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질환의 어려운 점 가운데 하나는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피로처럼 흔한 증상이 나타났다고 해서 곧바로 간 질환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한 가지 증상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증상이 지속되는 기간과 정도, 다른 증상의 동반 여부, 기존 질환과 복용 약물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 이유 없이 계속되는 피로와 식욕 저하
충분히 쉬었는데도 피로가 지속되거나 이전과 달리 식욕이 크게 떨어졌다면 몸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부 간 질환에서도 피로, 무기력, 식욕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피로는 빈혈, 갑상선질환, 수면장애, 감염, 심혈관계 질환, 우울증을 비롯한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비특이적 증상이다. 특히 60세 이후에는 여러 만성질환이나 복용 약물의 영향을 함께 받을 가능성이 있어 “피곤하니 간이 나빠졌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평소와 다른 심한 피로가 장기간 지속되거나 식욕 감소와 함께 체중이 특별한 이유 없이 줄고 다른 이상 증상까지 나타난다면 의료진과 상담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눈 흰자와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
간과 관련해 비교적 분명하게 알아두어야 할 신호 가운데 하나가 황달이다. 혈액 속 빌리루빈이 증가하면 눈의 흰자나 피부가 노랗게 보일 수 있다.
황달은 간염이나 간경변 등 간 질환뿐 아니라 담도 폐쇄, 담석, 췌장·담도 관련 질환, 혈액질환 등 여러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황달이 나타났다고 특정 질환을 스스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특히 이전에 없던 황달이 갑자기 나타났다면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생각하기보다 의료기관을 찾아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 평소보다 눈에 띄게 짙어진 소변
물을 충분히 마셨는데도 소변이 지속적으로 짙은 갈색이나 차색처럼 보인다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빌리루빈 처리와 배설 과정에 문제가 생긴 일부 간·담도 질환에서 진한 소변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소변색은 탈수, 음식, 약물, 혈뇨 등 다양한 원인으로도 변할 수 있다. 소변색 하나만으로 간 상태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진한 소변과 함께 눈이나 피부가 노랗게 변하거나 대변색이 평소보다 매우 옅어지는 등의 변화가 동반된다면 의료진의 평가를 받는 것이 좋다.
- 원인을 알기 어려운 지속적인 피부 가려움
피부에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가려움이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담즙의 흐름에 문제가 생기는 일부 간·담도 질환에서는 가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피부 가려움 역시 건조한 피부, 알레르기, 피부질환, 신장질환, 약물 등 원인이 매우 다양하다. 고령층에서는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가려움이 발생하는 경우도 흔하다.
보습 등 일반적인 관리에도 심한 가려움이 지속되고 황달이나 진한 소변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오른쪽 윗배의 불편감이나 통증
간은 주로 오른쪽 윗배에 자리하고 있다. 일부 간 질환에서는 이 부위에 묵직한 느낌이나 불편감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오른쪽 윗배 통증은 담낭이나 위장관, 근육과 갈비뼈 등 다양한 문제에서도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통증의 위치만으로 간 질환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통증이 지속되거나 심해지고 발열, 구토, 황달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면 진료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 배가 붓거나 다리가 붓는 변화
복부에 체액이 차는 복수와 다리 부종은 진행된 만성 간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는 중요한 신호다. 평소와 달리 배 둘레가 빠르게 증가하거나 발목과 다리가 지속적으로 붓는다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부종과 복부 팽만 역시 심장질환이나 신장질환, 정맥 문제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60세 이후에는 여러 만성질환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으므로 원인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갑자기 배가 심하게 붓거나 숨쉬기가 어렵고 전신 상태가 악화된다면 신속한 의료 평가가 필요하다.
- 쉽게 생기는 멍이나 평소와 다른 출혈
간은 혈액 응고에 필요한 여러 단백질의 생성과 관련돼 있다. 간 기능이 심하게 저하된 일부 환자에서는 쉽게 멍이 들거나 출혈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60세 이후에는 아스피린이나 항혈소판제, 항응고제 등을 복용하는 사람도 있어 약물 때문에 멍이나 출혈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혈액질환 등 다른 원인 역시 고려해야 한다.
갑자기 멍이 크게 늘거나 코피와 잇몸 출혈이 반복되고, 검은색 변이나 피를 토하는 증상처럼 심각한 출혈이 의심된다면 즉시 의료진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증상보다 중요한 것은 ‘위험요인’을 함께 보는 것
간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몸에 이상 신호가 나타난 뒤에만 관심을 갖는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과거 또는 현재의 과도한 음주, B형·C형 간염, 비만, 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 등은 간 건강을 평가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다.
복용하는 약과 건강기능식품도 의료진에게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처방약이라고 해서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되며, 반대로 “천연 성분이니 간에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해 여러 건강기능식품이나 생약 성분 제품을 무분별하게 섭취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간 상태를 확인할 때는 의료진이 병력과 증상을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혈액검사와 초음파 등 적절한 검사를 결정한다. 검사 결과 하나만으로 모든 간 질환을 판단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특히 60세 이후에는 “나이가 들면 원래 피곤하다”는 생각으로 이전과 다른 신체 변화를 장기간 방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황달이나 복부 팽만처럼 눈에 띄는 증상은 물론 지속적인 식욕 저하와 원인 모를 체중 감소 등 새로운 변화가 계속된다면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