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가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에 대해 교육재정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미래대응기금에 유·초·중등교육을 위한 재원 배분 원칙을 법률로 명시할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회장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감)는 지난 7일 국회를 방문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조승래 위원장과 문진석 예산결산소위원장을 잇달아 만나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과 미래대응기금법안에 대한 교육 현장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날 면담에는 정근식 협의회장과 권순기 지방교육재정교육감특별위원회 위원장(경상남도교육감)이 참석해 지방교육재정의 안정적인 확보와 초·중등교육에 대한 재정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협의회는 정부의 교부금 산정 방식 개편이 현실화될 경우 교직원 인건비 등 필수 경비의 증가분조차 충당하기 어려워 학교 교육활동과 교육환경 개선에 필요한 재정 여력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27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2026년 본예산보다 7조 2천억 원(10.1%) 증가할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협의회에 따르면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2026년 교부금과 비교할 경우 실제 증가액은 약 2조 4천억 원(3.2%)에 그친다.
반면 2027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공무원 보수 인상률 3.9% 등을 고려하면 시·도교육청의 인건비는 연간 약 2조 5천억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부금 증가액이 인건비 상승분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특히 정부가 제시한 새로운 교부금 산정 방식은 전년도 교부금에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을 반영하되 학령인구 변화율의 35%를 적용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학령인구 감소가 지속될 경우 교부금 증가율이 경상성장률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 협의회의 설명이다.
협의회는 현행 내국세 20.79% 연동 방식을 유지했을 경우와 비교하면 2027년 한 해에만 약 31조 원의 재정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 일몰에 따른 약 1조 6천억 원의 재원 감소와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국가·지방자치단체 분담 종료 등으로 내년에 종료되는 재원이 약 3조 원에 이르지만, 정부 개편안에는 이를 보전할 별도의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이러한 재정 여건이 교육시설 안전관리와 노후 교육환경 개선, 교육복지 확대 등 학교 현장의 필수적인 사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래대응기금의 활용 범위와 배분 기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미래대응기금의 교육·인재계정은 기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에서 새로운 교부금 산식에 따라 산정한 금액을 제외한 차액을 재원으로 한다.
그러나 정부 법안에는 영유아, 고등·평생교육, 첨단산업 인재양성 등이 기금 사용처로 규정된 반면 초·중등교육은 독립적인 지원 대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또한 2027년 교육·인재계정 10조 1천억 원 가운데 교육부가 편성한 13개 사업 4조 9천억 원에도 초·중등교육 사업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협의회는 미래대응기금 교육·인재계정에 유·초·중등교육을 명확한 사용처로 규정하고, 최소 전입 및 배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교육청 사업에 대한 예산 이월과 집행 특례를 적용하고, 기금사용계획의 수립·심의 과정에 교육감협의회가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후 학교시설 개선을 위한 기금 활용 방안도 주요 논의 과제로 제시됐다.
협의회는 전국 학교 건물 3만 3,751동 가운데 39.1%에 해당하는 1만 3,206동이 건축된 지 30년을 넘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래대응기금을 활용한 노후 학교시설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교육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기금의 사용 목적과 재원 배분, 이월 및 집행 특례 등이 법률에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안과 다른 방향의 입법 대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도 요청했다.
협의회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정부안과 국회에 제출된 대안을 함께 비교·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정애 의원의 개정안은 유보통합에 따라 0~2세 영아를 포함한 보육 사무가 교육부로 이관된 점을 고려해 내국세 연동 비율을 현행 20.79%에서 21.79%로 1%포인트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권순기 지방교육재정교육감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학생 수는 줄어도 학교 수와 학급 수는 늘고 있다”며 “신도시가 생기면 학교를 지어야 하고, 과밀학급은 줄여야 한다. 반면 폐교는 시간이 걸리고 폐교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정근식 협의회장은 “교부금법안과 기금법안은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으로 지정해 상임위 심사를 건너뛸 사안이 아니다”라며 “교부금에서 생성된 기금 재원이 유·초·중등교육으로 돌아오도록 법률에 명시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문진석·조승래 의원은 “개편안 진행 과정의 문제점 등 교육감님들의 우려에 공감한다”면서 “개정안 기금 활용처와 용도 등에 대해 심사 과정에서 잘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조승래 위원장은 특히 “정률제에서 정액제로 바뀌면 기본값이 되는 고정경비 산정이 중요하다”며 교육청 역시 관련 비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의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한 지방교육재정 개편이라는 정책적 과제와 학교 현장의 안정적인 교육재정 확보라는 요구가 맞물린 사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정부의 교부금 개편안과 대안 법률안에 대한 검토가 어떻게 이뤄질지, 미래대응기금에 초·중등교육 재원 확보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