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문화연구가 최정희」 한 끼의 익숙함을 넘어, 단체급식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다

획일적인 식단에서 선택과 경험이 있는 식탁으로

한식·중식·세계음식을 아우르는 급식 메뉴의 새로운 가능성

건강과 맛, 세대의 취향까지 담아내는 단체급식의 변화

 

사진 미식 1947

 

 

하루 한 끼, 때로는 두 끼 이상을 단체급식으로 해결하는 사람들에게 급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다. 직장인에게는 하루의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이 되고, 학생에게는 새로운 맛을 배우는 식생활 교육의 장이 되며, 병원과 복지시설에서는 건강을 회복하고 일상을 지탱하는 중요한 식사가 된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단체급식은 ‘많은 사람에게 정해진 시간 안에 동일한 음식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물론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많은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단체급식의 가장 중요한 기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기본 위에 한 가지 질문을 더 얹어야 할 때다.

 

“오늘의 급식은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을 주고 있는가.”

급식의 다양화는 단순히 메뉴의 숫자를 늘리는 일이 아니다. 같은 재료라도 조리법을 달리하고, 익숙한 음식에 새로운 식문화를 접목하며, 세대와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히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다양화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닭고기 한 가지 재료도 닭볶음탕과 닭갈비에 머무르지 않고 유린기, 깐풍기, 닭고기 냉채, 아시아풍 덮밥 등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두부 역시 두부조림이나 두부찌개뿐 아니라 마파두부, 두부스테이크, 두부샐러드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특별하고 값비싼 식재료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익숙한 식재료를 어떻게 새롭게 바라보느냐에서 시작된다.

특히 단체급식에서는 한식을 기본으로 하되 중식·일식·동남아시아·서양식 등 다양한 조리기법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제육볶음에 중국식 향신채 조리법을 응용하거나, 잡채의 조리법을 변형해 아시아식 볶음면 메뉴로 구성할 수도 있다. 된장과 고추장 같은 전통 장류 역시 소스와 드레싱으로 활용하면 샐러드나 구이 요리에서도 충분히 새로운 맛을 만들 수 있다.

 

 

 

사진 미식 1947


 

나는 오랫동안 단체급식 현장을 경험하며 한 가지를 분명하게 느꼈다.

사람들은 급식을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의외로 한 끼의 작은 변화를 아주 빠르게 알아본다는 점이다.

 

매일 비슷했던 식판에 새로운 음식 하나가 올라오면 식사하는 사람들의 표정부터 달라진다. “오늘 메뉴가 괜찮다”, “이 음식은 어떻게 만든 것이냐”는 짧은 한마디가 조리하는 사람에게는 큰 보람이 된다.

그래서 급식의 다양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리사의 창의성을 존중하는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단체급식 조리사는 정해진 레시피를 반복하는 사람이 아니다. 식재료를 이해하고, 수백 명의 입맛을 고려하며, 영양과 위생, 조리시간과 원가까지 동시에 판단해야 하는 전문인이다.

조리사들이 자신이 가진 기술과 아이디어를 메뉴에 조금씩 반영할 수 있다면 단체급식은 지금보다 훨씬 발전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세대에 따른 음식 취향의 변화다.

과거에는 밥과 국, 반찬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식단이 급식의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덮밥, 면요리, 샐러드, 브런치형 메뉴, 세계음식 등 다양한 식사 형태에 익숙한 세대가 많아졌다.

 

따라서 한식 중심의 기본 식단을 유지하면서도 주기적으로 세계음식의 날, 지역향토음식의 날, 저속노화 식단의 날, 채식 메뉴의 날, 중식 특선의 날과 같은 테마 식단을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특별식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음식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작은 교육이 될 수 있다.

급식의 다양화가 곧 화려한 음식이나 복잡한 메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중요한 것은 ‘먹는 사람을 생각하는 변화’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는 씹기 편한 조리법을 고민하고, 젊은 세대에게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메뉴를 제안하며,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저염·저당·고단백 식단 등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다.

 

결국 좋은 급식은 많은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앞으로의 단체급식은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늘의 한 끼에서 무엇을 경험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한식과 세계음식이 만나고, 전통적인 조리법과 새로운 조리기술이 어우러지며, 영양과 맛 그리고 즐거움이 함께하는 식탁.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단체급식의 미래다.

 

매일 반복되는 한 끼이기에 오히려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작은 고민과 변화가 쌓일 때, 단체급식은 단순히 많은 사람에게 제공되는 음식이 아니라 사람의 하루를 따뜻하게 만드는 하나의 식문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식문화연구가 최정희


 

작성 2026.09.20 21:42 수정 2026.09.2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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