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일정 기간 근무할 의사를 별도로 양성하는 지역의사제가 2027학년도 첫 선발에 들어간다.
서울을 제외한 32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에서 490명을 선발하며, 이들은 의사면허를 취득한 뒤 선발 당시 공고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복무한다.
지역에 근무할 의사를 제도적으로 확보하는 장치가 마련되는 셈이지만, 첫 선발 인력이 의료현장에 투입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지방 의료공백을 실제로 얼마나 줄일지는 향후 지역별 배치와 진료 분야, 의무복무 이행, 복무 이후 정착 상황까지 살펴봐야 한다.

서울 3.70명, 경북 1.43명…지역 간 의사 수 격차
지역의사제가 해결하려는 핵심 문제는 의과대학 입시보다 지역 간 의료인력 불균형에 있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2025년 12월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서울이 3.70명이다.
경북은 1.43명, 충남은 1.57명, 전남은 1.71명으로 서울과 차이를 보인다.
정부는 지역에서 성장한 학생을 별도 전형으로 선발하고 교육을 지원한 뒤 의사면허 취득 후 일정 기간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지역의사제를 도입했다.
기존 지역인재 선발과 비교해 눈여겨볼 부분은 의사가 된 이후의 지역 근무까지 제도에 포함했다는 점이다.
지역의사로 선발된 학생은 의사면허를 취득한 뒤 선발 당시 공고된 의무복무지역에서 10년간 근무해야 한다.
2027학년도 490명…하지만 당장 병원에 투입되지는 않아
첫 지역의사는 2027학년도에 490명을 선발한다.
서울을 제외한 32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이 대상이다.
선발 규모는 진료권 단위 359명, 광역권 단위 131명이다.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은 지난 8월 4일부터 6일까지 원서를 받았으며, 나머지 31개 대학은 9월 7일부터 시작하는 수시모집에서 지역의사를 선발한다.
정부는 2028년부터 2031년까지는 매년 613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다만 ‘490명 선발’을 현재 부족한 지역 의사가 490명 늘어나는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2027학년도에 입학한 학생들은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거쳐 의사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이후 수련과 의무복무 과정이 이어진다.
첫 선발은 지역 의료공백을 당장 메우는 인력 투입책이라기보다 앞으로 지역에서 근무할 의사를 지속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장기 인력정책의 출발에 가깝다.
학비 지원받고 면허 취득 후 지역에서 10년 근무
지역의사로 선발된 학생에게는 입학금과 수업료, 교재비, 실습비, 기숙사비 등 학비가 지원된다.
의과대학 교육과 함께 지역·공공의료 관련 교육과 실습 기회도 제공한다.
의사면허를 취득하면 선발 당시 공고된 의무복무지역에서 10년 동안 근무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면허를 부여할 때 해당 지역에서 10년간 복무하는 조건을 붙인다.
의무복무 조건을 위반하면 관련 법령에 따라 시정명령과 면허자격 정지, 면허취소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지역 의료공백을 줄인다는 정책 목적에서 보면 10년 의무복무는 지역의사제의 핵심 장치다.
학생을 지역에서 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사가 된 이후 실제 지역 근무까지 연결해 일정 기간 의료인력을 확보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의사 수 늘어도 ‘필요한 곳’에 배치되지 않으면 한계
그러나 지역에서 근무하는 의사 수가 늘어난다고 의료공백이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지역 의료공백은 전체 의사 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실제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 인력이 배치되는지, 어느 의료기관에서 어떤 진료를 담당하는지도 중요하다.
정부는 보건복지부가 의무복무기관을 지정·관리하고 시·도가 지역 의료수요와 인력 현황을 파악하도록 역할을 나눌 계획이다.
시·도는 의무복무 관리와 운영 실태 점검도 맡는다.
따라서 지역의사제의 효과를 평가하려면 전국에서 몇 명을 선발했는지만 집계해서는 부족하다.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 필요한 인력이 실제 배치됐는지, 배치된 의료기관에서 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지역의사 490명 선발이 지역별 의사 부족을 몇 명 또는 몇 % 줄일지 계산하기 어렵다.
