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자 칼럼] 퇴직 후의 삶, 배움에 끝은 없습니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았을까?”

[이순자 칼럼] 퇴직 후의 삶, 배움에 끝은 없습니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았을까?” 

50대와 60대에 새로운 배움을 고민하는 분들을 만나면 종종 듣는 말입니다. 오랫동안 직장과 가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해온 사람도, 막상 자신을 위한 새로운 출발 앞에서는 망설입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나이를 먼저 생각하고, 배우고 싶어도 잘할 수 있을지를 걱정합니다. 저는 이런 망설임이 개인의 자신감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정해진 나이에 공부하고, 취업하고, 퇴직하는 삶을 자연스럽게 여겨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움은 젊을 때 하는 일이고, 퇴직 후에는 쉬어야 한다는 생각도 익숙해졌습니다. 그러나 직장에서의 역할이 끝났다고 해서 한 사람의 호기심과 가능성까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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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퇴직 후의 휴식은 필요합니다. 평생 일하고 가족을 돌보며 미뤄두었던 여행을 떠나거나, 느긋하게 하루를 보내는 시간도 소중합니다. 다만 저는 즐기는 삶의 범위를 조금 더 넓혀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낯선 사람을 만나고, 서툰 일을 하나씩 익혀가는 과정에서도 충분히 재미와 기쁨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의 현장에서 만나는 중년의 수강생들을 보며 느끼는 것도 이 점입니다. 처음에는 낯선 활동을 부담스러워하던 분이 어느 순간 웃으며 참여하고, 자신이 익힌 것을 옆 사람에게 알려주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배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합니다. 배움은 지식을 얻는 일이면서, 자신에게 아직 새로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처음부터 자신 있게 강사 활동을 했던 것은 아닙니다. 사회생활을 하고 강의 현장을 다니며 많이 부딪쳤습니다. 마음처럼 풀리지 않는 일이 있었고, 속상한 마음을 감당하기 어려운 날도 있었습니다. 차 안에서 혼자 울기도 했고, 골목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 시간을 지나오며 저를 붙잡아준 것은 배움이었습니다. 모르는 것을 배우고, 부족한 부분을했고, 다시 움직일 힘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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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험으로는 걱정에 붙잡혀 있을 때보다 새로운 일을 배우고 그 일에 집중할 때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눈앞의 활동에 흥미를 느끼고 작은 성취를 경험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 만으로 하루를 채우지 않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50대와 60대의 새로운 도전에도 의무 감 뿐 아니라 흥미와 재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즐거움이 있어야 다시 해보고 싶고, 그 마음이 다음 걸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도전이라고 해서 반드시 자격증을 따거나 새로운 직업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좋아하는 노래를 배우고, 운동 동작을 익히고, 스마트폰 기능 하나를 알아가는 것도 새로운 시작입니다. 중요한 것은 남보다 빨리 배우는 일이 아니라, 내 삶에 관심을 가지고 내가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저는 10년을 훌쩍 넘어, 어느덧 20년 가까이 배움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 시간 동안 품고 살아온 목표는 ‘배워서 남주자’ 입니다. 내가 배운 것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 함께 웃거나 몸을 움직이는 계기가 된다면 그 배움은 제 삶을 넘어 다른 사람의 일상으로 이어집니다. 지금도 배우는 이유입니다. 다만 배움을 개인의 의지에만 맡겨서는 안 됩니다. 배우고 싶어도 비용과 거리, 건강 문제나 가족 돌봄 때문에 참여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습니다. 지역사회가 가까운 곳에서 부담 없이 배울 기회를 마련하고, 처음 온 사람도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필요합니다. 빠르게 따라오는 사람 만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각자의 속도를 존중하는 교육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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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퇴직한 사람에게 계속 무엇 인가를 증명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배움이 또 다른 경쟁이나 부담이 된다면 그 의미는 줄어듭니다. 쉬고 싶은 날에는 쉬고, 배우고 싶은 일이 생기면 시작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그런 선택이 존중받을 때 퇴직 후의 삶도 더 풍성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배움에 끝은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배움의 속도나 방식은 달라질 수 있지만, 삶에 대한 관심까지 접을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50대와 60대의 배움이 흥미와 재미에서 출발할 때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힘이 된다고 확신합니다.

 

차 안과 골목에서 울던 시간도 제 삶의 일부였습니다. 그 시간을 지나 지금도 배우고, 배운 것을 나누며 살아갑니다. 퇴직 후의 삶을 생각하는 분들에게도 배움이 자신을 다그치는 숙제가 아니라, 자신을 다시 만나고 일상을 즐기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필자는 앞으로도 ‘배워서 남주자’라는 마음으로 그 길을 함께 걸어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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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이 순 자 칼럼니스트
대한백세웃음체조연구소 소장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실버교육과정 지도교수

대한인식생명교육 사회적협동조합 전임교수
KCSNEWS 기자
노인·복지·건강·웃음·실버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며, 소외된 이웃과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교육과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작성 2026.10.10 19:28 수정 2026.10.10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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