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품 시장에서 소비자가 기억하는 것은 대부분 제품과 브랜드다. 그러나 한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처방 연구부터 원료 선택, 기획, 생산, 품질관리까지 수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면서도 완제품에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기업이 화장품 OEM·ODM 제조사다.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에 본사를 둔 ㈜예그리나도 그중 하나다. 2014년 설립된 예그리나는 화장품 OEM·ODM을 넘어 제품 기획과 디자인, 생산, 품질관리, 마케팅까지 지원하는 OBM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회사가 내세우는 ‘인화·연구·실천’은 사람의 협력과 연구개발, 현장 실행을 기업 성장의 중심에 둔다는 의미다.
예그리나의 경쟁력은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의 폭에서 먼저 드러난다.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을 비롯해 바디·헤어케어, 팩, 향수, 미백·주름개선·자외선차단·탈모완화 기능성 화장품은 물론 동물용 제품까지 개발하고 있다.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을 대신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통채널과 판매국가를 고려한 브랜드 기획과 제품화까지 연결하는 구조다.

품질과 해외시장 대응을 위한 기반도 갖췄다. 식품의약품안전처 CGMP 적합 인증을 비롯해 ISO 9001·ISO 14001, 비건 인증, FDA OTC 공장 등록 등을 확보했다. 2019년 CGMP 인증 이후 재인증을 마쳤으며,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R&D·영업·상품기획 기능을 담당하는 사무소도 개설했다.
연구개발에서는 국내 자생식물을 활용한 화장품 소재와 시제품 개발, 디에틸 이타코네이트를 활용한 주름 억제 화장품 연구 등 정부과제를 진행했다. 주름개선 화장품과 흰머리 생성 원인 억제에 관한 기술도 특허로 연결하며 생산기업을 넘어 연구개발형 제조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성장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한화장품협회가 2026년 소개한 회원사 자료에 따르면 예그리나는 2025년 매출 455억4,500만 원, 종업원 183명을 기록했다. 2023년 약 352억 원, 2024년 약 389억 원에서 매출이 계속 증가하며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예그리나의 공개자료를 살펴보면 아직 충분히 연결되지 않은 가치도 발견된다. 회사는 설립 이후 사회단체 후원과 임직원 모금활동을 이어왔다고 소개한다. 다만 어떤 필요에서 시작했는지, 어느 단체와 함께했는지, 임직원이 어떻게 참여했고 얼마나 지속했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기록은 홈페이지에서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
이는 활동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좋은 일을 해왔지만 기업의 역사와 대표철학, 임직원의 이야기로 충분히 축적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앞으로 추가적인 사실 확인과 당사자 취재가 필요한 부분이다.
제품과 인증은 남아도 그 제품을 만들어온 사람과 기업철학은 기록되지 않는 제조기업이 적지 않다. 특히 OEM·ODM 기업은 고객 브랜드 뒤에 머무르기 때문에 기술과 사람, 사회적 기여가 외부에 알려지기 더욱 어렵다.
예그리나의 기술개발, 고객 중심의 제조방식, 임직원 참여와 사회단체 후원을 함께 놓고 보면 ‘사람에게 신뢰받는 제품과 관계를 만든다’는 공통된 방향이 보인다. 아직 각각의 활동은 제품·인증·후원이라는 개별 정보로 남아 있지만, 그 안에는 하나의 기업가치로 더 깊이 기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과 활동을 발굴하고 이를 어떻게 기업의 장기적인 자산으로 연결할 것인지는 별도의 취재와 협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다만 2025년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새로운 성장단계에 들어선 지금, 지난 12년간 쌓아온 기술뿐 아니라 그 기술을 만든 사람과 나눔의 과정까지 돌아볼 이유는 충분하다.
CCBS 기업가치 탐사보도
CCBS는 공식 자료와 취재를 바탕으로 기업이 오랫동안 쌓아온 역사와 철학, 기술과 제품, 사회공헌 활동 속에서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가치를 발굴해 기록합니다.
또한 기업의 강점과 지역사회의 필요를 연결해 그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기획·실행하고, 그 과정과 성과를 기사와 영상 콘텐츠로 기록·확산합니다.
기업이 잘해온 일을 발견하고, 그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좋은 일을 기획해 세상에 기록합니다.
오랫동안 이어왔지만 아직 하나의 기업가치로 정리하거나 기록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CCBS와 함께 그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