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의 지역아동센터가 매달 임대료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급하는 운영비 보조금은 인건비와 급식비, 프로그램비 등 용도가 정해져 있어 건물 임대료로는 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 지역에서는 계약 갱신 시기마다 치솟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인터넷 펀딩에 나선 센터까지 등장했다. 임대료가 저렴한 건물을 찾다 보니 공간이 협소해지고, 고시원이나 유흥시설이 밀집한 건물에 둥지를 트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면 학교는 정반대의 문제를 겪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교실이 남아도는 초등학교가 늘고 있다. 아이들은 줄어드는데 건물은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방과 후 돌봄이 절실한 아이들을 위한 시설은 월세에 허덕이고, 정작 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빈 교실이 생기고 있다는 것은 우리 돌봄 체계가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설계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숫자로 보는 현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5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초등학생 수는 234만 5,488명으로, 1년 전보다 14만 9,517명(6.0%) 줄었다. 전체 유·초·중·고 학생 수 감소 폭(2.3%)보다 초등학교의 감소 폭이 훨씬 가팔랐다는 뜻이다. 학생 수 감소는 2006년부터 20년째 이어지고 있고, 올해는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가 처음으로 20명 밑으로 내려앉았다. 학생이 줄어드는 속도만큼 학교마다 남는 교실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다. 지역아동센터 쪽 통계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의 통계조사에 따르면 2022년 12월 말 기준 전국에서 신고·운영 중인 지역아동센터는 4,253개소였다. 이후에도 시설 수는 꾸준히 늘어 2024년 전국 약 4,300개소에서 2025년에는 4,500개소 규모로 확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늘어나는 시설 대부분이 여전히 민간 임대 건물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달 임대료를 걱정해야 하는 시설의 수 역시 함께 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정부는 초등돌봄교실(늘봄학교)을 확대하면서 기존 이용 인원에 더해 교실 활용을 통한 신규 수용 규모를 수만 명 단위로 늘려가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늘봄학교 운영 지침에서도 지역아동센터를 '지역 연계 운영'의 공식 파트너로 명시하고, 늘봄학교 대기수요가 발생했을 때 이를 흡수하는 최우선 연계 기관으로 지역아동센터를 지정하고 있다. 정책의 방향은 이미 두 체계를 하나의 돌봄망으로 묶어가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학교 밖 돌봄과 학교 안 돌봄, 두 갈래로 나뉜 체계
현재 초등학생 방과 후 돌봄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초등돌봄교실(늘봄학교)이고, 다른 하나는 학교 밖 지역사회에 자리한 지역아동센터다. 두 체계는 아이를 맡아준다는 목적은 같지만 운영 주체와 재정 구조, 공간 안정성이 전혀 다르다. 학교 안 돌봄교실은 학교 부지 안에서 운영되는 만큼 임대료 부담이 없고, 안전 관리나 통학 동선 면에서도 유리하다. 반면 지역아동센터는 대부분 민간 건물을 임차해 운영하다 보니 공간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계약 만료나 임대료 인상에 따라 문을 닫거나 옮겨야 하는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 반면 지역아동센터는 저소득층·한부모·다문화가정 등 돌봄 취약 아동을 우선 보호하며 저녁 늦게까지, 때로는 야간까지 아이를 돌보는 등 학교 돌봄교실보다 촘촘하고 긴 시간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강점이 있다. 두 체계가 서로의 장점을 살려 결합한다면 훨씬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돌봄망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시작된 시범사례들
이런 결합이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여러 지역의 사례가 보여준다. 한 기초자치단체는 관할 교육청으로부터 초등학교 유휴교실 세 칸을 무상으로 임차받아, 놀이방과 공부방 같은 프로그램실은 물론 급식실과 사무실까지 갖춘 지역아동센터로 리모델링해 운영을 시작했다. 학교 안에 자리한 덕분에 아이들은 익숙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방과 후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고, 운동장 등 학교 시설과 연계한 활동도 가능해졌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지자체와 학교가 협력해 유휴 교실에서 초등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학교돌봄터' 사업도 추진해 왔다. 방과 후부터 저녁까지 운영되며, 돌봄 공백을 학교 시설 안에서 메우겠다는 취지다. 이 사업은 이후 다함께돌봄센터의 한 유형으로 편입돼 사회복지시설 체계 안에 자리 잡았다.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지향점은 하나로 모인다. '학교 시설을 활용해 돌봄의 안정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왜 지금, 지역아동센터를 학교 안으로 들여야 하는가? 첫째, 비용 절감 효과가 명확하다. 지역아동센터가 학교 유휴공간을 무상 또는 저렴하게 사용하게 되면, 매달 나가던 임대료 부담이 사라지고 그만큼의 재원을 아동복지 프로그램과 인건비에 투입할 수 있다. 신규 시설을 짓거나 건물을 임차하는 데 드는 예산도 절감된다. 둘째, 공간의 안정성이 확보된다. 건물주와의 계약 문제로 센터가 갑자기 문을 닫거나 이전해야 하는 위험이 줄어들고, 아이들 입장에서도 다니던 학교 안에서 연속성 있게 돌봄을 받을 수 있다. 셋째, 학령인구 감소라는 시대적 흐름과도 맞아떨어진다. 학생 수가 줄면서 전국 학교 곳곳에 유휴교실이 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비어가는 학교 공간과 갈 곳이 부족한 돌봄 수요를 맞물리게 할 최적의 시점이다.
물론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학교와 지역아동센터는 소관 부처와 법적 근거, 운영 주체가 다른 만큼 교육청과 지자체, 복지 부서 간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또한 학교 안에서 운영되더라도 지역아동센터 고유의 취약계층 우선보호 기능과 저녁 늦게까지 이어지는 돌봄 시간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뒷받침돼야 한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학령인구는 줄고 학교 유휴공간은 늘어나는 지금, 지역아동센터를 학교 시설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과제에 가깝다. 이미 검증된 시범사례들이 있는 만큼, 이제는 개별 지자체의 실험을 넘어 제도화된 정책으로 확산시켜야 할 때다. 아이들에게 가장 친숙한 공간인 학교를, 아이들을 가장 필요로 하는 돌봄 시설에게 돌려주는 일. 그것이 다음 단계의 아동 돌봄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지역아동센터, 학교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학령인구는 줄고 학교는 비어가는데, 지역아동센터는 여전히 월세를 걱정한다
작성
2026.09.10 20:06
수정
2026.09.1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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