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는 노래가 되기에는 너무 아픈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말로는 도저히 꺼낼 수 없는 슬픔이 오히려 음악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Eric Clapton의 ‘Tears in Heaven’은 그런 노래다.
1991년 3월 20일, 클랩튼의 네 살 반 된 아들 코너가 뉴욕 맨해튼의 고층 아파트 열린 창문에서 추락해 세상을 떠났다. 클랩튼의 공식 연대기에는 사고 전날 그가 코너를 데리고 서커스를 보러 갔다는 사실까지 기록돼 있다.
하루 전까지 함께 시간을 보냈던 어린 아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 이후 클랩튼이 선택한 것 가운데 하나가 기타였다.
공식 연대기에 따르면 그는 아들의 죽음 이후 기타를 연주하고 작업에 몰두하면서 슬픔을 견뎠다. 같은 해 8월 로스앤젤레스의 빌리지 레코더에서 ‘Tears in Heaven’을 비롯해 영화 《Rush》를 위한 음악을 녹음했고, 10월에는 ‘Circus Left Town’, ‘My Father’s Eyes’, ‘Lonely Stranger’ 등의 초기 버전도 작업했다. 이들 작품 역시 코너에게서 영감을 받은 곡들이었다.
‘Tears in Heaven’은 클랩튼 혼자 쓴 작품은 아니다.
작사가 Will Jennings가 함께 곡을 완성했다. 그래미 공식 기록에도 이 작품의 작곡자는 에릭 클랩튼과 윌 제닝스로 명시돼 있다.
가사의 중심에는 한 가지 견디기 힘든 상상이 놓여 있다.
먼 훗날 천국에서 아들을 다시 만난다면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
저작권을 고려해 가사를 길게 옮기지 않아도 이 질문만으로 노래의 정서는 충분히 전해진다. 이 작품은 죽음을 설명하거나 슬픔을 극복했다고 선언하는 노래가 아니다.
오히려 남겨진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조용히 묻는다.
그래서 ‘Tears in Heaven’에는 격렬한 절규보다 절제가 있다. 어쿠스틱 기타와 담담한 목소리 사이로 상실의 크기가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Recording Academy 역시 이 곡을 네 살이었던 아들 코너의 비극적인 죽음을 돌아본 작품이라고 공식적으로 설명한다.
처음부터 대중적인 히트곡만을 목표로 만들어진 노래도 아니었다.
‘Tears in Heaven’은 영화 Rush를 위해 쓰인 작품으로 세상에 나왔다. 그래미 공식 기록에도 ‘Tears in Heaven (From Rush)’이라는 이름으로 영화·TV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하지만 이 곡을 더욱 널리 알린 것은 1992년의 ‘MTV Unplugged’ 공연이었다.
클랩튼은 1992년 1월 16일 영국 윈저의 브레이 필름 스튜디오에서 이 노래를 어쿠스틱으로 연주했다. 그의 공식 자료와 그래미 기록은 이 ‘Unplugged’ 버전이 큰 성공을 거두며 노래를 세계적으로 각인시킨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전한다.
그리고 1993년 제35회 그래미 시상식.
‘Tears in Heaven’은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최우수 남성 팝 보컬 퍼포먼스를 수상했다. 《Unplugged》 역시 올해의 앨범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노래 앞에서 상의 개수는 그다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 아버지가 어린 아들을 잃었다.
그리고 그 아버지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아이를 기억했다.
기타를 들고 노래를 만들었다.
그래서 ‘Tears in Heaven’을 단순한 슬픈 팝송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하다. 이 노래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에도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 마주하는 가장 근원적인 질문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 슬픔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방법이 조금씩 달라질 뿐이다.
클랩튼에게 음악은 그 방법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그리고 너무나 개인적인 아버지의 슬픔에서 태어난 노래가 세상으로 나온 뒤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수많은 이들의 노래가 됐다.
그래서 ‘Tears in Heaven’이 지금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는 화려한 기타 연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나를 기억할까.
사별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마음속에서 떠올렸을 그 질문을, 에릭 클랩튼은 한 곡의 음악으로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