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라이프타임즈 건강기획] 음식궁합, 과학으로 다시 보다
9편 커피·차와 영양제 같이 먹어도 될까…철분부터 칼슘까지 따져보니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커피 한 잔과 함께 영양제를 챙겨 먹는 사람이 많다.
종합비타민부터 철분, 칼슘까지 한꺼번에 먹기도 한다.
그런데 커피나 차가 영양제의 흡수를 방해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고민이 생긴다.
커피와 영양제를 함께 먹으면 영양소가 제대로 흡수되지 않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어떤 영양소를 섭취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커피와 차가 철분, 특히 식물성 식품 등에 들어 있는 비헴철(non-heme iron)의 흡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근거는 비교적 분명하다.
반면 카페인이 칼슘 흡수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다.
커피 한 잔 때문에 섭취한 칼슘이 거의 흡수되지 않는다는 식의 설명은 과장이다.
종합비타민도 마찬가지다.
제품마다 들어 있는 성분과 함량이 달라 ‘커피와 종합비타민은 상극’이라는 하나의 공식으로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음식궁합에서 중요한 것은 커피·차와 모든 영양제를 무조건 떨어뜨려 먹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먹는 영양제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철분과 커피·차는 왜 궁합이 좋지 않을까
식품 속 철분은 크게 헴철과 비헴철로 구분된다.
육류·해산물·가금류에는 헴철과 비헴철이 들어 있고 식물성 식품과 철분 강화식품에는 비헴철이 들어 있다.
우리 몸은 일반적으로 식물성 식품의 비헴철을 헴철보다 잘 흡수하지 못한다.
비타민 C가 풍부한 식품이나 육류·가금류·해산물을 함께 먹으면 비헴철 흡수에 도움이 된다.
반대로 비헴철의 흡수를 떨어뜨리는 식품 성분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폴리페놀(polyphenol)이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의 철분 관련 자료는 폴리페놀이 비헴철 흡수를 뚜렷하게 억제한다고 설명한다.
커피와 차에도 다양한 폴리페놀 성분이 들어 있다.
따라서 흔히 알려진 ‘커피의 카페인이 철분 흡수를 막는다’는 설명만으로는 정확하지 않다.
커피와 차가 철분 흡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폴리페놀을 살펴봐야 한다.
커피 한 잔에도 철분 흡수가 달라졌다
커피와 철분의 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연구는 1983년 《미국임상영양학저널(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철분 상태가 정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동위원소를 이용해 커피가 비헴철 흡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햄버거 식사와 커피 한 잔을 함께 섭취했을 때 철분 흡수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을 때보다 39% 감소했다.
같은 실험에서 차를 함께 마셨을 때는 64% 감소했다.
또 다른 시험식에서는 물과 함께 섭취했을 때 철분 흡수율이 5.88%였지만 드립커피와 함께 먹었을 때는 1.64%, 인스턴트커피에서는 0.97%로 낮아졌다.
인스턴트커피의 농도를 높였을 때는 철분 흡수가 더 감소했다.
다만 이 수치를 ‘커피를 마시면 누구나 철분 흡수가 39% 감소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특정 실험 조건에서 얻어진 결과이고 실제 철분 흡수율은 개인의 철분 상태와 식사 구성, 커피의 종류와 농도, 함께 먹는 음식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가 보여주는 핵심은 정확한 감소율보다 커피를 철분이 들어 있는 음식과 함께 섭취하면 비헴철 흡수가 감소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차도 철분 흡수에 영향을 준다
차 역시 비헴철 흡수를 억제할 수 있다.
2017년 《미국임상영양학저널》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철분 상태가 정상이고 빈혈이 없는 영국 여성 12명에게 철분 4mg이 포함된 표준화된 죽을 제공하고 차를 마시는 시점에 따라 철분 흡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했다.
물과 식사를 함께 섭취했을 때 철분 흡수율은 5.7%, 차를 식사와 동시에 마셨을 때는 3.6%였다.
차를 식사 1시간 뒤에 마신 경우에는 5.7%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식사와 차 사이에 1시간 간격을 두면 동시에 마실 때보다 차에 의한 비헴철 흡수 억제 효과가 완화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결과만으로 ‘철분과 차는 1시간만 띄우면 된다’는 공식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연구 대상자가 12명인 소규모 시험이었고, 철분 영양제의 일반적인 복용 간격을 정하기 위해 설계된 연구도 아니기 때문이다.
커피·차는 ‘1시간만 띄우면 된다’?
커피에서는 차와 다른 결과도 확인된다.
