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거대 기술 연합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 환경이 고도화됨에 따라 단순한 설비 도입을 넘어선 원천 기술 표준화 및 생태계 조성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노광 장비 분야의 세계적 기업 ASML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대형 마스크 컨소시엄(Large Size Mask Consortium)'에 주도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민간 연합체 합류를 계기로 규격화된 차세대 12인치 규격 포토마스크를 공동 개발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궤도에 들어섰다.
현재 반도체 라인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포토마스크 단위는 6인치 수준이다. 하지만 차세대 극초미세 공정 기술인 High NA EUV가 도입됨에 따라 기존 6인치 체제는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를 12인치 대형 규격으로 전환하면, 기존에 회로를 분할하여 노광한 뒤 이를 잇는 스티칭(stitching) 공정상의 제약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전체 웨이퍼 생산 스피드가 개선되고 개별 칩에 들어가는 제조 경비도 대폭 절감되는 이점이 발생한다.
수백억 개 단위의 트랜지스터를 정밀하게 통합 배치해야 하는 첨단 AI 반도체 영역일수록 이러한 대형 포토마스크 활용 가치는 극대화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양대 영역에서 오랜 기간 쌓아온 EUV 공정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체 반도체 생태계의 규격 전환 작업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2028년을 기점으로 차세대 D램 규격 양산 공정에 High NA EUV를 세계 최초로 전면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첨단 D램 회로 미세화 로드맵의 수명을 연장함과 동시에 전체 제조 과정을 단축시켜 완성도 높은 차세대 AI 반도체를 효율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의지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인공지능 트렌드가 반도체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파트너십 강화를 바탕으로 첨단 제조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CEO 역시 오랜 기간 쌓아온 기술적 신뢰를 바탕으로 차세대 제조 혁신을 함께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삼성전자와 ASML의 12인치 포토마스크 공동 개발 및 차세대 High NA EUV 도입 협력은 초미세 공정의 단가 한계를 극복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생산 속도 향상과 스티칭 제약 극복을 통해 차세대 AI 반도체 제조 스케일을 획기적으로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