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의 전당이자 교육의 마지막 보루여야 할 대학 캠퍼스가 구성원들의 심리적 위기로 흔들리고 있다. 미래 세대를 가르치고 연구를 이끌어야 할 대학교수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아시아경제가 지난 2일 단독 보도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교수 6~7명 가운데 1명꼴로 자살을 생각한 경험이 있었고, 그중 절반 이상은 실제 시도로 이어졌다.

(교육전문기업 크레센티아 대표)
이 조사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의뢰로 전북대학교 윤명숙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대학 구성원 정신건강 지원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다. 지난해 7월 25일부터 12월 12일까지 전국 4년제 대학의 학부생 824명, 교직원 408명, 전임교원 317명 등 총 1,549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교수·직원·학생의 심리 지표를 한데 놓고 비교한 국내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결과는 무겁다. 대학교수의 자살 생각 경험률은 14.9%로 일반 성인 평균(6.4%)의 2배를 넘었고, 교직원(13.8%)이나 학부생(7.9%)보다도 높았다. 자살 시도 경험률은 7.9%로 직원(3.2%)과 학생(2.0%)을 크게 웃돌았다. 직원 집단은 심한 스트레스군(60.8%)과 우울 위험군(7.9%) 비율이 가장 높아 '정신건강 취약 집단'으로, 교수 집단은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해당 문항에 응답한 교수 315명 가운데 자살을 생각해 본 47명 중 25명(53.2%)이 실제 시도까지 경험했다.
시도 경험이 있는 교수 25명 가운데 남성과 사립대 교원은 각각 20명이었고, 권역별로는 중부권 12명, 수도권 10명이었다. 특히 수도권 교원은 응답자 39명 중 10명(25.6%)이 자살 생각과 시도를 모두 경험했다고 답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다만 권역별 응답자 수가 많지 않은 만큼, 이 수치는 후속 연구로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AI 활용)
원인으로는 강의·연구·행정이 겹친 이른바 '삼중고'가 꼽힌다. 여기에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신입생 모집 경쟁과 재정난으로 인한 학과 구조조정 압박이 더해졌다. 연구실 중심의 폐쇄적인 근무 환경, 동료 간 실적 경쟁, 학계 특유의 평판 부담은 고통을 밖으로 꺼내지 못하게 만든다. 수도권 사립대의 한 교수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은퇴 후 생계를 고민해 대형면허를 취득하는 동료가 있을 만큼 캠퍼스는 무한경쟁의 전쟁터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나는 20년 넘게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소통과 인권 감수성을 가르쳐 왔다. 현장에서 거듭 확인하는 것은, 사람이 무너지는 순간은 일이 많을 때보다 그 무게를 말할 곳이 없을 때라는 사실이다. 대학은 그동안 교수를 '돌보는 사람'의 자리에만 세워 왔다. 학생의 위기 징후를 살피고, 상담을 연계하고, 버팀목이 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정작 교수 자신이 힘들다고 말하면 그것은 무능이나 평판의 문제로 읽혔다. 아프다고 말할 수 없는 문화가 지금의 '고립된 침묵'을 만든 것이다.
지금 박사과정생으로 다시 강의실에 앉아 있으면, 강단 위의 교수들이 얼마나 많은 역할을 혼자 감당하는지 새삼 보인다. 학생을 제대로 돌보려면 돌보는 사람도 돌봄을 받아야 한다. 이것은 개인의 회복력에 기대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소통의 통로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다.
침묵을 만드는 또 하나의 원인은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평가 문화'다. 정년보장(테뉴어) 심사나 학술지 게재 실적에서 한 번 밀려나면 다시 일어설 기회가 거의 없는 구조가 연구자들을 고립시킨다. 이기정 대교협 회장(한양대 총장)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불이익 위주의 학사 운영에서 벗어나 연구 실적이 부진한 교원에게 재도약 연구비를 지원했던 사례를 소개하며, 실패를 감싸 안는 조직 문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소통의 통로를 열고 평가 제도를 고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나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이 '자기돌봄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소통의 기본도 결국 여기서 출발한다. 자기돌봄력이란 지금 내 몸과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차리고, 지쳤을 때 쉬어 가고, 힘들 때 도움을 청할 줄 아는 힘이다. 자기 상태를 돌보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의 말을 끝까지 들을 여유도 잃는다. 바닥난 우물에서는 물을 길어 줄 수 없는 것과 같다. 자기돌봄력은 힘들어도 묵묵히 버티는 회복력과는 다르다. 버티기 전에 먼저 알아차리고, 혼자 감당하기 전에 손을 내미는 힘이다.
이는 단지 나의 현장 경험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미국 뉴욕의 초등교사 224명을 무작위로 나눈 실험에서, 마음챙김 기반 교사 연수 프로그램(CARE)에 참여한 교사들은 정서조절 능력이 높아지고 심리적 고통이 줄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그다음이다. 어느 교사가 연수에 참여했는지 모르는 독립 관찰자가 수업을 평가한 결과, 이 교사들은 교실의 긍정적 분위기와 학생에게 보내는 정서적 지지, 학생의 필요를 알아차리는 민감성도 함께 향상됐다(Jennings 외, 2017). 교사가 자기 마음을 다루는 힘이 커지자 학생과의 상호작용도 함께 좋아진 것이다. 초등교사 대상 연구이지만, 학생과 매일 마주하는 교수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학 교원을 직접 조사한 연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미국 대학 교원 468명을 조사한 최근 연구에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고 전문성 개발에 힘쓰는 자기돌봄 실천이 낮은 번아웃, 그리고 남을 도우며 얻는 보람인 '공감 만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Boden 외, 2026). 국내에서도 번아웃이 개인 차원에서 '자기 상실'로 나타난다고 보고, 자기 수용과 자기 친절을 핵심 요소로 하는 '자기돌봄의 일상화'를 회복 방안으로 제시한 연구가 있다(이은수, 2022).

