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회 넘겨도 의학적 필요성 별도 심의…“무조건 90%”는 아냐
- 12월부터 CT·MRI 이용내역 확인…10월에는 건보료 분할납부 기준 완화
2027년부터 한 해 외래진료를 300회 넘게 이용하면 301회째 진료부터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이 원칙적으로 90%로 높아진다.
다만 아동과 임산부, 중증·희귀질환자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명시된 제외 대상이 아니더라도 의학적 필요성이 인정되면 별도 심의를 거쳐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다.
65세 이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동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8일 이런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365회에서 300회로…301회째부터 90%
이번 개정에서 환자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변화는 고빈도 외래진료에 적용하는 건강보험 본인부담률 기준이다.
현재는 연간 외래진료가 365회를 넘으면 본인부담률 90%를 적용한다.
정부는 이 기준을 2027년 1월 1일부터 300회 초과로 낮춘다.
이에 따라 300번째 진료까지가 아니라 301회째 외래진료부터 본인부담률 90%가 적용된다.
연간 300회는 단순 환산하면 주당 약 6회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수준이다.
이번에 고빈도 외래진료 관리제도를 처음 도입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시행 중인 연 365회 초과 기준을 300회 초과로 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을 ‘병원을 조금 자주 다니면 진료비의 90%를 내는 제도’라고 설명하는 것은 실제 적용 대상과 거리가 있다.
실제 300회 넘긴 사람은 7,765명
정부가 공개한 이용 현황을 보면 연간 외래진료 300회를 넘는 사람은 전체 외래진료 이용자의 극히 일부다.
2026년 6월 30일 지급 기준으로 2025년 외래진료 이용자 약 4,840만 명 가운데 연간 300회를 초과한 사람은 7,765명이었다.
전체 이용자의 약 0.016%다.
이들의 연평균 외래진료 횟수는 약 344.7회였다.
한 해 외래진료를 1,775회 이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정부가 이번 개정에서 관리하려는 대상은 일반적인 정기진료 환자 전체가 아니라 이처럼 의료기관을 매우 자주 이용하는 고빈도 외래 이용자다.
다만 진료 횟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개별 진료가 불필요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질병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잦은 진료가 필요한 환자가 있기 때문이다.
65세 이상이라고 자동 면제되지 않는다
여러 만성질환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고령층에게는 자신도 본인부담률 90% 적용 대상이 되는지가 중요한 문제다.
우선 65세 이상이라는 연령 자체는 이번 개정에서 적용 제외 사유로 제시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제외 대상은 아동과 임산부, 산정특례 대상 가운데 중증장애인, 중증·희귀·중증난치질환으로 해당 질환의 치료를 받는 환자 등이다.
이들에게는 현행 보호장치가 유지된다.
따라서 고령자라는 이유만으로 자동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연간 외래진료가 300회를 넘으면 모든 환자가 예외 없이 90%를 부담하는 것도 아니다.
명시된 제외 기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국민건강보험공단 과다의료이용심의위원회가 의학적 필요성 등을 심의해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
고령층은 나이만 볼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적용 제외 대상에 해당하는지, 질병 치료를 위해 잦은 외래진료가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300회 초과=과잉진료’는 아니다
용어도 구분해야 한다.
연간 외래진료를 300회 넘게 이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각각의 진료를 모두 ‘과잉진료’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이번 제도는 개별 의료행위의 필요성을 하나씩 판정해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방식이 아니라 우선 연간 외래진료 이용 횟수를 기준으로 적용 대상을 정한다.
보건복지부도 이번 개정에서 ‘과도한 외래이용’, ‘고빈도 외래이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질병 치료 때문에 잦은 진료가 불가피한 환자에게 적용 제외와 별도 심의 절차를 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연간 300회를 넘는 환자를 일률적으로 ‘과잉진료 환자’라고 표현하기보다 ‘고빈도 외래 이용자’나 ‘연간 외래진료 300회 초과 이용자’로 구분하는 편이 적절하다.
한국 외래진료 OECD보다 많지만…‘불필요한 진료 3배’ 의미 아냐
정부가 기준을 조정한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높은 외래진료 이용량도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는 17.9회로 OECD 평균 6.6회의 약 2.7배다.
