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인 비만으로 인한 질병 및 사회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비만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비만학회(이사장 김민선)는 지난 3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국제학술대회 ICOMES(International Congress on Obesity and Metabolic Syndrome) 특별 정책세션으로 ‘국가 비만관리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국내 성인 비만의 질병 부담과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이날 정책토론회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와 환자 설문 등을 활용한 리얼월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성인 비만의 실제 질병 부담과 치료 현황을 점검하고, 의료 접근성 개선 및 국가 정책 방향 등이 논의됐다.
김원석 대한비만학회 보험법제위원회 교수(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는 한국 성인 비만의 경제적 부담과 치료 중재의 잠재적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중간 분석 결과 성인 비만 환자의 의료비 부담은 정상체중인 사람보다 79~17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근과 생산성 저하, 조기 사망에 따른 손실 등을 포함할 경우 비만으로 발생하는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은 약 23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다만 해당 수치는 중간 분석 결과로, 향후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 데이터에서 확인된 비용 등이 추가될 예정이다.
비만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질 경우 관련 질환 발생 위험을 7~20%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김 교수는 청년과 중년 등 경제활동의 중심에 있는 비만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향후 의료비와 생산성 손실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 부담 측면에서도 성인 비만의 심각성이 확인됐다. 이청우 대한비만학회 보험법제위원회 교수(중앙보훈병원 가정의학과)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 코호트 약 35만명을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분석에서는 BMI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임상적 비만 환자군이 존재하며, 이들은 비비만군과 비교해 고혈압, 대사이상, 간질환, 근골격계 질환 등에서 높은 질병 부담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혈압은 3.6배, 대사이상은 2.7배, 간질환은 26배, 근골격계 질환은 2.6배 높은 수준이었다.
과체중 및 비만을 포함한 국내 성인 5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비만 중증도가 높을수록 삶의 질 저하와 업무 및 일상활동 손상, 수면장애 등이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체중 감량을 시도한 응답자는 79.9%였지만 실제 효과를 ‘매우 효과적’이라고 평가한 비율은 8.5%에 그쳤다. 3단계 비만 환자의 경우 10명 중 7명은 항비만 약물 치료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혁 대한비만학회 대외협력정책위원회 교수(노원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는 국내 비만 정책의 사각지대를 지적하며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 치료에 대한 공정한 접근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주요 국가에서도 약물치료를 포함한 다학제적 비만 진료와 지속적인 관리체계를 지원하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비만을 국가적 보건 과제로 보고 통합 진료 경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건강보험 지원 방안을 포함한 제2차 국가비만관리종합계획을 조속히 마련하고 국회가 비만 관련 법률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정책토론회에서는 환자단체와 청년단체, 언론계 및 정부 관계자들도 성인 비만 관리의 필요성에 의견을 보탰다.
김유현 같이건강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비만 치료가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다양한 건강지표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체중 변화와 건강 개선을 함께 반영하는 급여 기준 및 치료 성과 평가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도경 청년재단 사무총장은 19~29세 비만율이 33.5%, 30~39세는 37.9%에 달한다며 청년층과 젊은 성인층의 비만 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응 필요성을 제기했다.
질병관리청 만성질환관리과 정혜원 사무관은 이날 제시된 성인 비만의 질병 및 경제적 부담 연구 결과와 정책 제언에 공감하며 보건복지부와 함께 국내 성인 비만 관리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선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은 “비만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성질환”이라며 “비만 정책의 부재는 건강 불평등과 의료비 증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통합 관리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