신이 지켜 온 가치와 신념을 저버린 채, 눈앞의 이익과 출세를 위해 권력의 향방을 좇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어제의 주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자신에게 유리할 때는 원칙을 내세우다가 불리해지면 그 원칙마저 외면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권력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거나 양심과 소신을 지키려는 사람들을 향해 조롱과 멸시를 퍼붓고, 집단적으로 배척한다는 사실이다. 권력자의 모호한 말이 추종자들에게 비판자들을 공격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권력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이 도덕과 양심을 지키려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도구로 변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과거 권력의 구호에 맹종하며 이성을 잃었던 집단적 광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도덕과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 무조건적인 독선이나 타협의 거부를 뜻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면 겸허히 인정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합리적인 타협과 자기반성은 오히려 원칙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옳고 그름의 기준마저 내팽개치는 것은 타협이 아니라 원칙의 배신이며, 지혜로운 처세가 아니라 비겁한 아부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당장의 유불리를 떠나 공동체의 가치와 양심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부당한 외면과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사람들의 외로움은 결코 헛되지 않다. 그들의 주장이 언제나 옳기 때문이 아니라, 권력 앞에서도 비판과 견제가 살아 있어야 사회가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의 기울어짐을 감지하지 못한 채 한때의 영화에 취해 있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장의 적막함을 감수하며 도덕과 원칙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눈앞의 출세를 위해 만고의 처량함을 자초할 것인가.

 

채근담(菜根譚)의 첫 문장은 수백 년이 지난 오늘에도 우리에게 준엄한 질문을 던진다. 권력은 바뀌고 영화는 사라지지만, 자신이 지킨 원칙과 저버린 양심의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작성 2026.10.11 07:38 수정 2026.10.11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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