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기방에서 청춘을 건지다!

 

                                                                                                                                                     목감천/ 이은택 時論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 100원짜리 동전을 탑처럼 쌓아 올리고 묵직한 집게발의 움직임에 모든 신경을 모으던 밤이 있다. 

 

유리 상자 너머의 인형은 늘 잡힐 듯 아슬아슬하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투명한 벽에 막혀 낙하할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쓰라렸다. 그럼에도 우리는 동전 입구에 자꾸만 다음 청춘을 밀어 넣곤 했다. 

 

어쩌면 그 시절 우리가 찾았던 것은 단돈 몇 천 원으로 살 수 있는 기회였고,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세상에서 아주 짧게나마 맛볼 수 있는 확실한 통제감이었는지 모른다.

 

어른이 된다는 건 유리 상자 밖에서 인생이라는 또 다른 뽑기 기계 앞에 서는 일이었다. 

스펙을 쌓고, 이력서를 넣고, 마음을 다해 누군가를 사랑해 보아도 결실은 쉽게 끌어올려지지 않는다. 집게발은 매번 결정적인 순간에 힘이 풀려버리고, 우리는 또다시 헛손질을 하며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곤 한다. 뽑기방의 어둑한 조명과 기계음 속에서 무언가를 열렬히 갈망하던 모습은, 오늘날 세상의 문턱 앞에서 기웃거리는 우리의 초상과 어딘가 닮아 있다.

 

하지만 손에 쥔 것 하나 없이 터덜터덜 가게 문을 나설 때도, 이상하게 마음이 완전히 꺾이지는 않았다. 

비록 원하는 인형을 바닥으로 떨어뜨렸을지언정, 집게가 인형을 살짝 들어 올려 공중에 떠 있던 그 몇 초간의 아찔한 도파민만큼은 진짜였기 때문이다.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나만의 작은 보상을 꿈꾸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동전을 넣던 그 무모함이야말로 청춘이라는 이름이 가진 특권일지 모른다.

 

지금 당장 손안에 들어온 결과물이 없을지라도 그 기계 앞에서 밤을 지새우던 열정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단단한 유리 벽에 가로막혀 허우적대는 것처럼 느껴질 때마다 기억하자. 우리는 인형을 얻지 못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동전을 가슴속에 품고 살아가는 중이다.

 

작성 2026.09.10 09:53 수정 2026.09.1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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