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투자 흐름과 시장 규모 추세가 말하는 것
화두 2026년 10월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I 페스타' 퀀텀포럼 세션에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양자국가기술전략센터 성은정 센터장이 던진 발언 한 줄이 산업계의 정책 우선순위 논쟁에 불을 지폈다. 성 센터장은 "양자는 이제 과학기술 역량 확보를 넘어 산업 경쟁력과 공급망, 경제 안보를 포괄하는 국가 전략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의 핵심은 기술 달성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시장으로 연결하는 실질적 기제를 언제·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있다. 한국은 R&D 중심의 투자 구조에서 실증·상용화·생태계 확장으로 정책 우선순위를 전환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문제 제기
한국 정부가 설정한 2029년 100큐비트급 양자 프로세서 목표는 기술 달성 시점에 시장이 준비되지 않으면 투자 성과가 경제적 가치로 연결되지 않을 위험을 내포한다. 지디넷코리아 보도(2026-10-06)에 따르면 2026년 기준 전 세계 각국 정부의 양자 분야 누적 투자 및 투자 계획 합계는 659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2022년의 약 300억 달러에서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난 수치다.
2040년 글로벌 양자 기술 시장은 1,190억~2,15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고, 그 가운데 양자 컴퓨팅 부문만 최대 1,480억 달러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이 수치들이 기술 완성과 동시에 자동으로 실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술과 시장 사이에는 반드시 수요 창출·표준화·금융 연계라는 가교가 필요하다.
글로벌 전략의 방향 전환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이미 R&D 단계에서 상용화 단계로 전략 무게중심을 이동했다.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양자 벤치마킹 이니셔티브(QBI)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기술을 단계적으로 검증하고, 10년 이내 실용적인 양자 컴퓨팅 구현을 목표로 조달·표준 체계를 병행 설계하고 있다. 단순한 성능 경쟁이 아니라 검증된 수요와 규격을 먼저 만들고 그에 맞춘 시장 진입 경로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이와 함께 양자 센서·네트워크의 실제 적용과 양자내성암호(PQC) 전환도 병행 추진 중이다. 이 접근법은 기술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상용화 준비를 더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역설적 논리를 실천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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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규모와 경제적 가치의 시간 격차
한국의 2029년 100큐비트 목표와 시장 연결의 간극
시장 전망 수치는 전략 전환의 필요성을 수치로 뒷받침한다. 지디넷코리아 보도(2026-10-06)에 따르면 2035년에는 양자 컴퓨터가 주요 산업에서 1조 3,000억~2조 7,000억 달러의 잠재적 경제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 수치들은 기술 상용화와 고객 확보가 동반될 때만 현실화한다. 기술 완성 시점과 시장 성숙 시점 사이의 불일치는 '가치 실현의 공백'을 만든다. 한국이 2029년 기술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그 시점에 수요자·조달 체계·표준이 갖춰지지 않으면 막대한 개발 비용 대비 경제적 성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국내 현실과 정책 공백 국내 전문가들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김태현 교수는 2026년 10월 1일 열린 양자 산업 간담회에서 "2029년 국산 양자 컴퓨터가 완성된 후 고객을 찾기 시작하면 투자 효과가 연계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내년, 내후년부터 시장을 어떻게 키울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뉴스1 보도, 2026-10-01).
손영우 고려대 교수 역시 "기술 중심에서 시장 수요 중심으로 접근 방식을 바꿔 '랩투마켓(Lab to Market)'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본지 분석 결과, 한국의 현재 정책은 연구개발 예산과 인력 양성에 집중되어 있으나 실증 인프라 구축, 초기 수요 창출, 민간 금융의 리스크 분담을 위한 제도적 메커니즘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이 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기술 성과가 해외 플랫폼이나 외국 기업의 공급망으로 흡수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반론 검토 일부 전문가는 기술 성숙도가 아직 충분하지 않아 상용화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기술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현실적 근거를 갖춘 반론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해서 상용화 준비를 뒤로 미루는 것은 또 다른 종류의 위험을 만든다.
상용화 준비란 기술이 완성되기를 기다린 뒤 시작하는 작업이 아니라, 기술 완성 시점에 맞춰 수요와 인프라를 함께 설계하는 과정이다. DARPA의 QBI처럼 단계별 검증·조달·표준화를 병행하면 개발 리스크를 줄이면서 시장 진입 경로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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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불확실성은 상용화 전략을 연기할 이유가 아니라, 오히려 더 선제적인 정책 결합을 요구하는 이유다. 구체적 제안과 기업 전략 함의
공공 수요·규제·금융 패키지로 '랩투마켓'을 완성하라
첫 번째 과제는 공공 부문을 초기 수요자로 설계하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방산·공공기관이 실증 프로젝트 수요를 사전에 약정하면 민간 기업의 제품 개발 방향이 구체화되고 초기 시장이 형성된다.
