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것, 건강을 평균 6년이나 앗아갈 수 있다

외로움이 훔쳐 가는 5.8년, 27만 명의 기록이 말하는 것

고독사 현장에 가장 먼저 들어서는 사람은 누구인가

운동화 끈만 조여서는 풀리지 않는 병, 외로움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고독사 현장의 첫 발견자로 가장 많이 기록되는 사람은 가족이 아니다. 집주인과 경비원 같은 관리 쪽 사람들이다. 2024년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이들은 43.1퍼센트, 가족은 26.6퍼센트, 이웃은 12퍼센트였다.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에야 그 문을 여는 이가 혈육도 이웃도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오래 곱씹었다. 문 안쪽에서는 얼마나 긴 침묵이 쌓였을까.

 

외로움은 이제 보건의 의제다

 

외로움은 기분의 문제로만 취급되던 시절을 지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사회적 연결 위원회는 2025년 6월 보고서에서 전 세계 여섯 명 가운데 한 명이 외로움을 겪고, 그 여파로 해마다 87만 1천 명 넘는 사람이 숨진다고 추정했다. 시간당 약 100명꼴이다. 외로움은 노년의 문제만이 아니어서, 13세에서 29세 사이에서도 17퍼센트에서 21퍼센트가 외로움을 호소했고, 청소년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보고서가 나온 시점에 사회적 연결을 다룬 정책을 채택한 회원국은 여덟 나라에 그쳤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2024년 고독사 사망자는 3,924명으로 전년보다 7.2퍼센트 늘었다. 복지부는 2023년 사회조사에서 19세 이상 국민 세 명 중 한 명이 도움이 필요해도 기댈 곳이 없는 상태였다고 짚었다. 1인 가구 비율은 2023년 35.5퍼센트에서 2024년 36.1퍼센트로 올랐다. 고독사가 일어난 장소도 달라졌다. 원룸·오피스텔의 비중이 2020년 4.0퍼센트에서 2024년 19.6퍼센트로 뛰었고, 고시원도 1.9퍼센트에서 4.8퍼센트로 늘었다.

 

이 질문을 가장 오래 붙든 곳은 하버드다. 1938년 시작된 성인 발달 연구는 하버드 학생 268명과 보스턴 빈민가 소년 456명, 모두 724명의 삶을 따라갔다. 연구를 이끈 ‘로버트 월딩어’는 쉰 살 무렵 관계에 얼마나 만족했느냐가 여든의 건강을 가장 잘 예측했고, 중년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그만 못했다고 밝혔다. 돈이나 명성, 사회적 지위, 지능지수보다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가 삶의 행복을 더 오래 좌우했다는 결론도 이 연구에서 나왔다. 다만 처음 모집한 대상이 남성뿐이었던 점은 현 책임자 월딩어도 초기 설계의 허점으로 인정한다.

 

27만 명의 기록이 말하는 것

 

지난 8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린 툴레인대학교 연구는 이 오랜 직관에 숫자를 붙였다.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의 40세부터 69세 성인 27만 7,489명을 분석했다. 시작 시점에 당뇨, 심장병, 폐질환, 치매, 암, 우울증, 불안장애가 없던 사람들이다. 쉰 살을 기준으로 병 없이 살 것으로 기대되는 햇수를 셈해 보니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동시에 겪는 사람의 손실이 가장 컸다. 신체 질환 없는 기간은 여성이 2.4년, 남성이 1.7년 짧았다. 격차는 정신 건강에서 크게 벌어졌다. 우울증과 불안장애 없이 지내는 햇수가 여성은 약 3.7년, 남성은 약 5.8년 줄었다.

 

제목의 '6년'은 여기서 정확히 읽어야 한다. 이 숫자는 혼자 있는 사람 모두의 평균이 아니다. 외로움과 고립을 동시에 겪는 남성이, 정신 질환 없이 보내는 시간에서 잃는 몫이다. 관찰 연구여서 외로움이 병을 일으켰다고 증명하지도 못한다. 외로움과 고립은 조사 첫 시점에 한 번만 측정되었는데, 관계와 주거 형편은 살면서 바뀐다. 숫자를 그대로 내 삶에 대입하기보다 방향을 읽는 쪽이 바른 독법이다.

 

홀로 조용히 보내는 시간이 곧 병이라는 뜻도 아니다. 문제는 바라는 연결과 실제 연결 사이에 벌어진 틈이다. 또 하나 짚을 것이 있다. 고립은 만나는 횟수와 범위로, 외로움은 그 관계에 대한 만족으로 잰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서도 외로울 수 있다. 좋은 식사와 운동, 수면, 금연은 고립과 이어진 손실을 일부 줄였으나 외로움에는 그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운동화 끈만 조여서는 외로움이 풀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중장년 남성의 문

 

연구를 이끈, ‘루 치(Lu Qi)’ 교수는 결과가 놀랍지 않다고 했다. 고립과 외로움이 조기 사망과 이어진다는 앞선 연구에 증거를 하나 더 보탰을 뿐이라는 것이다. WHO 위원회 공동의장인 ‘비벡 머시’ 전 미국 공중보건 서비스 단장은 많은 사람이 외로움을 그저 나쁜 기분쯤으로 여긴다는 점이 문제라고 짚었다. 몸이 신호를 보내는데 우리는 그것을 마음의 투정으로 번역해 버린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통계는 이 그림 위에 얼굴을 얹는다. 2024년 고독사 사망자의 81.7퍼센트가 남성이었고, 60대 남성이 27.8퍼센트, 50대 남성이 26.2퍼센트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여성은 주변과 맺는 관계가 더 깊었지만, 중장년 남성은 자존심 때문에 힘든 사정을 털어놓거나 상담받기를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 통계가 ‘툴레인’ 연구의 인과를 입증하지는 않는다. 다만 두 자료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는 점은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왔던 내가 알게 된 것은 외로운 사람은 절대 큰 소리로 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괜찮습니다"라고 말한다. 그 말 속에 "도와주세요"가 숨어 있을 때가 많다. 그렇게 참고 견디는 동안, 어떤 사람들은 조용히 자기의 소중한 시간을 잃어 간다. 연구에서 나온 5.8년은 딱딱한 숫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시간은 누군가에게는 손주의 졸업식을 마음 편히 기뻐하고, 봄날 산책길을 가볍게 걷는 시간이다.

 

성경은 창조의 첫 장면에서 하나님이 사람의 홀로 있음을 두고 좋지 않다고 하셨다고 적는다. 빛과 바다와 나무를 두고 좋다고 하시던 분이 처음으로 남긴 부정의 판정이 사람의 고독이었다. 그러니 이웃의 안부를 묻는 일은 덤으로 하는 친절이 아니다. 창조의 뜻에 가장 가까이 서는 일이다. 문을 두드리는 손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그날의 유일한 사람 소리일 수 있다.

 

거창한 것이 필요하지 않다. 오래 연락이 끊긴 친구에게 보내는 짧은 문자 한 줄, 같은 층 이웃의 문 앞에서 나누는 인사, 밥 한 끼의 약속이면 된다. 그리고 힘들다는 말을 삼켜 온 사람들이 먼저 입을 열 차례다. 도움을 청하는 일은 약함의 고백이 아니라 삶을 지키는 용기다. 마음의 고통이 깊다면 혼자 견디지 말고, 전문가의 손을 잡아주기를 권한다. 누군가의 마지막 문을 열어 주는 사람이 되기 전에, 오늘 그 문을 먼저 두드리는 사람이 될 수 있는가.

작성 2026.09.29 02:07 수정 2026.09.29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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