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이태석 신부의 남수단 제자들이 한국의 의료 현장을 직접 경험하며 현지 의료 발전을 위한 역량 강화에 나섰다.
이태석재단의 초청으로 3개월간 한국에서 연수 중인 남수단 제자 9명은 지난 8월 31일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해 국내 의료진과 만나고 주요 의료시설을 둘러봤다. 앞서 남양주 한양병원에서는 이틀간 의료실습을 진행하며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활용되는 의료기술과 술기를 익혔다.
이번 연수에 참여한 9명은 모두 초·중·고교 시절 이태석 신부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거나 도움을 받은 제자들이다. 이 가운데 3명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3명은 의대 졸업예정자, 나머지 3명은 의대 6학년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혈액검사실과 암병원 외래, 로봇물류센터 등 병원의 주요 시설을 견학했다. 제자들은 진료와 검사 과정, 환자 관리 시스템 등에 대해 의료진에게 질문하며 국내 병원의 진료 시스템과 의료 인프라를 살펴봤다.
특히 의료시설과 장비를 직접 접할 기회가 제한적인 남수단의 의료환경과 비교하면서 한국의 첨단 의료 시스템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김지원 삼성서울병원 국제진료센터장은 제자들에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해 남수단의 의료 발전에 힘써 달라고 당부하고,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의사가 되어줄 것을 강조했다.
남양주 한양병원에서는 의료진이 직접 참여한 의료실습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병원 측은 응급실과 중환자실, 영상의학 관련 시설 등을 개방하고 제자들이 실제 의료현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제자들은 CT와 MRI 등 영상의학 장비의 원리와 활용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기관삽관, 요추천자, 초음파 및 혈관초음파, 봉합술 등을 실습했다. 감염관리를 위한 보호장구 착·탈의 교육도 함께 진행됐다.
특히 남수단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MRI 등 첨단 의료장비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제자들은 실습 과정에서 의료진에게 지속적으로 질문하고 교육 내용을 메모하거나 휴대전화로 기록하며 연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주바 티칭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말리스 마뉴엔은 이번 연수를 통해 대학에서 배우지 못했던 의학 지식과 의료기술을 접했다며, 한국에서 얻은 경험을 남수단 의료 발전에 활용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장진혁 한양의료재단 이사장도 이번 의료연수가 제자들이 향후 의사로 활동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한국 연수는 이태석재단이 추진하는 ‘이태석 2.0 프로젝트’의 하나로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고 이태석 신부가 남긴 나눔과 헌신의 정신을 현재 남수단의 상황에 맞춰 이어가기 위한 사업으로 식수 개발, AI 교과서 보급, 의료인 양성을 주요 분야로 추진하고 있다.
의료인 양성 분야에서는 이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태석 신부의 제자인 조셉 볼은 이태석재단의 장학 지원을 받아 전문의 수련을 마치고 남수단 최초의 신경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9명의 제자 역시 향후 남수단 의료현장을 이끌 인재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연수에 참여하고 있다.
구진성 이태석리더십아카데미 대표는 이태석 신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의 삶과 나눔의 정신이 이어지고 있다며, 제자들이 전문의로 성장해 남수단 의료 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태석재단은 이 신부의 정신을 계승해 의료인 양성뿐 아니라 AI 교과서 지원과 우물 개발 등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UN ECOSOC)로부터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았으며, 지난 7월 유엔에서 남수단 AI 교과서 개발 및 지원 사업을 발표하기도 했다.
재단은 올해부터 이태석 2.0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고 전문 의료인 양성을 비롯한 남수단 지원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