지역별 의료수요와 부족 인력 규모, 향후 실제 배치 결과가 함께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
10년 의무복무 이후에도 지역에 남을까
지역의사제의 또 다른 과제는 10년 의무복무가 끝난 뒤에도 의사가 해당 지역에서 계속 근무할 것인가다.
정부는 의무복무만으로 지역 정착을 유도하기 어렵다고 보고 교육부터 복무 이후까지 지원하는 체계를 함께 마련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공모를 거쳐 지역의사지원센터를 선정하고 진로상담과 정보 제공, 직무교육, 경력개발, 국내외 연수, 주거 안정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의무복무를 마친 지역의사는 복무했던 의료기관이나 지역 내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우선채용 등의 우대조치를 받을 수 있다.
의료취약지에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경우 지방정부가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결국 지역의사제가 장기적인 의료인력 정책으로 자리 잡으려면 10년 동안 지역에서 근무하게 하는 것과 10년 이후에도 지역에 남을 여건을 만드는 것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현재는 첫 학생을 선발하는 단계여서 의무복무를 마친 뒤 해당 지역에 얼마나 남는지 보여주는 실제 운영 결과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지역 출신 학생 선발이 정착을 보장하지는 않아
지역의사선발전형은 지원 자격에서도 지역과의 연관성을 요구한다.
지원자는 법령에서 정한 진료권 또는 광역권의 중·고등학교를 입학부터 졸업까지 이수하고, 재학기간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 한다.
현재 거주지나 고등학교 졸업 여부 하나만으로 지원 자격을 판단하는 방식은 아니다.
학교 소재지와 재학기간 거주요건을 함께 충족해야 한다.
정부는 지역에서 성장한 학생을 선발해 지역의료 인력으로 양성하고 장기적인 지역 정착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지역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 의무복무 이후의 정착까지 보장할 수는 없다.
향후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려면 의무복무 완료자의 지역 잔류율과 근무기관, 근무지역 변화 등을 장기간 추적할 필요가 있다.
환자가 체감하려면 ‘490명 선발’ 다음이 중요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는 지역의사제 시행 자체보다 실제 의료 이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중요하다.
가까운 지역에서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의사가 부족했던 의료기관에 인력이 충원되는지, 의료진이 안정적으로 근무하는지 등이 체감도를 좌우할 수 있다.
특히 2027학년도 첫 선발 인원이 의사로 활동하기까지 교육과 면허 취득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역의사제를 현재의 의료공백을 즉시 해결하는 대책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반면 2027학년도 490명을 시작으로 2028~2031년 매년 613명을 선발하고 면허 취득 후 10년간 지역 근무를 의무화한다는 점에서는 지역 의료인력을 장기간 확보하기 위한 구조가 만들어진다.
제도의 성패를 가를 지표도 앞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단순 선발 인원보다 실제 의무복무 시작 인원, 지역별·의료기관별 배치 현황, 의무복무 이행률, 지역 의료인력 부족 개선 정도, 복무 종료 후 지역 잔류율 등을 살펴봐야 지역 의료공백에 미친 영향을 판단할 수 있다.
지역의사제, 효과 확인까지 긴 시간이 필요
지역의사제는 2027학년도 첫 학생 선발부터 시작한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지역의사제 시행지침’을 마련하고 지역의사지원센터를 선정해 교육과 지원, 수련, 의무복무와 지역 정착을 관리하는 추진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역의사로 선발된 학생들이 앞으로 지역의료를 이끄는 훌륭한 의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교육과 수련, 진로와 정착까지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지역의사 490명이라는 첫 선발 규모는 제도의 시작을 보여주는 숫자다.
그러나 지방 의료공백이 실제로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판단하려면 그 이후를 봐야 한다.
선발된 학생 가운데 몇 명이 의사가 돼 의무복무를 시작하는지, 어느 지역과 의료기관에 배치되는지, 지역에서 어떤 진료를 담당하는지, 10년 뒤에도 얼마나 남는지가 지역의사제의 실질적인 성과를 가를 지표가 될 수 있다.
첫 선발은 지역 의료공백 해소의 결과가 아니라 그 효과를 앞으로 검증해야 할 장기 정책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