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성희롱 예방교육 ‘자료만 배포’ 괜찮나…기업이 확인할 3가지

일반 사업장은 자료·이메일만 보내고 끝내면 교육 인정 어려워

10인 미만 사업장 등은 게시·배포 특례…인권위, 실효성 높이도록 개선 권고

상품홍보 결합 교육 사례도 확인…강사 전문성·맞춤형 교육 강화 주문

기업 인사·노무 담당자가 매년 챙겨야 하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교육자료를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내거나 사내 게시판에 올리는 것만으로 법정 예방교육을 마쳤다고 생각한다면 현재 교육방식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사업주가 매년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교육 대상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육을 했다는 기록보다 실제 예방효과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난 8월 26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민간부문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제도 전반을 개선하도록 권고했다.

 

이번 권고는 민간 사업장의 예방교육 제도를 대상으로 한다.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단체에는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른 별도의 성희롱 예방·방지조치 체계가 적용되는 만큼 서로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① 자료나 이메일만 보내도 교육? 일반 사업장은 아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은 연 1회 이상 실시해야 한다.

 

교육에는 직장 내 성희롱 관련 법령뿐 아니라 해당 사업장에서 성희롱이 발생했을 때의 처리절차와 조치기준, 피해 근로자의 고충상담과 구제절차 등이 포함돼야 한다.

 

직원연수나 조회·회의, 온라인 방식 등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교육자료를 배포·게시하거나 이메일이나 게시판으로 알리는 데 그쳐 교육 내용이 근로자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예방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일반 사업장에서 ‘자료를 직원들에게 보내면 법정교육이 끝난다’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다만 예외가 있다. 상시근로자 10명 미만 사업장이나 사업주와 근로자가 모두 남성 또는 여성 중 어느 한 성으로 구성된 사업장은 현행 시행령상 교육 내용을 알 수 있는 홍보물을 게시하거나 배포하는 방법으로 예방교육을 할 수 있다.

 

② 10인 미만 사업장 ‘게시·배포’ 특례…인권위가 개선 권고

 

이번 인권위 권고에서 눈여겨볼 부분이 바로 이 예외규정이다.

 

인권위는 소규모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자료 게시·배포 방식의 교육을 허용하는 경우 실질적인 예방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업주와 근로자가 모두 같은 성별인 사업장 역시 동성 간 성희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고용노동부에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되 소규모 사업장의 부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필요한 지원방안도 함께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예방교육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보여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인권위의 2023년 실태조사에서 강사 강의나 시청각 자료를 통해 예방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은 71.3%였다. 직원 조회나 회의 때 간략하게 언급했다는 응답은 14.8%, 팸플릿 등 자료를 나눠주고 개인적으로 보도록 했다는 응답은 13.9%였다.

 

결국 법정교육을 실시했는지만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근로자가 실제 교육 내용을 이해하고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인권위 권고의 핵심이다.

 

③ 상품홍보와 함께한 예방교육도…‘강사 전문성’ 관리 강화 주문

 

인권위 조사에서는 보험·금융·상조회사 상품 홍보와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함께 진행한 사례도 확인됐다.

 

인권위는 이러한 교육이 1시간 미만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교육 내용과 방식도 부실할 가능성이 있다며 상품 판매·홍보와 연계한 교육에 대한 명확한 규제기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의 전문성과 관리체계도 개선 대상으로 꼽았다.

 

인권위는 민간부문 예방교육 강사의 자격요건과 강사양성과정의 교육시간·수료기준·보수교육 등에 관한 관리기준을 정비하고, 교육기관 지정과 강사양성과정 운영·승인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도록 권고했다.

 

교육 내용 역시 모든 사업장에 동일한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업종과 사업장 특성, 교육 대상자의 역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특히 사례와 참여 중심의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관리자와 일반 근로자 등 대상에 맞는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법정교육을 이수했다는 기록을 남기는 데 그치기보다 실제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과 조직 특성을 반영해 교육의 전문성과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진 셈이다.

 

아직 제도가 바뀐 것은 아니다…기업이 지금 확인할 것

 

이번 인권위 권고로 10인 미만 사업장의 교육방식이나 예방교육 강사제도가 당장 변경된 것은 아니다.

 

현재도 시행령상 게시·배포 방식의 특례는 유지되고 있다. 인권위가 고용노동부에 제도개선을 권고한 단계이므로 실제 교육방식이나 관련 제도가 변경되려면 시행령 개정 등 후속절차가 필요하다.

 

기업은 현재 실시하고 있는 예방교육이 법령상 요건에 맞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회사의 성희롱 사건 처리절차와 피해 근로자의 고충상담·구제절차가 교육에 제대로 포함돼 있는지, 형식적인 이수에 그치지 않고 사업장 특성과 교육 대상에 맞는 내용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상시근로자 10명 미만 사업장은 현재 게시·배포 방식의 특례가 인정되고 있지만 인권위가 제도개선을 권고한 만큼 앞으로 고용노동부의 수용 여부와 시행령 개정 등 후속조치를 확인해야 한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의 목적은 교육 횟수를 채우는 데 있지 않다. 이번 권고는 매년 반복되는 법정교육이 실제 직장에서 성희롱을 예방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근로자가 대응 방법을 알 수 있는 교육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다시 묻고 있다.


기자 소개 | 김범일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인권 분야를 취재하고 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전문강사.

작성 2026.09.16 00:03 수정 2026.09.16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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