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의 사회적 가치는 어디까지 사업이 될 수 있을까.
좋은 뜻에서 출발한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을 넘어 성장하고, 그 성장이 다시 고용과 환경이라는 사회적 가치로 이어질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주식회사 동구밭의 지난 10여 년은 이 질문을 따라가 볼 만한 하나의 사례다.
동구밭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발달장애인 고용이다.
그러나 지금의 동구밭을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기업이 걸어온 시간이 길어졌다.
동구밭의 공식 제조사업 자료에 따르면 회사의 시작점은 2014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4기 우수창업팀 선정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 지정, 2017년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을 거쳐 2018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출발점에는 발달장애인의 지속가능한 일자리라는 문제가 있었다.
고용노동부가 2018년 소개한 자료를 보면 당시 동구밭은 매출 증가와 발달장애인 고용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했다. 단순한 기부나 일회성 지원보다는 기업의 성장이 새로운 일자리로 이어지는 구조를 택한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동구밭의 과제는 고용에서 환경으로 확장됐다.
현재 동구밭은 스스로를 발달장애인의 근속연수 문제 해결을 넘어 ‘기후정의를 실천하는 기업’으로 설명한다. 제품과 패키지에서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고체 화장품과 생활용품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소비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회사가 공개한 누적 기록도 눈길을 끈다.
동구밭 공식 홈페이지에는 장애사원과 함께 일한 시간이 13만2,499시간, 누적 플라스틱 감소량이 59만5,972kg으로 표시돼 있다. 누적 기부 물품은 13만1,237개, 누적 기부금액은 6억3,088만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동구밭을 바라볼 때 놓치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축은 제조업체로서의 변화다.
공식 제조사업 자료에는 중소기업확인, 장애인표준사업장, 사회적기업, 벤처기업 관련 인증과 함께 ISO 22716, ISO 14001, ISO 9001 및 이브 비건 인증 등이 제시돼 있다. 기업부설연구소를 통해 기존 제형 고도화와 신규 제형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동구밭이 단순히 자체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데 머물지 않고 고체 화장품·생활용품의 OEM·ODM 제조 영역으로 사업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사회적 목적을 가진 기업이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 다시 제조 기술과 생산 역량을 축적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숫자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기업 재무정보에 따르면 동구밭의 매출액은 2022년 약 124억원, 2023년 약 131억원, 2024년 약 132억원을 기록한 뒤 2025년 약 173억9,572만원으로 증가했다. 2025년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31.7%였으며 영업이익은 약 13억7,973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지점에서 동구밭의 이야기는 ‘착한 기업’이라는 익숙한 표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과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때때로 서로 다른 문제처럼 취급된다.
그러나 동구밭이 지나온 과정에서는 고용, 환경, 제품, 제조, 연구개발과 기업의 성장이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2017년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 이후 2018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고, 공장을 확장하고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며 제조 기반을 넓혀온 과정도 이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제 동구밭을 바라보는 질문도 조금 달라질 필요가 있다.
‘사회적기업이 어떻게 좋은 일을 하는가’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가 어떻게 지속 가능한 사업구조로 성장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발달장애인의 지속가능한 일자리에서 출발한 문제의식이 친환경 제품으로 이어지고, 제품이 제조기술과 연구개발로 확장되고, 기업의 성장이 다시 고용과 환경적 가치로 이어지는 구조.
동구밭의 지난 10여 년에서 주목할 부분은 바로 이 연결이다.
사회적 가치는 기업의 성장 이후에 덧붙이는 활동일 수도 있지만, 어떤 기업에게는 처음부터 사업이 존재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동구밭이 앞으로 어떤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지난 10여 년의 기록이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좋은 뜻으로 시작하는 것과 좋은 기업으로 오래 살아남는 것은 다른 문제이며, 결국 그 가치를 지속시키는 힘은 제품과 기술, 사람과 시장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동구밭의 다음 10년이 더 궁금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CCBS는 좋은 기업의 가치를 발견하고 기록합니다
CCBS 한국방송 칭찬합시다뉴스는 기업의 규모나 유명세보다 그 기업이 어떤 철학으로 성장해 왔고, 사람과 사회를 위해 어떤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바라봅니다.
기업이 걸어온 역사와 철학, 기술과 제품, 사람과 성과, 그리고 사회를 위해 실천해온 좋은 활동들을 발굴해 하나의 기록으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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