앞서 살펴본 1983년 연구에서는 커피를 식사 1시간 전에 마셨을 때 철분 흡수 감소가 관찰되지 않았지만, 식사 1시간 뒤에 마셨을 때는 식사와 동시에 마셨을 때와 비슷한 정도의 억제가 나타났다.
반면 2017년 차 연구에서는 식사 1시간 뒤 차를 마셨을 때 비헴철 흡수 억제 효과가 완화됐다.
따라서 두 연구를 묶어 ‘철분과 커피·차는 1시간만 띄우면 된다’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철분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커피나 차로 삼키지 말고 제품 설명서나 의사·약사의 복약지시에 따라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철분이 부족한 사람은 더 신경 써야
커피나 차를 마신다는 사실만으로 철분 결핍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철분 상태는 평소 식사와 철분 필요량, 출혈 여부, 소화기 질환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이미 철분이 부족하거나 철결핍성 빈혈로 치료를 받고 있다면 커피·차와 철분 섭취 시점에 좀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특히 철분제를 습관적으로 커피나 차와 함께 삼키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다.
철결핍성 빈혈은 단순히 철분을 적게 먹어서만 생기는 것도 아니다.
출혈이나 위장관 질환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빈혈을 영양제만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비타민 C는 비헴철 흡수를 돕는다
비타민 C는 비헴철 흡수를 높이는 대표적인 영양소다.
미국 NIH 건강기능식품국(ODS)은 식물성 철분을 육류·가금류·해산물이나 비타민 C가 들어 있는 식품과 함께 섭취하면 흡수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감귤류와 딸기, 피망, 토마토, 브로콜리 등이 대표적인 비타민 C 공급 식품이다.
다만 ‘철분제를 복용하는 모든 사람은 비타민 C 보충제도 반드시 함께 먹어야 한다’는 문제는 별개로 볼 필요가 있다.
비타민 C가 비헴철 흡수를 촉진한다는 영양학적 근거와 철결핍성 빈혈 치료 과정에서 별도의 비타민 C 보충제가 반드시 필요한지는 같은 질문이 아니다.
따라서 치료 목적으로 철분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임의로 여러 영양제를 추가하기보다 의료진의 복약지시에 따르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커피와 칼슘은?
커피와 칼슘의 관계에는 또 다른 오해가 있다.
“커피를 마시면 칼슘이 빠져나간다”, “칼슘 영양제를 커피와 먹으면 흡수가 안 된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카페인이 칼슘 대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영향의 크기를 함께 봐야 한다.
미국 NIH ODS는 카페인 섭취가 식이 칼슘의 순흡수를 소폭 감소시킨다고 설명한다.
반면 비타민 D 상태가 낮으면 칼슘 순흡수가 더 크게 감소할 수 있다.
관련 인체 생리·대사 연구를 검토한 논문에서도 카페인이 장의 칼슘 흡수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는 매우 작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따라서 ‘커피와 칼슘을 함께 먹으면 칼슘이 거의 흡수되지 않는다’거나 ‘커피 한 잔이 몸속 칼슘을 모두 빼앗아 간다’고 표현하는 것은 과장이다.
철분에서 확인되는 비교적 뚜렷한 흡수 억제 효과와 카페인이 칼슘에 미치는 작은 영향을 같은 수준으로 설명해서도 안 된다.
칼슘은 커피 한 잔보다 전체 섭취를 살펴야
칼슘 흡수율은 섭취량과 나이, 식품 종류, 비타민 D 상태 등의 영향을 받는다.
NIH ODS에 따르면 식품으로 섭취한 칼슘의 순흡수율은 성인기에 약 25% 수준으로 감소하고 이후 나이가 들면서 더 낮아진다.
또한 칼슘 섭취량이 증가할수록 흡수되는 비율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중장년층과 고령층의 뼈 건강을 생각할 때도 커피 한 잔만 문제 삼기보다 하루 전체 칼슘 섭취와 비타민 D 상태, 전반적인 식생활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칼슘 보충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제품의 칼슘 형태와 1회 섭취량 등에 따라 복용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제품 설명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종합비타민은 커피와 먹어도 될까
종합비타민은 하나의 답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종합비타민’이라는 이름은 같아도 제품마다 들어 있는 비타민과 미네랄의 종류와 함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철분이 들어 있는 제품도 있고 그렇지 않은 제품도 있다.
칼슘·마그네슘·아연 등의 함량 역시 제품마다 다르다.
따라서 ‘종합비타민은 커피와 함께 먹으면 효과가 없다’고 일반화할 근거는 부족하다.
먼저 제품의 영양성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철분이 들어 있는 제품이라면 커피나 차와 동시에 섭취하지 않는 편이 합리적이다.
