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하는 389억 원 규모의 호남권 반도체 첨단국가산업단지 조사설계용역을 놓고 입찰 참여업체 간 특수관계 논란이 불거졌다.
서로 다른 컨소시엄에 이름을 올린 업체들이 동일인의 지배 아래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실제 독립적인 경쟁이 이뤄졌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LH가 발주한 ‘호남권 반도체 첨단국가산업단지 개발사업 조사설계용역’은 약 389억 원 규모로 2단계 종합심사낙찰제 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하고 있다.
현재 1단계 심사를 통과한 곳은 A사가 주관하는 1컨소시엄과 B·C사 등이 참여한 2컨소시엄, 3컨소시엄 등 모두 3곳이다.
논란의 핵심은 경쟁 관계에 있는 1컨소시엄과 2컨소시엄 소속 업체 간 지분 구조다.
1컨소시엄 주관사 A사의 회장이 2컨소시엄 참여업체인 C사의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류상으로는 서로 다른 컨소시엄에 속해 경쟁하는 구조지만, 두 업체가 동일인의 영향권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A사와 C사가 이번 입찰 과정에서 각각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렸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더욱이 업계 일각에서는 2컨소시엄이 감점 요인과 수행실적 등 일부 평가 요소에서 1컨소시엄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C사의 입찰 참여 배경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형식적인 경쟁 구도를 갖추기 위한 이른바 ‘들러리 입찰’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다만 지분관계만으로 담합이나 들러리 입찰 여부를 단정할 수 없는 만큼 실제 의사결정 과정이나 업체 간 협의 여부 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공동행위 심사기준’에서는 한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지분 전부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지분율을 비롯해 임원 겸임 여부, 일상적인 업무 지시 관계, 독립적인 의사결정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사실상 하나의 사업자로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입찰에서도 두 회사의 지배구조가 실제 경쟁 과정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수백억 원 규모의 공공용역인 만큼 발주기관의 입찰 검증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심사 과정에서 서로 다른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들의 지분이나 특수관계를 별도로 확인하지 않는다면 유사한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C사는 그동안 업계에서 A사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회사로 알려져 왔다”며 “한 사람이 절대적인 지분을 가진 업체들이 각각 경쟁 컨소시엄에 참여했다면 실제로 독립적인 입찰 전략과 의사결정이 이뤄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H는 현행 평가기준에는 참여업체 사이의 지분관계나 특수관계를 별도로 확인하는 절차가 없어 해당 내용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종합기술제안서 심사기준에는 업체 간 지분관계나 특수관계를 확인하도록 하는 세부 평가항목이 마련돼 있지 않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며 “법률적인 문제 여부와 지배구조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논란은 단순한 지분관계를 넘어 공공입찰에서 ‘독립된 경쟁자’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LH의 추가 확인 결과와 입찰 절차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