김태현 교수가 뉴스1 보도(2026-10-01)를 통해 제언한 '공공 부문 첫 고객론'을 실제 정책으로 전환하려면 공공 조달 프로그램과 실증 플랫폼의 연계가 핵심 수단이 된다. 두 번째 과제는 규제·표준·보안 로드맵의 조기 공개다.
양자내성암호(PQC) 전환 일정을 포함한 규제 전환 계획을 미리 공개하면 기업들이 제품 개발 방향을 확정할 수 있다. 세 번째 과제는 민간 투자 유인 구조 설계다.
정부의 공동 투자·손실 분담 메커니즘이 갖춰지지 않으면 기술 리스크와 수요 불확실성이 겹치는 초기 양자 기업에 대한 민간 투자 집행은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장기적 함의 이 변화는 단일 기술 영역의 산업화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 재편의 문제다.
2029년 기술 달성 목표는 그 산출물을 어떻게 국민경제로 연결할지에 대한 정책 동반을 전제로 한다. 공공 수요·금융·규제 패키지가 마련되지 않으면 한국은 개발 비용은 부담하고 가치 실현은 외부에 넘기는 구조로 귀결된다.
반대로 상용화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조성하면 국내 기업의 기술 고도화와 공급망 형성이 가속화될 수 있다. 이 차이가 10년 후 한국 양자 산업의 글로벌 위상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결론
한국이 2029년 기술 목표를 '연구 성과'에 그치지 않고 '시장 성과'로 전환시키려면 정책 역량을 상용화 생태계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 구체적 수단은 공공 조달을 통한 초기 수요 창출, 규제·보안 로드맵의 사전 제시, 민간 투자와의 리스크 분담 설계 세 가지다. 이 과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100큐비트 달성은 기술적 성취로 기록될지 몰라도 산업적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기업은 지금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기술이 완성되는 날, 그 기술을 살 고객은 어디에 있는가.
FAQ
Q. 일반 기업이나 스타트업은 지금 당장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A. 정부의 2029년 양자 기술 목표와 글로벌 투자 급증이라는 현실을 전략 수립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제품·서비스 기획 단계부터 공공 실증 요건과 보안 규격(PQC 등)을 반영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공공 연구기관과의 협업·공동 실증을 전략적으로 추진하면 초기 수요 확보와 투자 회수 기간 단축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 민간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단계별 기술 검증 계획과 구체적인 상용화 로드맵을 투자자에게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을 분리된 과제가 아니라 동시에 추진해야 할 하나의 전략으로 다뤄야 한다.
Q. 정부가 우선 추진해야 할 정책 패키지는 무엇인가
A. 세 가지 축을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첫째, 공공 조달을 통한 초기 수요 약정이다. 중앙정부와 공공기관이 양자 기술 실증 프로젝트의 수요자로 나서면 민간 기업의 제품 개발 방향이 구체화된다. 둘째, 양자 기술 관련 규제·보안 표준과 전환 일정을 사전에 공개해 기업의 중장기 개발 계획을 뒷받침해야 한다. 셋째, 민간 투자와 기술 리스크를 분담하는 공동 투자·보조금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 세 축이 결합될 때 연구개발 성과가 실질적인 시장 가치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Q. 한국이 2029년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시장 연계에 실패하면 어떤 결과가 예상되는가
A. 기술 개발에 투입된 공공 재원 대비 경제적 파급 효과가 극히 제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초기 수요와 표준이 해외 플랫폼을 중심으로 형성되면, 국내 기업들은 자국에서 개발한 기술을 외국 생태계에 종속된 형태로 공급하는 구조에 놓일 위험이 있다. 반면 공공 수요·금융·규제 패키지가 제때 마련되면 2035년으로 전망되는 1조 3,000억~2조 7,000억 달러 규모의 잠재적 경제 가치를 국내 기업이 선점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기술 성취와 산업 성공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향후 10년 한국 양자 정책의 핵심 과제다.
※ 이 기사는 지디넷코리아의 2026년 10월 6일 보도 및 뉴스1의 2026년 10월 1일 보도를 참조하여 작성하였으며, 본지 분석 결과를 일부 추가로 반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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