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아시아가 다시 강대국 경쟁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영국과 러시아 제국이 이 지역의 지배권을 놓고 벌인 경쟁을 ‘그레이트 게임’이라고 불렀다면, 2026년의 경쟁은 영토보다 핵심광물,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 철도와 에너지 통로를 둘러싸고 진행되고 있다.
9월 3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세르지오 고르 남·중앙아시아 특사와 스티브 데인스 상원의원은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가 열린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를 비롯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의 정상들과 잇따라 만났다. SCO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다자협력체다. 미국 고위 인사가 같은 시기 중앙아시아 지도자들과 연쇄 회담을 가진 것은 이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을 그대로 두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의 협의체인 ‘C5+1’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에너지와 핵심광물 협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과 미국 사이에서는 무역과 투자, 상업외교 확대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같은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정상들을 만나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을 연결하는 철도 사업을 강조했다. 이 철도는 중국 서부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과 중동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육상 통로가 될 수 있다. 기존 러시아 경유 노선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중국의 공급망 선택지를 넓힌다는 점에서 경제적·전략적 의미가 크다.
러시아도 중앙아시아 국가 정상들과 잇따라 회담했다. 러시아는 안보, 에너지, 노동이주, 언어와 교육 분야에서 오랫동안 이 지역에 강한 영향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중국의 투자와 무역 비중이 커지고 미국과 유럽이 핵심광물 협력을 확대하면서 러시아의 독점적 지위는 약해지고 있다.
새로운 경쟁의 중심에는 텅스텐, 우라늄, 희토류 등 전략 광물이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방위산업에는 안정적인 광물 공급이 필요하다. 미국은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을 만들려 하고, 중국은 중앙아시아와의 지리적 인접성과 인프라 투자를 활용해 기존 우위를 유지하려 한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보다 여러 강대국과 동시에 협력하는 ‘다중 벡터 외교’를 선호한다. 중국에서는 철도와 산업단지 투자를 받고, 러시아와는 안보·노동시장을 유지하며, 미국과 유럽에서는 첨단기술과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이들에게 강대국 경쟁은 위험인 동시에 협상력을 높일 기회다.
다만 핵심광물 개발이 현지 주민의 삶을 자동으로 개선하는 것은 아니다. 채굴권과 수익 배분이 불투명하거나 환경오염과 물 부족 문제가 커지면 반발이 발생할 수 있다. 철도와 광산이 지역 경제를 연결하기보다 자원을 외부로 반출하는 통로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중앙아시아 정부가 계약 공개, 환경기준, 현지 고용과 가공산업 육성을 요구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에도 중앙아시아의 변화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원전, 자동차 산업에 필요한 광물과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광물을 구매하는 접근으로는 중국·미국·러시아와 경쟁하기 어렵다. 자원 탐사, 현지 정제·가공, 철도 물류, 기술교육, 환경관리까지 결합한 장기 협력 모델이 필요하다.
중앙아시아에는 고려인 공동체와 한국어·한국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이라는 자산도 있다. 이를 경제적 진출의 도구로만 활용해서는 안 되지만, 교육과 인재 교류를 산업 협력과 연결한다면 한국만의 차별화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대학 공동과정, 기술인력 연수, 한국 기업 취업 연결은 일회성 자원 계약보다 지속성이 높다.
오늘의 그레이트 게임은 과거처럼 군대가 국경을 넓히는 경쟁이 아니다. 철도 노선, 광물 가공시설, 데이터망, 금융결제와 교육 협력이 영향력의 기반이 된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선택권도 과거보다 커졌다. 미·중·러의 경쟁이 이 지역을 다시 강대국의 각축장으로만 만들지, 아니면 중앙아시아가 스스로 성장 전략을 선택할 기회가 될지는 앞으로 체결될 계약의 내용과 투명성에 달려 있다.
참고자료
[중역] 中亚再次出现“大博弈”
美国特使现身上合组织峰会地区,中美俄围绕关键矿产、人工智能和铁路展开竞争
中亚再次成为大国竞争的重要地区。过去,英国和俄罗斯帝国争夺这一地区控制权的竞争被称为“大博弈”。2026年的竞争不再以领土为中心,而是围绕关键矿产、人工智能、半导体供应链、铁路和能源通道展开。
据9月3日报道,美国南亚和中亚特使塞尔吉奥·戈尔和参议员史蒂夫·戴恩斯先后会见了吉尔吉斯斯坦、哈萨克斯坦、乌兹别克斯坦和塔吉克斯坦领导人。当时,上海合作组织峰会正在吉尔吉斯斯坦首都比什凯克举行。上合组织是由中国和俄罗斯发挥重要作用的合作机制。美国在同一时期加强外交活动,说明华盛顿不愿看到中国和俄罗斯在中亚的影响继续扩大。
美国和中亚国家再次强调美国与中亚五国“C5+1”机制的重要性。乌兹别克斯坦和塔吉克斯坦表示,双方讨论了能源和关键矿产问题。美国与哈萨克斯坦则重点讨论贸易、投资和商业外交。
与此同时,中国国家主席习近平会见了吉尔吉斯斯坦和乌兹别克斯坦领导人,并强调建设中国—吉尔吉斯斯坦—乌兹别克斯坦铁路。这条铁路可能成为从中国西部经过中亚通往欧洲和中东的新陆路通道。它能够减少对经过俄罗斯路线的依赖,也能增加中国供应链的选择。
俄罗斯也分别与中亚多国领导人举行会谈。长期以来,俄罗斯在这一地区的安全、能源、劳务、语言和教育方面具有很强影响力。但是,随着中国投资和贸易增加,以及美国和欧洲扩大关键矿产合作,俄罗斯过去的独占地位正在减弱。
竞争的核心包括钨、铀、稀土等战略资源。人工智能数据中心、半导体、电动汽车、电池和国防工业都需要稳定的矿产供应。美国希望建立不过度依靠中国的供应链,中国则希望利用地理距离近和基础设施投资继续保持优势。
中亚国家通常不愿只选择一个大国,而是实行多方向外交。它们接受中国的铁路和工业园区投资,继续与俄罗斯进行安全和劳务合作,同时从美国和欧洲引进先进技术和资金。对中亚国家来说,大国竞争既是风险,也是提高谈判能力的机会。
但是,开发关键矿产不会自动改善当地居民生活。如果采矿权和收益分配不透明,或者环境污染和缺水问题加重,就可能出现社会反对。铁路和矿山也可能只成为把资源运到国外的通道,而不能帮助当地产业发展。因此,中亚国家需要提高合同透明度,制定严格环境标准,并要求增加本地就业和加工产业。
中亚变化对韩国也很重要。韩国的半导体、电池、核电和汽车产业需要稳定的矿产与能源供应。但是,韩国如果只购买矿产,很难同中国、美国和俄罗斯竞争。韩国需要把资源勘探、本地加工、铁路物流、技术教育和环境管理结合起来,建立长期合作模式。
中亚还拥有高丽人共同体以及对韩国语言和文化的较高兴趣。这种关系不应只是经济工具,但可以通过教育和人才交流与产业合作形成长期联系。大学联合课程、技术人才培训和韩国企业就业项目,比一次性的资源合同更加稳定。
今天的大博弈不是军队扩大边界的竞争。铁路、矿产加工厂、数据网络、金融结算和教育合作正在成为影响力的基础。中亚国家的选择能力也比过去更强。中美俄竞争最终是让中亚再次成为大国角力场,还是给中亚国家带来自主发展的机会,将取决于未来合作合同的内容与透明度。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