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정시설 수용자에게 토요일과 공휴일에도 실외운동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나왔다.
현행 교정시설에서는 관련 법령과 지침에 따라 토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에 실외운동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교정시설의 과밀수용과 교도관 인력 부족이 맞물리면서 주말 실외운동을 전면 제한하는 현행 운영방식이 수용자의 건강과 교정시설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인권위의 판단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7일 법무부 장관에게 토요일을 포함한 주말·공휴일에도 수용자가 실외운동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이에 필요한 교도관 인력을 확충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기획예산처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도 법무부가 인력 증원과 관련 예산 확보를 요청할 경우 적극 협조할 것을 권고했다.
“코로나 끝났는데 왜 토요일 운동은 재개되지 않나”
이번 권고는 한 구치소 수용자의 진정에서 시작됐다.
해당 구치소에 수용 중인 A씨는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토요일 실외운동이 재개되지 않고 있고, 독거수용자임에도 하루 30분 이내의 운동시간만 주어지는 것은 부당하다며 지난해 12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구치소 측은 관련 법령과 지침에 따라 공휴일과 토요일을 제외한 평일에 실외운동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동시간에 차이를 둔 데 대해서는 과밀수용과 계호인력 부족 등 현실적인 여건을 이유로 들었다.
구치소 측은 혼거수용자와 야간에만 혼자 생활하는 ‘처우상 독거수용자’에게는 30분, 24시간 격리되는 ‘계호상 독거수용자’와 관심대상수용자·사형확정자 등에게는 1시간의 운동시간을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정은 ‘기각’…그런데 인권위는 왜 제도개선을 권고했나
이번 결정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인권위가 A씨의 진정 자체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구치소가 현행 법령과 행정규칙에 따라 실외운동을 실시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구치소 측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A씨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용 형태에 따라 운동시간을 달리한 것도 과밀수용과 계호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A씨의 진정은 기각됐다.하지만 인권위의 판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현재의 운영이 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더라도, 상당수 교정시설이 과밀 상태인 상황에서 주말 실외운동을 전면 제한하는 것이 수용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교정시설 내 안전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개별 구치소의 위법 여부와 별개로 현행 제도 자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토요일 운동 확대하려면 교정공무원 430명 출근
현실적인 걸림돌은 인력과 예산이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현재 여건에서 토요일 실외운동을 실시하려면 매주 약 430명의 교정공무원이 추가로 출근해야 하고 연간 약 26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정시설의 실외운동은 단순히 운동장 문을 열어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용자를 이동시키고 운동하는 동안 안전을 관리하는 계호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과밀수용 상태에서 여러 수용자를 동시에 이동시키고 관리하려면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교정당국의 입장이다.
결국 이번 문제는 수용자의 운동시간을 늘릴 것인지 여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용자 처우 개선에 필요한 교정인력과 예산을 국가가 어느 수준까지 확보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연결된다.
인권위 “과밀 상태에서 주말 운동 전면 제한, 건강에 부정적 영향”
인권위는 상당수 교정시설이 과밀 상태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과밀수용 상태에서 주말 실외운동까지 전면적으로 제한하면 수용자가 장시간 실내에 머물게 되고, 이는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환경이 교정시설 내부의 긴장과 안전사고 위험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수용자의 실외운동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과 건강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점도 강조했다.
국제인권기준 역시 피구금자에게 규칙적인 실외운동 기회를 보장하는 것을 중요한 처우 기준으로 보고 있다.
현행 시행령도 ‘실외운동’ 규정…토요일은 제외 가능
현재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9조는 수용자가 실외운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규정과 행정지침에서는 토요일과 공휴일 등을 실외운동 실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실제 교정시설에서는 평일을 중심으로 운동이 이뤄지고 있다.
인권위는 이번 권고에서 바로 이 부분의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법무부 장관에게 시행령 제49조와 「수용관리 및 계호업무 등에 관한 지침」 제332조 제3항 등 관련 법령·행정규칙을 개정해 토요일을 포함한 주말과 공휴일에도 실외운동을 실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또 제도가 현장에서 실제 작동할 수 있도록 교도관 인력을 확충하는 등 구체적인 대책도 함께 마련하도록 했다.
법무부뿐 아니라 기획예산처·행안부에도 권고
이번 권고 대상이 법무부에만 그치지 않은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인권위는 지난달 18일 법무부 장관과 함께 기획예산처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도 권고를 전달했다.
법무부가 실외운동 확대를 위해 교정공무원 증원과 관련 예산 확보를 요청할 경우 기획예산처와 행정안전부가 적극적으로 협조하라는 내용이다.
관련 규정을 고치더라도 실제 교정시설에 이를 시행할 인력과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제도가 현장에서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쟁점은 ‘수용자 특혜’가 아니라 교정시설의 기본 처우
수용자의 주말 실외운동 문제는 자칫 ‘수용자에게 추가적인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인권위 결정의 핵심은 개별 수용자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자는 데 있지 않다.
인권위 역시 해당 구치소의 현행 운영이 곧바로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지 않았고 진정도 기각했다.
그럼에도 별도의 제도개선을 권고한 것은 과밀수용과 교정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수용자의 기본적인 건강관리와 교정시설 안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법무부가 관련 규정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 그리고 매주 약 430명의 추가 근무가 필요하다는 교정현장의 인력 문제와 연간 약 26억 원으로 추산되는 예산 문제를 정부가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다.
규정만 바꾸고 현장의 인력과 예산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수용자의 주말 실외운동 확대 역시 실제 교정현장에서는 작동하기 어렵다. 이번 인권위 권고가 법령 개정에 그칠지, 교정시설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다음 과제가 됐다.
자료출처: 국가인권위원회 「수용자에게 토요일·공휴일도 실외운동 보장해야」(2026.10.7),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법무부 교정본부 제출 의견, 관련 보도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