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KBS)가 2025년 결산 기준 무려 818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의 재무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진행된 결산 보고 자리에서 최혁진 측은 박장범 KBS 사장을 향해 강도 높은 질타를 쏟아내며 경영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특히 타 공영방송인 EBS가 동일한 악조건 속에서도 흑자 경영을 달성한 사실이 언급되며, 현 경영진의 위기 대응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커지고 있다. 방송법 제51조에 따르면 사장은 공사를 대표하고 업무를 총괄하며 경영 성과에 대하여 막중한 책임을 지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박 사장이 지난 9월 2일 방송의 날 기념식에서 공영 미디어의 위기 원인을 낡은 규제와 외부 정치권 및 정부 탓으로 돌리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공공 자산을 방치하고 재정 악화의 책임을 외부에 전가하는 것은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태도라고 지적하며 내부적인 쇄신을 촉구하고 있다.

막대한 영업 손실을 타개하기 위해 KBS가 내놓은 자산 처분 계획도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KBS 측이 수지 개선을 목적으로 A 송신소 부지 등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무능한 경영을 가리기 위해 국가 및 공공 재산을 팔아 적자폭을 줄이려는 이른바 '꼼수 경영'이라는 날 선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박장범 사장은 방송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로 과거처럼 많은 수의 송신소가 필요하지 않게 된 산업적 변화를 강조하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이미 MBC와 SBS 등 타 주요 방송사들도 도심에 위치해 있던 유휴 송신소 부지를 매각한 선례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즉, 더 이상 실효성이 없는 자산을 맹목적으로 보유할 이유가 없으며, 이를 적법하게 처분하여 경영 효율화를 꾀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당연한 절차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비판 측은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는 단순 자산 매각은 일시적인 장부상 착시일 뿐이라며 팽팽한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재무 위기를 촉발한 핵심 원인을 두고도 양측의 분석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비판 측은 과거 논란이 되었던 '조그마한 파우치' 발언이 KBS를 심각한 정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의 강한 거부감이 확산되었고, 시장 흐름을 예민하게 읽는 광고주들이 광고 집행을 대폭 축소하면서 수익이 급감한 것이 적자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박장범 사장은 현재의 사태를 촉발한 본질적인 원인으로 불합리한 재원 구조를 지목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앞서 언급한 '정쟁의 대상'이라는 표현 역시 45년 동안 단 한 번도 오르지 않고 동결된 수신료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공영방송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 가운데 45년 전의 가격으로 거대 기관을 운영해야 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물가 인상률조차 반영되지 않은 현재의 기형적인 수신료 체계로는 정상적인 조직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항변이 엇갈리며 파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경기산업신문, 이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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