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을 개인이나 가족만의 비극으로 바라보는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사회 전체가 대응해야 할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호자의 위기와 아동의 안전을 함께 살피는 예방 중심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가운데,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오는 9월 15일 오전 9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자녀 살해 후 자살 예방 공동 포럼: 아동 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 재설계"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국회자살예방포럼이 주최하고 세이브더칠드런, 한국자살예방협회, 안실련, 동아일보,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등이 공동으로 참여해 예방 중심의 사회안전망 구축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최근 발생한 여러 가족 단위 사건은 경제적 어려움과 돌봄 부담, 정신건강 문제, 사회적 고립 등 다양한 위험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사건 이전 여러 차례 위험 신호가 포착됐음에도 이를 실질적인 보호와 지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는 점이 현행 대응 체계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포럼은 이러한 문제를 예방 가능한 사회적 위험으로 인식하고 국가 차원의 대응체계를 재정비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첫 번째 발제에서는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연정 교수가 "'Familicide-suicide', 어떻게 예측하고 예방할 것인가?"를 주제로 '자녀 살해 후 자살'을 부모나 보호자가 자녀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아동학대 사건으로 규정하고, 기존의 '동반자살'이나 '일가족 자살'이라는 표현은 피해 아동의 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할 예정이다. 또한 이러한 표현이 사건을 아동학대 통계와 보호체계에서 누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함께 제시된다.
이 교수는 '자녀 살해 후 자살' 위험을 ▲자살 위험 ▲자녀 대상 폭력 위험 ▲가정폭력 및 강압적 통제 ▲아동보호 위기 ▲경제·복지 위기 등 다섯 개 위험축으로 평가하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두 가지 이상의 위험요인이 확인될 경우 의료기관과 교육기관, 복지기관, 경찰, 아동보호기관 등이 동시에 개입하는 '다기관 통합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정신건강 치료와 긴급 생계지원, 주거지원, 채무조정, 아동 분리 보호 등을 연계하는 예방 중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발표될 예정이다.
이어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세원 교수는 "'생존 아동 지원을 위한 사회적 보호 체계'"를 주제로 부모의 살해 시도에서 살아남은 아동뿐 아니라 형제를 잃은 아동, 부모의 자살 시도 이후 남겨진 아동 역시 모두 '생존 아동'으로 보고 국가가 보호해야 할 피해 아동이라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발표에서는 사건 발생 이후 48시간 이내 위기 개입을 비롯해 전담 사례관리자 지정, 공공후견인 연계, 트라우마 치료, 애도 지원, 법률 지원 등을 통합 제공하는 국가 책임형 보호체계 구축 방안도 함께 제안된다. 생존 아동은 아동학대와 부모의 배신, 가족 사별을 동시에 경험하는 '삼중의 피해자'인 만큼 단기 지원이 아니라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 가능한 회복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주요 내용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2부 지정토론에서는 "'사회안전망은 어디서 작동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가족 단위 위기 발견 체계와 근거 기반 조기 개입 방안, 사건 이후 사후 대응과 유족 지원, 해외 사례, 아동사망검토제도, 언론의 역할, 자살예방 정책과의 연계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한다. 법률·의료·언론·자살예방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예방 중심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세이브더칠드런 정태영 총장은 "'자녀 살해 후 자살'은 '동반자살'이 아니라 예방 가능한 극단적 아동학대"라며 "국가는 다기관 조기 개입을 통해 사건을 예방하고 생존 아동을 즉시 보호체계로 연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이 끝난 뒤에도 아이들의 삶은 계속되는 만큼 회복과 성장을 성인이 될 때까지 책임지는 국가 보호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자녀 살해 후 자살'을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로 바라보고, 위험 신호를 실제 보호와 지원으로 연결하는 예방 중심의 사회안전망 구축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