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O “65세 이상 열 관련 사망률 약 85% 증가”…2000~2004년과 2017~2021년 비교
- 기온 숫자 넘어 ‘누가 위험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건강정보 필요
올여름 전국 곳곳에서 39도를 넘나드는 극심한 더위가 이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7월 하순부터 8월 상순까지 종관기상관측장비 83개 지점 가운데 13개 지점에서 일최고기온 39도 이상이 42회 관측됐다.
이런 폭염 속에서 기온을 알리는 것만으로 건강피해를 줄일 수 있을까.
질병관리청과 대한예방의학회는 8일 서울에서 ‘2026년 기후보건포럼’을 열고 기후변화의 건강영향을 국민이 이해하고 실제 건강 보호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소통 전략을 논의했다.

기후정보를 건강 보호 행동으로 어떻게 바꿀까
질병관리청과 대한예방의학회가 8일 서울스퀘어에서 개최한 ‘2026년 기후보건포럼’의 핵심 의제는 기후보건 커뮤니케이션이다.
질병관리청은 2022년부터 기후보건포럼을 열어 학계와 유관기관 전문가들과 국내외 연구·정책을 공유해 왔다.
올해는 기후보건영향평가 결과의 활용, 기후위기와 건강을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 폭염 위험 인식과 기후위기 소통 등을 다뤘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기후변화가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것과 함께, 그 의미를 국민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 실제 건강보호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후보건영향평가의 결과가 정책과 지역사회, 국민의 건강 보호에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의 위험을 알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국민이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까지 전달하는 것이 이번 포럼의 주요 문제의식인 셈이다.
기후변화의 건강영향, 열사병만의 문제 아니다
기후변화와 건강을 ‘기온 상승→열사병’으로만 연결하면 실제 건강영향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WHO는 기후변화로 세계 모든 지역에서 극심한 더위에 노출되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폭염과 장기간 이어지는 고온은 열탈진과 열사병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당뇨병, 천식 등 기존 질환의 위험을 악화시킬 수 있다.
몸이 열을 식히는 과정에서 심장과 신장에도 부담이 커지고 급성 신장손상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기후보건은 폭염뿐 아니라 산불과 홍수, 가뭄 등 여러 기후위험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살펴보는 영역이다.
다만 폭염이 심한 날 특정 개인에게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이 발생했다고 해서 그 질병을 곧바로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인구집단에서 기후와 건강위험의 관계를 분석하는 것과 개인의 질병 원인을 판단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WHO “65세 이상 열 관련 사망률 약 85% 증가”
고령자는 폭염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집단이다.
WHO는 열에 대한 취약성이 나이와 건강상태 같은 생리적 요인뿐 아니라 직업과 사회경제적 여건 등 노출 환경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고령화와 심혈관·호흡기·신장질환, 당뇨병 등 비감염성질환의 증가는 극심한 더위에 취약한 인구를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WHO가 2026년 7월 31일 갱신한 ‘Heat and health’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열 관련 사망률은 2000~2004년과 2017~2021년을 비교했을 때 약 85% 증가했다.
이 수치를 ‘기후변화 때문에 고령자 사망이 85% 증가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WHO가 제시한 수치는 두 기간 사이 65세 이상 인구에서 나타난 열 관련 사망률의 변화다.
특정 개인의 사망 원인을 기후변화로 판단한 통계가 아니다.
국내 온열질환 3,089명…잠정 감시통계로 봐야
국내에서도 올해 여름 온열질환이 잇따랐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2026년 5월 15일부터 8월 7일까지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3,089명, 추정 사망자는 26명이었다.
8월 7일 하루에만 온열질환자 202명과 추정 사망자 3명이 신고됐다.
다만 이 숫자는 우리나라에서 더위 때문에 발생한 모든 질환과 사망을 집계한 통계가 아니다.
질병관리청은 이 자료가 전국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의 참여로 운영되는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의 표본감시 결과이며 전수조사가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통계청 사망원인통계 등과 차이가 날 수 있는 잠정자료이기도 하다.
5월 15일 기준 참여 의료기관은 516곳이었다.
