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버스가 다시 멈춰 설 기로에 놓였다. 통상임금 적용 방식과 임금 인상을 둘러싼 노사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16일 첫차부터 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파업을 하루 앞둔 15일 열리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2차 조정이 서울 시민의 출근길을 결정할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협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10.32%’와 ‘7.85%’다. 그러나 두 수치만 놓고 어느 쪽의 인상률이 더 높은지를 비교하면 협상의 본질을 놓치기 쉽다. 사측과 서울시는 통상임금 판결 취지를 반영한 임금 변화를 고려해 시급을 10.32%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한 반면, 노조는 통상임금 산정 기준을 새롭게 적용한 뒤 시급을 추가로 7.85%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갈등의 핵심은 단순한 임금인상률보다 ‘통상임금을 어떤 방식으로 임금체계에 반영할 것인가’에 가깝다.
파업 D-1, 오후 2시 마지막 조정…결렬되면 16일 첫차부터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15일 오후 2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의 노동쟁의와 관련한 2차 조정회의를 진행한다. 서울 시내버스 운송회사들을 대표하는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노조 측이 참석하고 노동위원회 조정위원들이 양측의 견해차를 좁히는 역할을 맡는다.
노조는 이날을 사실상 협상의 최종 시한으로 정했다. 조정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16일 첫차부터 파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앞서 여러 차례 노사 교섭이 진행됐지만 핵심 쟁점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만큼 마지막 협상 역시 장시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서울의 시내버스는 시민의 출퇴근과 통학, 지하철 접근을 담당하는 핵심 대중교통 수단이다. 특히 지하철역과 거리가 먼 지역이나 버스 의존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체감하는 교통 불편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협상은 버스 운전 종사자의 임금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협상 결과에 따라 서울 전역의 교통망과 시민의 일상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노사 간 막판 조정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32% vs 통상임금+7.85%’…같은 임금인상률 비교가 아니다
노사가 가장 첨예하게 맞서는 지점은 통상임금 적용 방식이다. 통상임금 문제는 각종 법정수당 등의 산정 기준과 연결되기 때문에 어떤 임금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기준시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실제 임금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이번 협상의 배경에는 2024년 말 대법원이 상여금의 통상임금 판단과 관련해 제시한 판례가 자리 잡고 있다. 이후 해당 판례를 서울 시내버스 회사에 적용한 동아운수 통상임금 소송의 2심 판결이 2025년 10월 선고되면서 통상임금 문제가 서울버스 임금협상의 핵심 현안으로 부상했다.
사측과 서울시는 판결 취지를 적용할 경우 발생하는 임금 상승 효과를 6∼7% 정도로 판단하고, 추가 인상분까지 포함해 시급을 총 10.32%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노조는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을 176시간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시급 7.85% 추가 인상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사측 10.32% 대 노조 7.85%’라는 숫자만 놓고 보면 오히려 사측의 인상안이 더 큰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노조의 요구는 통상임금 적용에 따른 임금 변화를 전제로 별도의 시급 인상을 요구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두 숫자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결국 협상의 핵심 질문은 ‘몇 %를 올릴 것인가’ 하나가 아니다. 통상임금 판결을 올해 임금협상에 어느 범위까지 반영할 것인지, 산정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그 위에 추가 임금인상을 어느 정도 적용할 것인지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사측 “재정 부담 급증”…노조 “대법원 판단 이번 협상에 반영해야”
양측의 입장 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통상임금 문제를 ‘언제 확정할 것인가’를 놓고 시각차가 크기 때문이다.사측과 서울시는 다른 운수회사들의 통상임금 관련 법원 판결이 연말 예정돼 있다는 점을 들어, 우선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한 뒤 추가 판결을 확인해 통상임금 적용 문제를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노조의 판단은 다르다. 이미 대법원의 판단이 나온 만큼 통상임금 문제를 뒤로 미룰 이유가 없으며 이번 협상 과정에서 임금체계에 함께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용을 둘러싼 계산도 첨예하다. 사업자 측은 노조 요구안을 수용할 경우 통상임금 반영에 따른 인상분과 추가 시급 인상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인건비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측 계산에 따르면 통상임금 인상 효과 16.44%와 시급 7.85% 추가 인상 요구가 반영될 경우 9호봉 버스 운행 사원의 연봉이 지난해 기준 약 6,870만원에서 약 8,509만원으로 증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매년 5천억원 이상의 재정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 사업자 측의 주장이다. 다만 이 같은 연봉 및 추가 재정 규모는 노조 요구안의 영향을 계산한 ‘사측 추산’이라는 점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실제 최종 임금 상승 폭과 재정 소요액은 협상 결과와 통상임금 적용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준공영제 때문에 ‘임금협상’이 곧 ‘시민 부담’ 논쟁으로
서울 시내버스 임금협상이 더욱 민감한 이유는 준공영제라는 운영 구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버스는 민간 운송회사가 버스를 운행하지만 서울시가 준공영제를 통해 운영을 지원하는 구조다. 따라서 운송업체의 인건비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경우 그 여파가 업체의 경영비용에만 국한되지 않고 서울시 재정지원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시가 노조 요구에 부담을 나타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는 급격한 비용 상승이 준공영제 운영에 상당한 재정 부담을 줄 수 있고 장기적으로 시민 부담과도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대로 노동계에서는 통상임금 관련 법적 판단을 임금체계에 제대로 반영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어 양측의 간극이 크다.
결국 이번 협상에는 근로자의 임금과 법원 판결, 버스업체의 경영비용, 서울시 재정, 시민의 교통권이라는 여러 문제가 동시에 걸려 있다. 어느 한쪽의 숫자만으로 협상의 타당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파업 땐 무료 셔틀 최대 1,500대…서울 시민 출근길 ‘비상’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 문제는 곧바로 시민의 이동으로 넘어간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파업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했다. 전세버스 등을 활용한 무료 셔틀버스를 최대 1,500대까지 투입해 시민의 이동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2026년 1월 버스 파업 당시 투입했던 700여대와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서울시는 15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파업 상황에 대비한 교통대책을 점검하는 한편 노사 양측에도 원만한 임금·단체협상 타결을 요청했다. 무료 셔틀버스가 확대되더라도 기존 시내버스의 모든 수송 기능을 완전히 대신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실제 파업이 시작될 경우 출근·통학 시간대 지하철과 대체 교통수단으로 이용객이 몰리면서 혼잡이 커질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결국 15일 진행되는 마지막 조정의 핵심은 단순한 ‘10.32% 대 7.85%’의 숫자 싸움이 아니다. 법원의 통상임금 판단을 임금체계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담할 것인지가 본질적인 쟁점이다.
노사 협상의 시계는 이제 파업 예고 시점인 16일 첫차를 향하고 있다. 막판 협상에서 접점을 찾으면 서울의 버스는 평소처럼 운행하지만, 합의에 실패한다면 시민들은 다시 대규모 대중교통 파업이라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노동자의 임금과 권리, 버스업계의 지속가능성, 서울시 재정과 시민의 교통권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만큼 어느 때보다 정교한 절충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