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리티법안’ 美 상원 문턱서 좌절…비트코인 7만5000달러대로 급락

찬성 49표·반대 50표…법안 심의 위한 ‘60표 문턱’ 넘지 못해

SEC·CFTC 규제 경계 명확화 기대했지만 윤리·이해충돌 쟁점에 협상 난항

비트코인 7만5000달러대 후퇴…코인베이스·서클 등 가상자산 관련주도 약세

사진=픽사베이

 

 

미국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체계를 정비할 핵심 입법으로 주목받았던 ‘디지털자산 시장 클래리티법(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이 미 상원의 절차적 관문을 넘지 못했다. 제도권 편입과 규제 불확실성 해소를 기대했던 시장에서는 실망 매물이 쏟아졌고 비트코인은 7만5000달러대로 밀렸다. 미국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동반 하락하면서 법안 처리 무산의 충격이 디지털자산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번 결과를 클래리티법 자체의 최종 부결로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미 상원이 15일(현지시간) 진행한 것은 법안 심의를 진행하기 위한 절차표결이었다. 표결 결과는 찬성 49표, 반대 50표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데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수개월 동안 이어진 협상에도 법안은 일단 상원에서 멈춰 섰다. 다만 절차적으로 재검토 가능성이 남아 있어 법안이 완전히 폐기된 상태는 아니다.

 

 

규제 불확실성 해소 기대했지만…상원 60표 확보 실패

 

 

클래리티법이 시장의 주목을 받은 핵심적인 이유는 미국 가상자산 산업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규칙의 명확성’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의 성격과 거래 방식에 따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구분하는 시장구조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법안의 주요 목적이다. 법안이 시행될 경우 디지털자산과 관련 사업자가 어떤 규제 틀의 적용을 받는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상원 협상 과정에서는 가상자산 규제 체계뿐 아니라 고위공직자의 가상자산 이해충돌 문제와 금융 안정성 등을 둘러싼 이견이 이어졌다. 표결 직전 공화당 측은 민주당이 요구해 온 사항들을 반영한 수정안을 내놓고 협상을 이어갔지만 충분한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수정안에는 공직자의 가상자산 관련 이익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지만 반대 측의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다. 은행권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이 전통적인 은행 예금을 대체할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이번 표결은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규제 방향뿐 아니라 공직자 윤리와 이해충돌 방지 장치를 어느 수준까지 마련할 것인지가 미국의 디지털자산 입법 과정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줬다. 향후 법안이 다시 논의되더라도 이 부분을 둘러싼 정치권의 절충 여부가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비트코인 7만5000달러대로…알트코인도 동반 약세

 

 

상원의 표결 결과가 전해지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약 4% 하락하며 7만5900달러 안팎까지 밀렸다. 법안 통과에 따른 규제 불확실성 완화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단기적으로 위험 노출을 줄이면서 매도 압력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시장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이 1억300만원대로 후퇴하는 등 약세를 나타냈다. 이더리움과 XRP, 솔라나 등 주요 알트코인 역시 동반 하락하면서 충격이 비트코인에만 머물지 않았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배경에는 클래리티법이 단순한 규제 강화 또는 완화 법안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명확한 시장구조 법률이 마련될 경우 규제기관의 정책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낮추고 기관투자자의 시장 참여에도 보다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반대로 입법이 지연되면 당분간 SEC와 CFTC 등 기존 규제기관이 보유한 권한을 중심으로 시장 질서가 형성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클래리티법이 상원에서 멈춰 선 이후 시장의 관심이 다시 연방 규제기관의 향후 가상자산 정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인베이스·서클도 급락…‘규제 리스크’ 관련주까지 확산

 

 

충격은 가상자산 가격에서 관련 기업의 주식으로 빠르게 번졌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하나인 코인베이스와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 인터넷 그룹의 주가는 법안 처리 무산 이후 각각 약 9% 하락했다.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화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관련 기업의 성장 전망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국내 증시에서도 가상자산 및 디지털 결제와 연관된 종목들이 약세를 보였다. 미국의 디지털자산 규제 방향이 글로벌 시장의 제도화 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냉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날 가상자산 시장의 하락을 클래리티법 하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방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물가와 국채금리 움직임 등으로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위험자산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클래리티법 표결을 앞두고도 시장에서는 연준 정책과 의회 표결이 동시에 비트코인 가격의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가상자산은 시장 유동성과 금리 변화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자산으로 평가된다.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거나 추가적인 긴축 우려가 커질 경우 위험자산 투자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 반대로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될 경우 최근 확대된 변동성이 진정될 가능성도 있다.

 

 

클래리티법 끝난 것 아니다…시장 시선 ‘다음 수’로

 

 

이번 표결로 클래리티법의 입법 동력이 크게 약화된 것은 분명하지만 법안의 운명이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다. 특히 공화당 톰 틸리스 상원의원이 절차적인 이유로 표를 변경하면서 향후 재검토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따라서 ‘클래리티법 폐기’보다는 ‘상원에서 법안 진행이 중단된 상태’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문제는 시간이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의회의 실질적인 입법 일정이 빠듯해지고 있어 단기간에 초당적 합의를 다시 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특히 공직자 윤리와 이해충돌 방지, 스테이블코인과 은행산업의 관계 등 핵심 쟁점에 대한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 입법 절차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시장에는 결국 두 개의 불확실성이 동시에 남았다. 하나는 미국이 가상자산 시장에 어떤 법적 틀을 적용할 것인가라는 ‘규제의 불확실성’이고, 다른 하나는 연준의 통화정책이 위험자산의 유동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다.

 

 

클래리티법의 상원 표결 무산은 미국 가상자산 제도화 과정이 단순히 산업 육성이나 규제 완화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등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린 정치·경제적 과제라는 점을 다시 드러냈다.

 

 

비트코인이 7만5000달러대로 내려선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은 이제 단기 가격 등락을 넘어 미국 의회가 다시 협상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SEC와 CFTC가 기존 권한 아래에서 어떤 규제 방향을 제시할지, 그리고 연준의 통화정책이 위험자산 투자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로 이동하고 있다.

 

 

클래리티법의 다음 표결 시점과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구체화되기 전까지 가상자산 시장은 정치와 금리라는 두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작성 2026.09.16 21:47 수정 2026.09.16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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