따라서 26명도 최종 사망원인 통계상의 확정 사망자가 아니라 감시체계에서 집계된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로 표현해야 한다.
80세 이상, 인구 대비 온열질환 신고율 가장 높아
연령별 분석에서는 고령층의 취약성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가 8월 6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5월 15일부터 8월 4일까지 신고된 온열질환자 2,441명 가운데 65세 이상은 825명으로 33.8%, 80세 이상은 300명으로 12.3%였다.
환자 수 자체는 60대가 가장 많았지만 인구 10만 명당 신고환자 수는 80세 이상이 12.5명으로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당시까지 집계된 추정 사망자 21명 가운데 13명, 62%가 80세 이상이었다.
여기서 통계 기준일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전체 온열질환자 3,089명과 추정 사망자 26명은 8월 7일까지의 누계이고, 80세 이상 비율과 연령별 발생률은 8월 4일까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서로 다른 기준일의 수치를 같은 시점의 통계처럼 비교해서는 안 된다.
질병관리청은 별도의 심층분석에서도 고령층과 기저질환자,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에게 온열질환 중증화 위험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어르신과 장애인, 기저질환자 등을 위한 맞춤형 온열질환 예방 행동요령도 마련했다.
온열질환자 수가 폭염 건강피해의 전부는 아니다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는 폭염에 따른 건강피해를 신속하게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자료다.
그러나 온열질환으로 신고된 환자 수만으로 폭염의 전체 건강영향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WHO는 극심한 더위가 열탈진이나 열사병을 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고 심혈관·호흡기질환과 당뇨병 등 기존 질환을 악화시키고 심장과 신장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온열질환자 수=폭염에 따른 전체 건강피해’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고온이 이어질 때는 온열질환 발생뿐 아니라 기존 질환을 가진 사람의 건강상태가 악화될 가능성까지 살펴야 한다.
‘오늘 최고 39도’에서 ‘누가 무엇을 해야 하나’로
올해 기후보건포럼이 커뮤니케이션을 주요 의제로 다룬 이유도 이런 문제와 맞닿아 있다.
‘오늘 최고기온은 39도’라는 정보는 날씨가 얼마나 더운지를 알려준다.
하지만 그 숫자만으로 누가 더 위험한지, 건강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까지 알기는 어렵다.
WHO는 폭염 때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에는 외출과 격렬한 활동을 피하고 그늘을 이용하며, 낮 동안 시원한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권고한다.
또 65세 이상, 심장·폐·신장질환이 있는 사람, 장애가 있거나 혼자 사는 사람 등 주변의 취약한 사람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고령층을 위한 건강정보도 기온 숫자에서 끝나기보다 누가 위험한지, 언제 외출을 피해야 하는지, 어떻게 더위를 피할지, 주변에서 누구를 살펴야 하는지를 함께 알려주는 방식이 필요하다.
정보 전달 넘어 실제 행동 가능한 환경도 살펴야
건강정보를 알고 있다고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는 폭염 위험을 알아도 혼자 시원한 장소로 이동하기 어려울 수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은 몸 상태가 나빠져도 주변에서 즉시 알아채기 어렵다.
WHO는 열에 대한 취약성이 나이와 건강상태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여건과 주거환경 등의 영향도 받는다고 설명한다.
주거환경이 열을 축적하거나 냉방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은 더위 노출을 키울 수 있다.
이번 포럼에서 고령자 안부 확인이나 냉방·돌봄 지원을 포괄하는 새로운 정책이 발표된 것은 아니다.
다만 기후보건 정보를 실제 건강 보호 행동으로 연결하려면 위험정보를 전달한 뒤에도 스스로 대응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는지 살피는 문제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후보건 커뮤니케이션의 목표는 결국 정보를 많이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다.
기후위험이 누구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고, 국민이 자신의 상황에 맞춰 행동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병관리청도 이번 포럼에서 기후보건영향평가 결과가 정책과 지역사회, 국민의 건강 보호에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후위기 시대의 건강정보는 ‘오늘 몇 도인가’를 알려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기온이 누구에게 더 위험한지, 건강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기후보건 커뮤니케이션의 과제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