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기, 글씨쓰는 긔계’ 전시 송은주 작가, 공간 디렉팅… 역사와 예술의 만남

김인지 이프노이프(ifnoif)와 협업, 한글 타자기의 역사를 예술 공간으로 재해석

채색 나무 작품과 오래된 타자기로 기술·자연·예술의 시간을 연결하다

한글 타자기의 역사를 현대 조형예술과 결합한 특별기획전

송은주 작가가 한글 타자기의 역사를 현대 조형예술과 결합한 특별기획전 ‘타자기, 글씨쓰는 긔계’에서 공간 디렉터로 참여해 독창적인 전시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 금천구 G밸리산업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으며, 2027년 1월 23일까지 이어진다.

 

타자기, 글씨쓰는 긔계 전시 전경과 송은주 작가 - 사진:이노이프제공

한글 타자기의 발전 과정을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역사적 유물에 시각예술을 접목해 기술과 시간의 의미를 새롭게 살펴본다. 특히 송은주 작가의 조형 작업과 공동기획자인 김인지 이프노이프(ifnoif)의 전시 기획이 만나 산업유물과 현대미술이 공존하는 전시를 구현했다.

 

송은주 작가는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타자기로 상상했다. 타자기의 작동 구조에서 착안해 전시 구역을 타격점, 활자대, 시프트, 자판 등으로 구분하고, 관람객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타자기의 구조와 한글 기계화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초기 한글 타자기들이 놓인 구역에서 시작된 관람 동선은 부채꼴로 펼쳐지는 활자대 구역을 지나 자판을 연상시키는 배열로 이어진다. 기계의 내부 구조를 실제 관람 동선으로 확장한 것이다.

송은주 작가는 “타자기를 단순히 기계로 나열하기보다 관람객이 그 안을 걸으며 기술과 시대의 변화를 경험하도록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타자기, 글씨쓰는 긔계 전시 전경 - 사진:이노이프제공

전시장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타자기 아래 배치된 다채로운 색채의 나무 작품이다. 붉은색과 파란색, 노란색 등 여러 색이 겹쳐진 나무 구조물 위에 오래된 타자기들이 놓여 독특한 조형적 대비를 이룬다.

이 나무 작품들은 단순한 전시 받침대가 아니다. 송은주 작가가 과거 올림픽공원 등 여러 장소에서 선보였던 작업으로, 오랜 시간 외부 환경에 노출되면서 자연스럽게 색이 바래고 나무의 결이 드러난 작품들이다.

작가는 표면에 남은 균열과 벗겨진 채색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활용했다. 나무가 견뎌온 계절과 자연의 변화가 작품의 일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송은주 작가는 “타자기에는 기술과 사람의 역사가, 나무에는 자연과 예술의 시간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금속으로 제작된 타자기와 자연의 흔적이 남은 나무 작품은 서로 다른 물성을 지니고 있지만, 오랜 시간이 축적되어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타자기가 인간의 언어를 기록하기 위한 기계라면, 나무 작품은 자연과 환경이 남긴 흔적을 간직한 조형물로 읽힌다.

 

송은주 작가는 나무 작품이 타자기를 돋보이게 하는 보조적인 장치에 머물지 않도록 했다. 각각의 작품이 독립적인 조형성을 유지하면서도 타자기와 하나의 관계를 형성하도록 배치한 것이다.

오래된 타자기의 금속성 질감과 채색 나무의 거친 표면, 기계의 반복적인 형태와 회화적인 색채는 서로 대비되며 전시장에 시각적인 리듬을 부여한다. 관람객은 역사적 유물을 살펴보는 동시에 현대 조형예술이 만들어내는 공간적 경험을 접하게 된다.

 

이번 전시의 공동기획자인 김인지 이프노이프(ifnoif) 대표는 한글 타자기의 역사적 가치를 관람객에게 전달하는 과정에 예술적 접근을 결합하는 데 참여했다. 역사적 자료를 중심으로 한 전시에 송은주 작가의 조형 작업이 더해지면서 전시의 표현 방식도 확장됐다.

두 사람의 협업은 기획과 조형예술이 각각의 역할을 유지하면서 하나의 전시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예술 작품을 역사적 유물의 장식적인 요소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의 주제를 전달하는 독립적인 표현 수단으로 활용했다.

타자기, 글씨쓰는 긔계 전시 전경 - 사진:이노이프제공

‘타자기, 글씨쓰는 긔계’는 1914년 이원익이 개발한 초기 한글 타자기부터 한글 자판의 발전과 표준화 과정까지 약 80년에 걸친 한글 기계화의 흐름을 살펴보는 전시다.

송기주의 조선글타자기, 공병우의 세벌식 타자기, 김동훈의 다섯벌식 타자기 등 한글 타자기 발전 과정과 관련된 자료를 통해 우리말을 기계로 기록하기 위해 이어졌던 기술적 시도와 노력을 조명한다.

전시장에는 다양한 타자기 실물과 사진, 영상 등의 자료가 소개되며, 타자기 체험과 워크숍, 역사 포럼, 도슨트 프로그램 등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기획에는 강득주(레뜨로핏), 김인지(이프노이프·ifnoif), 김태호 전북대학교 교수가 참여했으며, 전북대학교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가 주관하고 서울특별시와 브이런치가 후원하고 타자기사용자모임이 협력한다.

 

송은주 작가의 공간 디렉팅은 기술의 역사를 전달하는 전시에서 시각예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오래된 기계와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나무 작품을 함께 배치함으로써 과거의 기술을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타자기에는 문자를 기록했던 사람들의 시간이 남아 있고, 나무 작품에는 자연과 환경을 견뎌온 시간이 쌓여 있다. 서로 다른 시간을 간직한 두 대상은 송은주 작가의 조형적 해석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이번 전시는 한글 기계화의 역사를 돌아보는 동시에 송은주 작가와 김인지 대표의 협업을 통해 역사적 기록과 현대미술이 만나는 전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작성 2026.10.10 10:24 수정 2026.10.1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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