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생과 초고령화라는 거대한 인구구조의 지각변동은 단순히 사회 문제를 넘어 국가의 안보와 경제의 틀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1.0명 아래로 추락한 현재의 상황은 과거의 성장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적게 태어나 오래 사는 사회에서는 노동력 감소와 부양 부담 증가가 필연적이며, 이는 곧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직결된다.
따라서 인구 감소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 실현 가능한 적정 목표를 설정해 국가 운영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해야 하는 시점이다. 과거의 양적 팽창에 의존하던 관성에서 벗어나, 질적 고도화와 AI 기술 도입 등을 통해 인구 감소 시대에 대비하는 선제적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국내의 구조적 위기와 맞물려 대외적인 국제 정세 역시 급격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 기조는 더 이상 동맹국에게 일방적인 관용을 베푸는 너그러운 맏형의 모습이 아니다. 이익을 철저히 계산하는 빡빡한 거래 상대로 변모했으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자주국방 역량 강화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조의 변화는 대한민국에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반도체, 조선업, 인공지능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우리는 미국의 필수불가결한 전략적 파트너로 격상되었다. 특히 선박 건조 능력과 첨단 기술 역량은 워싱턴이 우리를 단순한 안보 수혜국이 아닌 핵심적인 상호 협력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변화 속에서 차기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한반도 정세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공화당 정권은 역사적으로 적대국과의 파격적인 관계 개선을 주도해 온 전례가 많다. 차기 지도자 역시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지고 있다. 워싱턴과 평양의 전격적인 대화가 재개되고, 북핵의 선동결 후해결 방식이 테이블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상대 국가의 정상 간 만남을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비현실적인 접근보다는, 전향적인 외교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독자적인 안보 억지력을 선제적으로 강화하는 자강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남북한의 평화적 공존이라는 실용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한반도 정책의 청사진을 그려야 할 때다.
외교 안보적 난제와 더불어 글로벌 경제 생태계를 양분하고 있는 미중 패권 경쟁 역시 중대한 시험대다. 첨단 산업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워싱턴의 압박 속에서도, 베이징의 기술 굴기는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중국이 선보인 저비용 고성능 인공지능 모델의 등장은 기술 자립이 얼마나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방증한다.
우리 기업들이 거대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할 경우, 오히려 상대방의 자체 개발을 가속화해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상실할 수 있다는 산업계의 우려는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반도체, 자율주행, 로봇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쳐야 하는 만큼,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유연하고 실용적인 경제 외교 전략을 치밀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경기산업신문, 김성현 대표기자 (presscenter_offic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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