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요청이 또 다른 노출로…디지털성범죄 피해자 보호체계의 빈틈

구글에 불법촬영물 삭제 요청한 피해자 개인정보 외부 사이트서 공개

정부, 개인 식별정보 포함 200여 건 삭제·차단…구글 대상 삭제요청은 일시 중단

정보 공유·노출 경위와 법 위반 여부 검토…“도움을 요청하는 과정도 안전해야”

불법촬영물을 지워달라고 요청하면서 제출한 개인정보가 오히려 외부에 공개되는 일이 발생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삭제 절차에서 다시 개인정보 노출 위험이 생기면서, 피해지원 과정 자체의 안전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는 지난 8일 구글에 디지털성범죄 관련 게시물 삭제를 요청한 피해자와 피해지원기관의 일부 정보가 외부 사이트에 공개된 사실과 관련해 관계기관과 함께 삭제·차단 및 2차 피해 방지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워달라” 제출한 정보가 외부에 공개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구글에 제출한 삭제요청문 가운데 이름과 직장, 연락처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구글과 협업하는 해외 연구 프로젝트 사이트에 공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성평등가족부는 지난 8월 25일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 직후 구글과 해당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했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도 긴급 차단 심의를 요청해 개인 식별정보가 포함된 15건을 비롯해 200여 건의 정보를 삭제·차단했다고 설명했다. 9월 7일부터는 국내 피해자와 피해지원기관 등이 제출한 삭제요청 내역 전체가 해당 사이트에서 더 이상 공개되지 않도록 조치된 사실도 확인했다.

 

문제는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영상물을 삭제하기 위해서는 피해 사실과 해당 게시물 정보를 플랫폼에 전달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그 과정에서 제공한 정보가 다시 공개된다면 피해자는 삭제를 요청하는 행위 자체에서도 또 다른 노출을 걱정해야 한다.

 

피해지원 절차에서 다시 생긴 ‘2차 피해’ 위험

 

이번 사건은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보호가 영상물 삭제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피해자의 개인정보는 삭제지원 과정에서도 보호돼야 한다. 특히 민감한 피해정보를 제3자나 외부기관과 공유할 경우 어떤 정보가 전달되는지,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처리됐는지, 외부에서 접근할 가능성은 없는지를 더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구글은 피해자 정보를 해당 사이트와 공유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일부 정보가 삭제되지 않은 채 의도치 않게 데이터베이스에 공유됐다고 설명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성평등가족부는 구글에 정보 공유·노출 경위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으며 관계기관과 관련 법령 위반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단계에서 고의 유출이나 법 위반이 확정됐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삭제뿐 아니라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까지 안전해야

 

정부는 이번 정보 노출 우려로 구글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디지털성범죄 피해영상물 삭제 요청을 일단 중단했다. 구글이 제시할 재발 방지책과 정보 처리 안전성을 확인한 뒤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사건이 남긴 가장 큰 질문은 피해자가 안심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느냐다. 피해 사실을 알리고 삭제·상담·지원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다시 개인정보가 노출된다면 피해자 보호제도에 대한 신뢰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디지털성범죄 대응에서 지워야 하는 것은 피해영상만이 아니다. 신고부터 삭제, 상담과 지원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피해자의 정보와 일상이 다시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까지가 피해자 보호의 범위다.

 

작성 2026.09.10 17:00 수정 2026.09.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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