그런데 우리 대학 문화는 교수에게 이 힘을 길러 주지 않았다. 지쳐도 쉬지 않는 것이 성실함으로, 힘들어도 말하지 않는 것이 전문가다움으로 여겨졌다. 자기돌봄은 나약함이나 사치가 아니다. 미국 심리학자들은 이미 2007년에, 자기돌봄을 소홀히 하면 전문가로서의 직무 수행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며 자기돌봄을 경력 내내 챙겨야 할 '윤리적 책무'로 제시했다(Barnett 외, 2007). 심리학자를 향한 제언이지만, 학생을 가르치고 이끄는 교수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만한 이야기다.
다만 자기돌봄을 개인의 몫으로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앞의 대학 교원 연구에서도 조직이 자신을 지지한다고 느끼는 교원일수록 번아웃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 연구진은 자기돌봄을 대학의 조직 문화 안에 심어야 한다고 제언했다(Boden 외, 2026). 대학교수 번아웃에 관한 연구 60편을 종합 분석한 결과에서도 과도한 업무량, 기관의 지원 부족, 직장 내 갈등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동료 간 지지와 참여적 리더십, 직무 만족이 보호 요인으로 꼽혔다(Torres-Andrade 외, 2025). 쉬어도 불이익이 없고, 도움을 청해도 평판이 흔들리지 않는 환경이 있어야 개인의 자기돌봄도 가능하다. 앞서 말한 소통의 통로와 실패를 감싸 안는 평가 문화가 바로 그 환경이다. 교수의 자기돌봄력을 키우는 교육과,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조직의 소통 구조가 함께 가야 하는 이유다.
학생들의 위기 징후를 가장 먼저 알아차려야 할 교원들이 정작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캠퍼스 전체의 안전과 직결된다. 학부생에게는 조기 발견과 예방 상담을, 교직원에게는 업무 스트레스 완화를, 교수에게는 위기 상황에서 즉시 닿을 수 있는 개입 체계를 마련하는 등 대상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위기가 오기 전 단계에서 교수 스스로 자기 상태를 점검하고 돌볼 수 있도록 돕는 자기돌봄 교육과 동료 지지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대학의 정신건강 정책은 이제 학생 복지의 틀을 넘어 캠퍼스 공동체 전체를 품는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개별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국가 차원의 제도적 결단이 필요한 때다. 학생을 지키는 일은 학생을 돌보는 사람을 지키는 데서 시작된다.

참고: 아시아경제(2026.10.2) 단독 보도, 윤명숙 외 「대학 구성원 정신건강 지원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재인용
[참고문헌]
- 이은수(2022). 자기돌봄 일상화에 관한 소고: 번아웃 회복을 중심으로. 『인문사회 21』, 13(4), 911–924.
- Barnett, J. E., Baker, E. K., Elman, N. S., & Schoener, G. R. (2007). In pursuit of wellness: The self-care imperative. Professional Psychology: Research and Practice, 38(6), 603–612. https://doi.org/10.1037/0735-7028.38.6.603
- Boden, C., Girdley, A., Benton, A., & Pomeroy, K. (2026). The hidden curriculum of care: Emotional labor, burnout, and compassion fatigue in higher education. Innovative Higher Education. https://doi.org/10.1007/s10755-026-09882-9
- Jennings, P. A., Brown, J. L., Frank, J. L., Doyle, S., Oh, Y., Davis, R., Rasheed, D., DeWeese, A., DeMauro, A. A., Cham, H., & Greenberg, M. T. (2017). Impacts of the CARE for Teachers program on teachers' social and emotional competence and classroom interactions. Journal of Educational Psychology, 109(7), 1010–1028. https://doi.org/10.1037/edu0000187
- Torres-Andrade, H., Cadena-Povea, H., Hernández-Martínez, M., & Bastidas-Amador, G. (2025). What pushes university professors to burnout? A systematic review of sociodemographic and psychosocial determinants.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22(8), 1214. https://doi.org/10.3390/ijerph22081214
[필자소개] 주민정 칼럼니스트
교육전문기업 크레센티아 대표이자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특임교수.
상담심리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대한인식생명교육 사회적협동조합(KALAPE)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항공 객실승무원과 LG전자 사내강사를 거쳐 21년간 기업·공공기관·교육기관에서 소통, 조직문화, 인권 감수성, 생명존중 교육을 해 왔다.
DISC, 교류분석(TA), 에니어그램, 비폭력대화(NVC) 등을 바탕으로 사람과 조직의 관계를 연구한다. 공저 《사랑을 배우는 시간》 등을 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