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친구를 밀어 다치게 했다. 교육지원청은 학교폭력이라고 판단했지만, 최종적으로 대법원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친구를 밀어 다치게 했는데 왜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본 것일까. 최근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은 학부모와 학교가 학교폭력 사안을 바라볼 때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친구 밀어 다치게 해 ‘서면사과’…행정심판서 뒤집혀
사건은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했다. 당시 만 7세인 초등학교 1학년 학생 A가 방과후 배드민턴 수업 중 같은 반 학생을 학교 다목적실 단상 아래로 밀어 다치게 했다.
교육지원청은 이를 학교폭력으로 보고 A에게 서면사과 조치를 했다.
그러나 A 측이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경기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는 A의 행동을 학교폭력으로 보기 어렵다며 서면사과 처분을 취소했다. 피해 학생 측은 이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원심에 이어 대법원도 행정심판위원회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이 말한 핵심은 ‘밀었느냐’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
대법원은 학생의 행동이 법에서 정한 폭행이나 상해의 모습에 해당하는지만으로 학교폭력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행동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사건 전후 상황은 어땠는지, 학생들의 나이와 관계는 어떠했는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피해 학생을 보호할 필요성과 행동한 학생을 선도·교육할 필요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이번 판결은 “친구를 한 번 밀었으니 학교폭력이 아니다”라는 뜻이 아니다. 같은 행동이라도 사건의 경위와 정도, 학생들의 연령과 관계 등에 따라 학교폭력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학교폭력 피해응답률 2.9%…말하지 않는 학생도 있어
한편 교육부가 9월 9일 발표한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은 2.9%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최근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예방과 교육적 해결, 관계회복 등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실태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자료에서는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은 학생들의 이유 가운데 ‘나의 일이 커질 것 같아서’가 24.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응답만으로 학생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우려했는지까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작은 다툼이라고 넘기지도, 모두 학교폭력으로 단정하지도 않아야
이번 대법원 판결이 피해를 가볍게 봐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학생 사이에서 다툼이나 신체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곧바로 같은 수준의 학교폭력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학교와 보호자에게 필요한 것은 먼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정확히 확인하는 일이다. 피해가 있다면 학생의 안전과 보호를 우선하되, 사건의 경위와 정도, 학생들의 나이와 관계까지 함께 살펴 사안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강조한 것도 결국 여기에 있다. 학교폭력 판단은 행동 하나만 떼어 볼 것이 아니라, 그 사건 전체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