OECD의 최신 Health at a Glance 2025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2023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대면 의사 진료 횟수는 18회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많았고, OECD 평균은 6.5회였다.
그러나 이 숫자를 ‘한국인은 불필요하게 병원을 OECD 평균보다 약 3배 많이 이용한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OECD는 의사 진료 횟수가 진료비 지불방식과 환자의 본인부담 수준 등 의료제도의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한국은 행위별 수가제를 주로 사용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OECD는 또 한국의 짧은 진료시간이 의사가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 있게 하고, 예약 없이도 당일 일차의료를 이용하기 쉬운 구조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별 통계의 집계 범위에도 차이가 있다.
OECD의 해당 지표는 일반의와 전문의를 포함한 의사와의 대면진료를 집계하지만, 국가별로 병원 외래진료 등이 포함되는 범위가 다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높은 의료 이용 횟수와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같은 개념으로 볼 수는 없다.
12월부터 CT·MRI 이용내역 확인체계 가동
이번 개정에는 고빈도 외래진료 기준 외에도 환자 진료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가 포함됐다.
오는 12월 24일부터 의료기관이 진료 과정에서 환자의 요양급여 이용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요양급여내역 확인시스템’의 구축·운영 기반이 마련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맡는다.
의료기관의 전자의무기록(EMR)과 연계해 진료·처방 시점에 필요한 의료이용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축한다.
첫 적용 대상은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이다.
이후 다른 항목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는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할 경우 한 의료기관에서 다른 기관의 진료내역을 확인하기 어려워 동일하거나 유사한 검사와 치료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새 시스템은 진료·처방 단계에서 필요한 이용내역을 확인해 반복·과다 진료에 따른 환자 안전 위험을 줄이려는 취지다.
다만 이를 ‘12월부터 의사가 환자의 모든 병원 기록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확인 대상과 방식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설치되는 적정의료이용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한다.
우선 적용 항목도 CT와 MRI다.
건보료 추가분 1만80원 이상이면 최대 12회 분할납부
일반 직장가입자에게는 건강보험료 연말정산 제도 변화가 더 직접적으로 체감될 수 있다.
현재 직장가입자가 연말정산 등으로 추가 보험료를 낼 경우, 본인이 부담할 추가보험료가 자신의 한 달치 보수월액보험료 본인부담분 이상이어야 최대 12회 분할납부를 신청할 수 있다.
오는 10월 1일부터는 추가보험료가 보수월액보험료 하한액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다.
2026년 가입자 본인부담분을 기준으로 1만80원 이상이면 분할납부 신청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월 건강보험료 본인부담액이 15만원인 직장가입자에게 추가보험료 14만원이 발생했다면 현재는 월 보험료보다 적어 분할납부 대상이 아니다.
새 기준이 적용되면 같은 경우에도 최대 12회 범위에서 나눠 낼 수 있다.
사업장이 건강보험 연말정산에 필요한 자료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통보하는 기한도 매년 3월 10일에서 3월 31일로 연장된다.
기존 4월 보험료 정산 일정은 유지된다.
시행일 제각각…10월·12월·내년 1월 확인해야
이번 개정사항은 시행일이 모두 같지 않다.
건강보험료 추가분 분할납부 기준 완화와 사업장의 연말정산 자료 통보기한 연장은 2026년 10월 1일 시행된다.
CT·MRI를 시작으로 하는 요양급여내역 확인시스템의 법적 기반은 2026년 12월 24일부터 적용된다.
외래진료 300회 초과 시 301회째부터 본인부담률 90%를 적용하는 새 기준은 2027년 1월 1일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진료는 보장하면서 반복·과다 의료이용에 따른 환자 안전 위험을 줄이고 의료서비스를 적정하게 이용하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환자 입장에서는 ‘300회’라는 숫자만 보고 자신의 부담이 곧바로 90%로 높아진다고 판단할 필요는 없다.
특히 고령층은 65세 이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동 면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300회를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본인부담률 90%가 적용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질환과 진료의 의학적 필요성, 적용 제외 기준과 별도 심의 여부가 실제 적용을 가르는 요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