영양제를 커피나 차로 삼키기보다 물과 함께 복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불필요한 상호작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모든 영양제를 ‘2시간’ 띄워야 할까
인터넷에서는 영양제를 먹은 뒤 커피를 마시려면 ‘1시간’, ‘2시간’ 또는 그 이상 띄워야 한다는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영양제와 커피·차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하나의 시간 기준을 제시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철분에서도 차와 커피의 연구 결과가 같지 않았고, 칼슘은 영향의 정도 자체가 다르다.
비타민과 미네랄마다 흡수 과정도 서로 다르다.
따라서 ‘영양제와 커피는 무조건 몇 시간 간격’이라는 하나의 숫자를 외우기보다 자신이 섭취하는 영양제의 성분과 제품별 복용법을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커피가 나쁜 것이 아니라 ‘무엇과 함께 먹느냐’의 문제
커피와 차는 많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음료다.
철분 흡수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커피와 차 자체를 나쁜 음료로 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언제, 어떤 목적으로 함께 섭취하느냐다.
철분 상태가 양호한 사람과 철결핍성 빈혈로 철분제를 복용하는 사람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도 없다.
칼슘 역시 커피 한 잔만 떼어놓고 판단하기보다 하루 전체 칼슘 섭취와 비타민 D 상태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이번 음식궁합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결론은 분명하다.
커피·차가 모든 영양제의 흡수를 막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철분처럼 상호작용 근거가 비교적 분명한 영양소가 있으므로 영양제를 커피나 차로 삼키기보다 물과 함께 복용하고, 제품별 섭취 방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음식궁합 팩트체크
커피·차 + 철분 → 주의 필요
“커피와 차는 비헴철 흡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 → 근거 충분
커피와 차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은 비헴철 흡수를 억제할 수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커피와 차를 철분이 들어 있는 식사와 함께 섭취했을 때 철분 흡수가 감소했다.
“철분 흡수를 방해하는 것은 커피의 카페인 때문이다” → 부정확
카페인만으로 설명하기보다 커피와 차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의 비헴철 흡수 억제 작용을 함께 봐야 한다.
“철분과 커피·차는 1시간만 띄우면 된다” →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음
차에서는 식사 1시간 뒤 마셨을 때 억제 효과가 완화된 연구가 있지만 커피에서는 식사 1시간 뒤에도 억제 효과가 관찰된 연구가 있다. 모든 철분제와 음료에 하나의 시간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커피·차 + 칼슘 → 영향 제한적
“카페인은 칼슘 흡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맞음
카페인은 식이 칼슘의 순흡수를 소폭 감소시킬 수 있다.
“커피와 칼슘을 함께 먹으면 칼슘이 거의 흡수되지 않는다” → 과장
공신력 있는 영양 자료에서는 카페인이 칼슘 흡수에 미치는 영향을 작은 수준으로 평가한다. 철분과 같은 수준의 강한 흡수 억제 관계로 설명하기 어렵다.
“모든 영양제는 커피와 2시간 이상 띄워야 한다” → 근거 부족
영양소마다 흡수 과정과 커피·차의 영향이 다르므로 모든 영양제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시간 기준은 없다.
“종합비타민은 커피와 먹으면 효과가 없다” → 사실 아님
종합비타민은 제품마다 성분과 함량이 다르다. 철분 함유 여부 등 실제 성분을 확인해 판단해야 한다.
커피·차와 영양제의 궁합은 영양소에 따라 다르다.
철분은 커피·차와 함께 섭취할 경우 비헴철 흡수가 감소한다는 근거가 충분하다. 반면 카페인이 칼슘 흡수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다.
따라서 ‘커피·차는 영양제와 상극’이라고 일반화하기보다 영양제를 물과 함께 복용하고, 특히 철분을 함유한 제품은 커피·차와 동시에 섭취하지 않으며 제품별 섭취 방법을 확인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음 편
[웰라이프타임즈 건강기획] 음식궁합, 과학으로 다시 보다 1편
영양제끼리도 궁합이 있을까…철분·칼슘부터 아연까지 같이 먹어도 되는 조합은
철분과 칼슘, 아연, 마그네슘 등 여러 영양제를 한꺼번에 챙겨 먹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미네랄은 흡수 과정에서 서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실제 생활에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조합도 있다.
다음 편에서는 ‘철분과 칼슘은 반드시 따로 먹어야 한다’, ‘아연과 마그네슘은 함께 먹으면 안 된다’ 등 영양제 사이에 널리 알려진 궁합을 연구와 공신력 있는 자료를 통해 확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