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선생님의 ‘말보다 장면’을 기억한다…안산청석초 교직원 폭력예방교육

16일 교직원 대상 성희롱·성폭력·성매매 예방교육…학교 일상의 관계문화에 초점

학생 지도뿐 아니라 교직원 간 성적 농담·외모평가·신체접촉 등 경계 문제도 다뤄

김범일 강사 “처음 할 일은 캐묻기가 아니라 보호”…2차 피해와 신고 초기대응 강조

학생에게 안전한 학교란 어떤 곳일까. 규정과 지침이 잘 마련된 학교도 중요하지만, 학생이 매일 마주하는 교직원의 말과 행동, 서로를 대하는 방식 역시 학교가 안전한 공간인지를 판단하게 하는 중요한 경험이 될 수 있다.

 

16일 안산청석초등학교 교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성희롱·성폭력·성매매 예방교육에서는 폭력예방을 금지행위나 법정의무를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교직원의 일상적인 관계 방식이 학생에게 어떤 학교문화를 보여주는지를 중심으로 교육이 진행됐다.

 

교육을 진행한 김범일 법정교육연구소 대표는 “학교는 학생들이 교과서만 보고 배우는 곳이 아니다”며 “학생들은 선생님이 학생을 대하는 방식뿐 아니라 선생님들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도 보고 배운다”고 설명했다.

 

“너는 이것도 모르니?”…생활지도에서도 경계와 존중 필요

 

교육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무심코 나올 수 있는 말부터 살펴봤다. 대표적인 사례가 “너는 이것도 모르니?”라는 표현이다.

 

교사에게는 답답한 순간에 나온 짧은 말일 수 있지만 학생에게는 자신의 능력을 무시당한 경험으로 남을 수 있다. 같은 상황에서 “어디에서 어려웠니?”라고 묻는다면 잘못을 지적하는 데 머물지 않고 학생이 어려움을 설명하고 다시 시도할 수 있도록 관계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관점은 성희롱 예방교육에서도 이어졌다. 학생의 외모나 신체, 연애 등을 평가하거나 성별 고정관념이 담긴 표현을 사용하는 문제뿐 아니라 칭찬·격려·상담 과정에서도 학생의 사생활과 신체적 경계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 다뤄졌다.

 

핵심은 교사가 학생에게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만이 아니다. 학생의 인격과 경계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생활지도와 상담, 일상적인 의사소통을 이어가는 것이 폭력예방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학생 앞에서만 조심하면 끝?…교직원 관계도 학교문화

 

학교의 관계는 교직원과 학생 사이에만 형성되지 않는다. 교직원들이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도 학생이 접하는 학교문화의 한 부분이다.

 

교육에서는 교직원 간 회식 자리에서 나올 수 있는 성적 농담이나 외모평가, 불필요한 신체접촉 등의 사례도 다뤘다. 학생에게 존중을 가르치면서 정작 교직원 사이에서 상대방의 경계를 가볍게 여긴다면 학교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에서는 이를 ‘교직원의 관계 방식은 학생에게 학교가 안전한 곳인가를 알려주는 신호’라는 관점으로 설명했다. 서로의 말을 듣고, 상대의 경계를 존중하고, 갈등이 생겼을 때 모욕이나 비난이 아닌 방식으로 해결하는 모습 자체가 학생에게는 하나의 교육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사건 발생 뒤 한마디도 중요…“그럴 사람이 아닌데”가 줄 수 있는 신호

 

성희롱·성폭력 예방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의 행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날 교육에서는 신고나 상담이 이뤄진 뒤 주변 구성원들이 보이는 반응과 2차 피해 문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그럴 사람이 아닌데”, “성추행할 만한 사람 아니야”와 같은 말은 평소 알고 지낸 사람에 대한 신뢰에서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신고자에게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거나 문제 제기 자체를 의심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이 제시됐다.

 

가해자 선처를 위한 집단 탄원이나 피해자에 대한 합의 종용, 사건을 둘러싼 소문 등도 사례로 다뤄졌다. 사건 자체뿐 아니라 사건을 접한 조직이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피해자의 이후 학교생활과 조직에 대한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고 초기에는 사실판단보다 보호와 공식 절차 연결

 

신고나 상담 요청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교육의 주요 내용이었다.

 

교육에서는 동료의 경우 섣부른 판단보다 이야기를 듣는 태도가 필요하고, 관리자는 피해자 보호와 공식적인 처리 창구 연결을, 고충상담원은 절차와 보호에 관한 안내를 맡아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이를 압축한 메시지는 “처음 할 일은 캐묻기가 아니라 보호입니다”였다.

 

김 대표는 “누군가 신고하거나 상담을 요청했다는 것은 그날 처음 힘들었다는 뜻이 아닐 수 있다”며 “이미 여러 번 고민하고 불이익을 걱정한 끝에 어렵게 말을 꺼냈을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교 현장에서 폭력예방교육의 실효성은 교육시간에 얼마나 많은 규정을 익혔는지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학생에게 건네는 말, 동료의 경계를 대하는 태도, 문제를 알게 됐을 때의 첫 반응처럼 일상에서 반복되는 행동이 실제 학교문화를 만든다.

 

이날 교육에서는 실천 방법으로 ‘말하기 전 3초, 학생과 동료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를 제안했다. 학생과 동료를 존중하는 문화가 교육 이후에도 이어지는지, 신고나 상담이 필요한 상황에서 보호와 공식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학교 현장에서 함께 점검하는 것이 폭력예방교육의 다음 과제로 남는다.
 

 

작성 2026.09.16 10:08 수정 2026.09.16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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