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마다 반복된 15세 미만 단체보험 사각지대, 정부 상법 개정 논의 본격화

공익 목적 단체보험 예외 적용 검토 착수… 정부, 상법 개정 논의 속도

재난 피해 지원의 형평성 높인다… 특별법 대신 제도 개선으로 근본 해법 모색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제기된 15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단체보험 보장 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공익 목적의 단체보험에서 발생해 온 보장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관계기관이 상법 개정 방향을 함께 검토하며 실질적인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섰다.

 

 

국무총리실은 9월 21일 나승철 민정실장 주재로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상법 제732조 개정을 위한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시민안전보험과 같은 공익 목적 단체보험에서 15세 미만 미성년자의 사망보험금 지급이 제한되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행 상법 제732조는 15세 미만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생명보험 계약을 원칙적으로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규정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가입하는 공익성 단체보험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면서 재난 피해 지원에 공백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 같은 문제는 국무총리실 민정실이 풍수해 대비 현장점검을 실시하는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현장에서 만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은 재난 발생 시 주민 피해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시민안전보험을 운영하고 있지만 15세 미만 주민은 법률상 사망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실질적인 지원이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아울러 보험범죄 예방이라는 입법 취지는 유지하더라도 공익 목적의 단체보험까지 동일하게 제한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실제 대형 재난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됐다. 2022년 태풍 힌남노 당시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가족의 탈출을 돕던 중학생이 숨졌지만 시민안전보험 가입 대상이었음에도 상법 규정으로 인해 사망보험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12·29 여객기 참사에서도 다시 확인됐다. 당시 15세 미만 희생자들이 지방자치단체 시민안전보험의 사망보장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별도의 특별법을 통해 특별지원금 지급 근거가 마련됐다.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특별법으로 보완하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는 지속되고 있다. 제21대 국회에서는 상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처리되지 못했다. 이후 제22대 국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공익 목적 단체보험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입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이번 회의를 통해 미성년자를 보험범죄로부터 보호한다는 현행 제도의 기본 취지는 유지하면서도 공익성이 높은 단체보험에는 합리적인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개인이 가입하는 생명보험과 달리 지방자치단체가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단체보험은 보험범죄 악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고려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검토했다.

 

회의에서는 법무부가 현행 상법의 입법 취지와 법체계에 대해 설명했으며 금융위원회는 보험제도 운영 측면에서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참석 기관들은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법률 취지와 국민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를 함께 반영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나승철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은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별법을 통해 사후적으로 보완하는 방식보다 생명보험 제도의 취지와 재난 현장의 현실을 함께 반영한 상법 개정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무총리실은 이번 회의 결과를 토대로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 간 협의를 이어가고,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 논의가 실질적으로 진전될 수 있도록 후속 협의를 지속할 계획이다.

 

재난 피해 지원은 특정 연령에 따라 형평성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정부와 국회에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공익성과 안전망 강화를 동시에 고려한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경우 반복되어 온 보험 사각지대 해소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작성 2026.09.21 20:32 수정 2026.09.21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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