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푸드빌, 손맛을 1g의 기준으로 바꾸다…속초 젓갈에서 B2B 간편식까지

식품 제조기업의 경쟁력은 새로운 메뉴를 얼마나 많이 내놓느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고객사가 원하는 맛을 대량생산에서도 일정하게 재현하고 유통 과정에서 안전성을 유지하며 실제 조리 현장의 부담까지 줄여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에 본사와 제1공장을 둔 정이푸드빌은 전통적인 손맛을 반복 가능한 제조 기준으로 바꾸며 성장한 B2B 간편식 전문기업이다.

 

정이푸드빌의 출발점은 2006년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시작한 이정희 손맛젓갈이다. 이정희 대표는 아이들에게 먹인다는 마음으로 젓갈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회사 공식 자료를 통해 설명한다. 창업자의 손에 의존했던 맛을 더 많은 소비자에게 전달하려면 같은 맛과 품질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제조공정과 식품안전 관리체계가 필요했다.

 

현재 정이푸드빌은 젓갈과 절임류를 넘어 수산·축산가공품, 조림·볶음류, 국·탕·찌개, 고명·속재료, 필링·토핑 등으로 생산 영역을 넓혔다. 프랜차이즈 전용 제품과 대형마트·편의점 PB, 케이터링 식자재, 해외수출용 반조리식품, 온라인 HMR 등 고객사의 업종과 유통환경에 맞춘 OEM·ODM 생산도 진행하고 있다.

 

회사의 핵심 역량은 완성된 상품을 단순히 납품하는 데 있지 않다. 고객사가 원하는 레시피와 규격을 제품으로 구현하고 이를 반복 생산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는 데 있다. 회사는 프랜차이즈 제품의 맛을 1g 단위까지 재현하는 표준화 역량을 제시하고 있으며 냉장과 냉동, 소량과 대량 등 판매 채널에 맞춰 제품 형태를 달리 설계하고 있다.

생산공정은 원부자재 입고와 이물 선별에서 시작해 세척·절단 등 전처리, 배합과 가공, 급속 냉각, 계량과 포장, 금속 검출과 중량 선별, 냉장·동결 출고로 이어진다. 고온 조리 후 급속 냉각하는 시스템은 신선도 유지를 돕고 원팩 제품은 외식·급식 현장의 조리시간과 인력 부담을 줄이는 데 활용된다. 손맛을 없앤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감각에 머물던 맛을 여러 사업장에서 다시 구현할 수 있는 제조 언어로 바꾼 셈이다.

이러한 생산 역량은 외부 기업과의 공동 상품개발에서도 확인된다. 정이푸드빌은 2018년 CJ프레시웨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속초식 명태초무침과 참나물장아찌 등을 포함한 50여 개 제품을 개발했다. 양사는 병원과 요양시설 등 전문성이 필요한 급식경로에 적합한 제품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속초의 수산식품에서 출발한 제조 경험이 외식과 급식 현장의 요구를 해결하는 B2B 역량으로 발전한 사례다.

 

식품안전은 맞춤형 생산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축이다. 정이푸드빌은 유형별 HACCP 인증과 글로벌 식품안전경영시스템 FSSC 22000 인증을 공개하고 있으며 기업부설연구소와 벤처기업·여성기업 확인도 보유하고 있다.

2025년 제24회 식품안전의 날에는 식품안전과 위생·품질 향상에 기여한 공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표창을 받았다. 여러 고객사의 브랜드와 제품을 함께 생산하는 OEM·ODM 기업에서 식품안전은 부가적인 장점이 아니라 거래 신뢰를 유지하는 기본조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이푸드빌은 미국과 호주, 일본 등으로 수출한 실적도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다. 해외 유통을 위해서는 국가와 소비자에 따라 달라지는 맛과 규격, 유통조건에 대응해야 한다. 회사가 국내 외식·급식 현장에서 축적한 레시피 표준화와 냉장·냉동 제품 설계 경험이 해외시장 진출의 기반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역사회와의 관계에서는 이정희 대표의 활동이 확인된다. 이 대표는 노인과 장애인 복지 분야의 봉사와 지원 공로로 속초시의회 표창을 받았으며 사회 취약계층과 장애인을 위한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구체적인 사회공헌 사업의 대상과 기간, 지원 규모와 성과를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 대표 개인의 선행과 지역사회 활동을 기업의 지속적인 가치로 축적하려면 어떤 활동을 누구와 함께 진행했는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체계적으로 기록할 필요가 있다.

 

정이푸드빌은 2026년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10평 남짓한 젓갈 제조공간에서 출발해 다양한 업종의 제품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B2B 간편식 기업으로 성장한 20년의 중심에는 한 가지 변화가 있다.

창업자의 손맛을 버린 것이 아니라 누구나 같은 품질로 다시 만들 수 있는 기준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제 그 표준화 역량이 식품안전을 넘어 지역사회에 필요한 먹거리와 연결된다면 정이푸드빌의 제조기술은 고객사의 제품을 만드는 능력에서 사람들의 일상을 지탱하는 가치로 한 단계 더 확장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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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9.12 00:04 수정 2026.09.1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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